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 21:25)
[삿]21:25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  
 
    1.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어떤 모임에 성악을 전공한 분들이 몇 분 참석했었습니다. 어떤 이가, 이 훌륭한 성악가들이 함께 화음을 낸다면 얼마나 멋질까하여 실례를 무릅쓰고, 그 분들에게 즉석 중창을 부탁하였습니다.
 
    “연습을 안 해서 힘들 텐데...”하고 그 분들이 주저하자, 거기에 있던 사람들이 “괜찮아요, 한 곡 멋지게 들려주세요”하고 간청하였습니다.
 
    어떤 노래가 나왔을까요? 소리는 멋졌는데 노래는 별로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불러서 그렇기도 했겠지만, 내가 보기엔 자기 소리만 의식하고 자기 식으로만 불렀기 때문입니다.
 
    그 때 내가 한 가지 배운 것은 각각의 자질이 훌륭하다고 반드시 훌륭한 연합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합창이나 중창은 자기 소리 보다는 타인의 소리를 듣고 의식해야 하는 법인데, 자기 소리만을 강조하니 화음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소리만을 내어서는 안 됩니다. 자기주장만 해서도 안 됩니다. 속담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합니다. 배는 바다로 가야하는데 왜 산으로 가는가요? 사공이 많기에, 전문가가 많기에 그런 것인가요? 아닙니다. 자기 고집과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는 이들이 많기에 목적과 방향을 상실하고, 본질을 잃어버리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입니다.
 
    성경에 보면 이런 비슷한 시기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었습니다. 바로 사사 시대입니다.
 
    2.
    사사는 히브리어로 ‘솨파트’, 영어로 ‘저지’(judge)라고 합니다. 이스라엘이 가나안을 점령한 후부터 사무엘에 의해 사울이 왕으로 기름부음 받고 왕정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하나님에 의해 세워진 이스라엘의 군사, 정치, 사법의 지도자였습니다. 그 통치 기간이 약 400년입니다.
 
    이때의 이야기가 기록된 것이 사사기 인데, 이 사사기의 구조는 크게 둘로 구분됩니다. 1장부터 16장 까지 사사들 - 옷니엘, 에훗, 삼갈, 드보라, 기드온, 돌라, 야일, 입다, 입산, 엘론, 압돈, 삼손 - 의 행적이 기록되어 있고, 17장에서 끝장까지는 미가란 사람과 베냐민 지파의 변란을 중심으로 지파간의 추한 분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사사기는 구조적인 특징을 갖고 있는데, 똑같은 역사의 반복이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축복으로 편안하게 잘 살 때는 하나님을 잊고 우상숭배에 빠져들었고, 그러한 죄악을 치시면 즉각 하나님께 회개하며 자신들의 고통을 호소하였고, 그 때마다 하나님은 사사를 일으키셔서 그들을 구원하셨고, 이들은 다시 번영을 누리게 되면 또 하나님을 떠나 범죄하였습니다. 이것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있습니다.
 
    사사 시대 400여 년 동안 이스라엘은 7번 하나님을 찾았고, 하나님께서는 7번 벌하셨고, 7번 이스라엘은 회개하였고, 하나님께서는 7번 그들을 회복시키셨습니다.
 
    그러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어째서 이런 불행한 역사를 계속 반복하였을까요? 한 번 실수는 그렇다 치고, 왜 7번씩이나 계속 그런 어리석음을 자청하였을까요? 그 원인을 보여주는 문장이 바로 사사기의 전체 요절이랄 수 있는 오늘의 본문입니다.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
 
    사사기 맨 마지막에, 마치 결론처럼 기록되었습니다. 즉, 바로 이것이 사사 시대 이스라엘 백성들의 근본적인 문제였다 라고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는데 왜 문제가 되는가요? 자기 소신대로 살았는데 왜 죄악은 더해져 가는가요? 자기 철학대로, 자기 이념대로 열심히 살았다는 데 문제는 더해졌습니다. 무엇이 문제인가요?
 
    3.
    사람은 소신대로 살아야 합니다.
 
    우스갯소리 중에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상담을 합니다. “선생님, 저는 무슨 일이고 간에 어찌해야 할 지 뜻을 정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결정장애입니다.” 이에 의사가 묻습니다. “언제나 용단을 내리기가 그렇게 어려운가요?” 그 사람이 답합니다. “네, 네, 그렇습니다 ... 아니, 아니, 아닙니다.”
 
