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장에 신발이 늘어 간다.
옷장에 옷이 많아진다.
부엌에 그릇이 쌓인다.
왜 그럴까?
사기만 하고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에 근심이 늘어 간다.
머리에 생각이 복잡해진다.
몸이 자꾸 무거워 진다.
왜 그럴까?
바라기만 하고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이가 그러더라.
삶은 바라기와 버리기의 싸움의 현장이라고.
그런데 누가 행복한가?
바라기를 많이 하는 이 인가,
버리기를 많이 하는 이인가?

바라고 또 바라고,
그래서 쌓고 또 쌓으면 행복할 것 같은데,
그런 바라기에는 끝도 한도 없어,
밑 빠진 독 모양 끊임없는 바라기의 역사이다.
얻지 못해 늘 불만이고, 불편하다.

그러나 버리는 이는 행복하다.
신앙은 뭔가?
버리는 훈련이다.
예수님도 심령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하셨다.
다 버려 가난해진 이가 복이 있다.

마태복음 19:16-22절에 보면,
한 부자 청년이 예수님께 나아왔다.
어릴 적부터 말씀을 잘 지켜온 청년이다.
예수님도 그를 보고 흐뭇해하셨다.
요즘으로 말하면 교회학교 출신이니.

그에겐 기특하게도(?) 영생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그래서 영생에 대한 구원의 길을 예수님께 묻는다.
“네가 온전하고자 할진대
가서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을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 그리고 와서 나를 좇으라.”

한 마디로 버리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움켜쥐고 쌓아놓고 사는 것들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주님을 좇으라고 하신다.
그런데 이 청년은 근심하며 돌아갔단다.

왜 그런지 아는가?
가진 것이 많기에!
버리지 못하고 바라기만 하고,
쌓아두기만 하는 이이기에
그는 근심하며 돌아갔다.

신발장의 먼지만 털어낼 것이 아니라
신지 않는 신발, 버려라.
옷장의 옷도 차곡차곡 쌓아둘 것이 아니라
정리하라.
부엌의 그릇도 사용하지 않는 것들은 버려라.

내 마음의 많은 생각들,
내 생활의 그 많은 일들,
정말 내 삶을 아름답게 하고
의미있게 하는 것들만 남겨두고
버려라.

우리는 너무 바라고, 쌓아두고 산다.
그러나 예수님은 정반대로 버리라고 하신다.
버리고 살자.
버려야 얻을 수 있다.
버려야 새 것을 얻을 수 있다.

가을, 가을이 왜 아름다운가?
버리는 계절이기에!
그토록 소중하던 것들을 다 버리기 시작한다.
다 버리고 몸뚱이만 남을 때까지 버리고 또 버린다.
그래야 그 몸에는 새 봄에 새 순이 돋아난다.

바라기, 그리고 버리기!
이 가을에 버리기에 힘을 쓰면 어떨까?
주님을 향한 단순한 열정과 헌신으로,
그런 마음과 사랑으로 그리 살아가 보자.
많이 버리는 이가 많이 참 행복할 것이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