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에서 고기 잡는 어부들을 보면 그물에 걸려든 큰 고기는 거두지만 어린 고기는 미련없이 놓아 준다. 어리다고 해도 충분히 먹을 만한 크기인데도 욕심을 내지 않고 바다로 돌려보낸다. 그것이 어부들의 윤리이다. 먼 바다 그곳은 가두리를 쳐 놓은 자기만의 어장도 아니기 때문에 놓아준 고기들이 대어가 됐을 때 자기 그물에 걸린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어부 사회에서는 저인망으로 소어까지 싹쓸이해 가는 어부들을 인간 말종으로 보고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사는 자를 일러서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사람’ ‘근시안병 환자’라고 낙인을 찍어 버린다. 자기 코앞만 보고 사는 소인배들이 어부사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계에나 경제계나 교육계 등 다른 영역에도 다 있다.

 

고대 중국 진나라 때의 문공은 소수병력으로 대국인 초나라와 싸우게 됐을 때 재주가 많은 호언을 불러 놓고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더니, ‘못된 속임수를 써야 한다’고 진언을 한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정의파의 이옹이 그건 안 될 말이라며 반론을 펴고 나섰다. 예컨대 댐의 물을 다 말리면 물고기야 잡을 수 있지만, 그러나 멀리 있는 타국과의 전쟁도 아닌 우리 중국인끼리의 싸움인데 그렇게 악랄한 방법을 쓰면 최후에 가서는 승자도 결국 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런 꼼수를 일러 갈택이어(竭澤而魚)라고 한다. 산짐승을 잡을 때도 산의 나무를 모두 불태우면 짐승이야 다 잡을 수 있지만, 그렇게 살아가면 장래성도 없고 ‘내일이 없는 삶’이 되고 만다.

 

일본의 다케다 사장은 소어를 버리고 대어를 낚은 전형적인 사업가이다. 다케다는 제과회사의 사장으로 취임하던 날 , 진실과 정성을 기업이념으로 정하고 4가지 계율을 발표했다. 1) 내가 만드는 빵은 내 자식들이 먹는 빵이라고 생각한다. 2) 빵에 들어가는 계란은 반드시 유정란만 쓴다. 3) 밀가루나 야채 등 모든 재료는 1등품만 쓴다. 4) 하루 3천번씩 고객들에게 감사하며 일한다. 그렇게 한 결과 처음 몇 년간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운영을 했지만, 다케다 사장은 ‘우리가 정직하게 빵을 만들고 진실하게 고객을 대하면 어느 날부턴가는 고객도 반드시 보답을 해주는 법’이라는 신념으로 살았다. 정말 5,6년후부터 다케다 빵은 일본 사회에 군림하듯 등장했고 10년 후에는 다케다 회사가 일본 전국 수요의 60%를 지배하게 됐다. 사장은 ‘동업자들이 같이 살아야 나도 살 수 있다’면서, 30%를 줄여 생산하므로 70%를 경쟁사에 돌려주었다고 한다. 참으로 건전하고 지혜로운 기업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467명의 승객을 싣고 좌초한 세월호의 경우도, 배가 기울던 그때 날씨도 사나웠고, 죽음의 바다로 소문난 해로였는데도 선장은 잠을 잤고 입사한 지 4개월밖에 안된 3급 항해사(26세)가 키를 잡았다니 대형사고를 만들어 낸 셈이다. 그는 파고가 높았는데도 지연된 시간을 만회하려고 그랬는지 급선회를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3년 전에 일본으로부터 18년 된 중고선을 구입해서 승객 300명을 더 태울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었고 그날도 자동차 수백 대와 크레인 등 하중이 무거운 짐을 싣고도 쇠줄로 고정시키지 않고 밧줄로 대충 묶었다니, 소탐대실의 우를 범했고, 또 회사는 적자를 메우려고 무리하게 욕심을 부렸고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국가적 재난을 만들고 말았다. 모든 것은 무리수를 쓰면 안 되는 법. 특히 지도자는 원칙을 존중하고 규정대로 해야지, 편법을 써도 안 되고, 안이하게 대처해도 안 되고, 근시안으로 대처하면 더욱 안 된다.

 

/새문안교회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