    오늘날 소신 없이 사는 이들이 참 많습니다. 어쩌면 바람 부는 대로, 적당하게 세상과 타협하며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사는 게 지혜로울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방편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사는 이들은 존경스럽습니다. 아무리 상황이 열약해도 자기 나름대로의 소신과 가치관을 갖고 땀 흘려 살아가는 모습, 박수 쳐 줄만 합니다. 모두가 이해를 안 해 주어도 자기 나름대로 성실하고 소신 있게 사는 모습, 격려할 만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소신 있는 삶, 나름대로 의미와 최대의 가치를 부여하며 사는 소신 있는 삶을 살아갈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거기에 함정이 하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 성경 본문을 통해 말씀드린 대로 사사시대 400여 년 동안 그들의 삶은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입니다. 다 자기 소신대로 살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혼란함의 극치였습니다. 모두 자기 소견대로, 소신대로 했답니다.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대로 했답ㄴ이다. 그런데, 문제는 더욱 가중되며 죄악은 더욱 심해지고 국력은 점점 더 쇠약해져 갔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에 이런 면이 없지 않습니다. 모두들 제 소견대로 목소리를 높이고, 제 목소리를 관철시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자기는 늘 정의롭다고, 남이야 어찌되든 자기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합니다. 자기는 정치 이념에 따라 소신껏 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반성할 줄 모릅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경영자는 경영자대로, 경찰은 경찰대로, 검찰은 검찰대고, 거기다 판사들까지 자신들의 정치 이념을 따라 가세한 모양새입니다. 자기 소견대로 부르짖고 통하지 않으면 서슴지 않고 투쟁, 쟁취, 적폐라는 폭력적인 단어를 구사하며 부끄러운 줄 모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제 소견대로만 행하려는 사회가 오늘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요? 모두들 제 소견대로, 소신껏 말하고 행하는데 왜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는가요? 예전에는 누군가가 소신대로 말한다면, 소신대로 행했다면 박수를 쳐주었고, 그러면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잡아갔는데, 왜 오늘날은 모두들 제각각 소신대로 행하고 주장한다는데 혼란만 가중되었는가요?
 
    성경은 이렇게 진단합니다. “왕이 없음으로 자기 소견대로 행하였더라” 무슨 뜻인가요? 왕, 모든 것을 잠재울 수 있는 물리적인 힘을 갖고 있는, 합법적으로 상대방을 때릴 수 있고, 빼앗을 수 있는 그런 통치자, 독재자가 없어서 그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왕이 없기에 제 소견대로 행하였다는 것은 강력한 군주가, 독재자가 없기에 문제가 됐다는 것이 아니라, 소신을 뒷받침해 줄 권위가 없다는 말입니다. 소신이 옳고 그른지, 잘못된 데는 없는지 평가해 줄 절대 가치, 절대 기준이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소신을 결정해 줄 권위가 무엇인가요? 윤리와 올바른 가치관이 아닌가요? 이것이 붕괴되고, 상실되었기에 제멋대로들 행하는 것이 아닌가요? 내로남불의 극치를 이루는 사회이기에 제멋대로들 아닌가요?
 
    한문 공부를 하던 아이가 짜증을 내며 엄마에게 묻습니다. “엄마, 내로남불 사자성어 한자가 뭐야? 옥편에 안 나와!” 얼마나 내로남불이란 단어를 많이 들었는지 그게 옥편에 있는 줄 압니다. 몇 년 전까지도 그리 많이 사용되지 않던 표현입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서서는 툭하면 내로남불이란 단어가 사용되더라구요.
 
    올바른 가치와 윤리가 살아 있을 때에는, 자기 소신대로, 소견대로 행하였다 하면 무조건 인정해 주고 존중하였는데, 이젠 그런 절대적인 것이 혼미해졌기에, 소신대로 한다하지만 그것은 혼잡과 죄악만 가중시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필요하고 급선무적인 것은, 강력한 지도자보다 더 급하게 필요한 것은, 정신적인 것, 가치와 윤리를 바로 세우는 것입니다.
 
    올바른 가치와 윤리, 이런 것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면 허리 띠 졸라매야 사회는 더욱 악해질 뿐입니다. 법을 만들어봐야 더욱 지능화 될 뿐입니다. 올바른 윤리 의식과 가치관을 세워야 합니다. 거기에 근거한 소신들이 앞서 가야 합니다. 스스로 책임지는 지도층, 공인들이 더욱 많아져야 합니다.
 
    4.
    사회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 신앙인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제 멋대로 신앙 생활합니다. 누가 가르쳐 주었는지 모를 국적 불명의 신앙관으로 제 소견대로, 제 세상적 가치관대로 신앙생활을 하며 옳다고 여깁니다. 지식인은 배웠다고 오만한 자세로, 일반인은 이게 무속신앙인지 뭔지 ... 은혜만 된다면 별 짓을 다합니다.
 
