이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르고 간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환호하고
모두가 박수를 치며 맞아주지만,
마치 이 길이 영광의 보좌로,
그토록 바라던 명예의 길로 이어질 것 같지만
아니다, 이 길은 결코
살아서 돌아갈 수 없는 십자가의 길,
그 치욕스러운 죽음의 현장으로 가는 길임에도
나는 태연히 그 길을 간다.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순박한 눈길을 보내며
박수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을 흔들며
나는 마치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처럼
분위기에 들떠서 작은 나귀 새끼 위에서 흔들흔들 ...
그럼에도 나는 정신이 또렷하다.
하늘 아버지가 원하는 길이기에
저렇게 환호하는 이들을 살리는 길이기에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내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왔다고
일찌감치 말해 버렸기에
죽음의 현장으로 걸어가는 순박한 양처럼,
그렇게 그렇게 길을 간다.
장차 내가 가는 이 길로 수많은 이들이
즐거이 하나님의 보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는 지금 그 길을 닦고 있는 중이다.
아, 내가 죽어 네가 산다면 ... 그런 심정으로
나는 종려주일, 환호하는 사람들의 환호 속으로,
아무 것도 모르고 소리치는 저들을 살리기 위해
십자가의 길, 종려주일의 길을 걸어간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