    요즘 신도들은 감동만 받으려고 하지 지도를 받으려 하진 않는답니다. 말씀 중에, 찬송 중에 감동을 받으면 ‘참 좋다’고 감탄을 합니다. 그런데 잘못된 것, 편협한 것에 대해 신앙적인 지도를 하면 ‘그건 목사님 생각이시구요’하며 지도를 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장로가 목사의 지도를 안 받고, 교우들이 장로의 지도를 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자기 생각, 자기 취향, 자기 행동만이 옳다고 합니다.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면 안 됩니다. 사 53:6절에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며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하고 성경은 각기 제 길로 간 것이 죄악이라고 표현합니다. 각기 제 길로 갔다는 말은 각자가 자기의 소견대로 행했다는 것입니다. 자기 나름대로 자기 소견이 옳다고 생각하며 행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어떤 길은 사람이 보기에 바르나 필경은 사망의 길이니라”고 잠 14:12절을 통하여 말합니다. 때로는 우리의 소견이 하나님의 말씀보다 옳은 것 같이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필경은 사망의 길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 모두 소신대로, 소견대로 살기를 바랍니다. 소신도 없이 흔들리며 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옳은 소견대로 사십시오. 그렇게 신앙 생활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 소견, 소신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가요? 절대 기준인 왕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인생관인가요? 주위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들인가요? 어떤 책에서 본 것인가요? 무의식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가진 신앙 습관인가요? 무엇이 신앙의, 가치의, 옳고 그름의 기준인가요?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나님의 백성이라면 마땅히 하나님의 말씀이 그 절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기독교의 정경(正經)이라고 합니다. 정경이란 원어는 ‘캐논’(canon)이란 단어인데, 그 의미는 자, 척도(尺度) 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신앙, 생활, 가치, 생각, 소신, ... 모든 것은 이 성경에 의해 옳고 바름이 측량되어야 함을 말합니다. 어느 목사의 말이 아니라, 어느 박사의 말이 아니라 자기 인생철학이 아니라 절대적인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를 가져야 하고, 측량되어야 합니다.
 
    어느 집사님, 선교회에서 누군가에게 심한 무시를 당했습니다. 분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합니다. 한참을 그 분함을 토해내며, 결코 그 이를 용서할 수 없다고 절규합니다. 1시간가량 그 한 풀이를 들었습니다. 조금 가라앉았다 싶었을 때 내가 물었습니다. “그런데 집사님, 집사님 말은 다 알아듣겠는데, 이럴 때 성경은 어떻게 하래?” 대꾸를 안 합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하나님은 이런 경우 어떻게 하라셔?” 그러자 모기소리만하에 “용서하라시지요 뭐” 합니다. 그래서 내가 그냥 씨익 웃었습니다. 그랬더니 얼굴을 샐쭉하며 한마디 내뱉습니다. “알았어요.”
 
    이 사람이 진짜 예수 믿는 사람입니다! 자기는 원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존심은 결코 용서할 수 없습니다. 분이 나서 씩씩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하나님의 말씀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자기는 용납 못해도 말씀은 그리하라니 그 말씀에 순종하는 이, 그가 진짜 예수 믿는 이입니다. 길거리 나가서 예수 믿으라고 소리치고 다니는 이가 예수 믿는 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무릎을 꿇는 이가 예수 믿는 이입니다.
 
    여러분, 제 소견대로 행했다고 다 된 것이 아닙니다. 자기가 옳다 여기는 대로 신앙 생활한다고 다 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한 소견, 소신을 가져야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두 자기 소견대로, 제 생각대로, 자기 옳다는 대로 행하였는데, 그 근거가 하나님 중심, 말씀 중심이 아니라 자기들 생각, 자기들 편리함 중심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소견대로 행하였지만 사회는 더욱 어수선해지고, 악은 늘어만 가고, 문제는 곯기 시작합니다. 내로남불 풍조만 퍼져나가고 사람들은 조금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의 사회, 우리의 신앙, 우리의 교회, ... 모두 영원한 진리요 정의이신 하나님 말씀에 근거한 생활을 해야 합니다.
 
    5.
    양심(良心)! 성경에 보면 양심조차도 화인 맞은 양심, 불량한 양심, 죽은 양심이 있답니다. 양심조차도 수시로 하나님의 말씀으로 정화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소신대로 행했다고, 옳다고 느끼는 대로 행했다고 다 된 게 아닙니다. 절대 가치, 절대 진리, 하나님의 말씀, 인간의 본연의 양심에 기록된 말씀들에 자기들의 생각, 소신, 양심을 점검해야 합니다. 으레 그러려니 하고 살아왔던 그 모든 것들을 주님의 말씀으로 비추어 보아야 합니다. 은연중에 굳어진 자신의 신앙 자세를 말씀으로 늘 챙겨야합니다.
 
    소신 만능 주의에 빠지지 말고, 그 소신들이 정말 옳은 것인지 철저히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하늘 백성,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말씀 위에 양심과 생활의 원칙, 가치관을 바로 세우고 소신껏, 열심히, 그리고 권세 있게 살아갑시다. 자기 소견보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따라 살려고 결단하는 성도들을 주님은 기뻐하십니다! 그들에게 복이 있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