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0:1-15)
[요]10:1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문을 통하여 양의 우리에 들어가지 아니하고 다른 데로 넘어가는 자는 절도며 강도요
[요]10:2 문으로 들어가는 이는 양의 목자라
[요]10:3 문지기는 그를 위하여 문을 열고 양은 그의 음성을 듣나니 그가 자기 양의 이름을 각각 불러 인도하여 내느니라
[요]10:4 자기 양을 다 내놓은 후에 앞서 가면 양들이 그의 음성을 아는 고로 따라오되
[요]10:5 타인의 음성은 알지 못하는 고로 타인을 따르지 아니하고 도리어 도망하느니라
[요]10:6 예수께서 이 비유로 그들에게 말씀하셨으나 그들은 그가 하신 말씀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니라
[요]10:7 그러므로 예수께서 다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하노니 나는 양의 문이라
[요]10:8 나보다 먼저 온 자는 다 절도요 강도니 양들이 듣지 아니하였느니라
[요]10:9 내가 문이니 누구든지 나로 말미암아 들어가면 구원을 받고 또는 들어가며 나오며 꼴을 얻으리라
[요]10:10 도둑이 오는 것은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
[요]10:11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
[요]10:12 삯꾼은 목자가 아니요 양도 제 양이 아니라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을 버리고 달아나나니 이리가 양을 물어 가고 또 헤치느니라
[요]10:13 달아나는 것은 그가 삯꾼인 까닭에 양을 돌보지 아니함이나
[요]10:14 나는 선한 목자라 나는 내 양을 알고 양도 나를 아는 것이
[요]10:15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 같으니 나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
 
    1.
    요즘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불편한 많은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 교회가 마치 감염의 주요 전파자인 것 같이 오도하는 정부의 자세와 일부 정치적 자치단체장들로 교회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되었습니다. 대다수의 건강한 교회들은 이미 한 달 이상 모든 예배와 모임을 자발적으로 중지하고 어려운 시간을 감내하고 있음에도 통제가 어려운 군소교단과 작은 교회들을 들먹이며 교회가 반사회적 집단인 것 같은 나쁜 인상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태에 대해 하고픈 말들이 많지만,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사순절 깊숙한 계절로 우리 눈에는 오로지 예수님, 그리고 십자가만이 눈에 들어와야 합니다. 우리 마음엔 분노와 억울함, 두려움보다 하나님의 사랑과 경건, 골고다의 십자가가 가득해야 합니다.
 
    엊그제도 어느 분께서 이런 내용의 카톡을 보내오셨습니다. “목사님 보내주신 목회서신, 많은 은혜가 됩니다. 특히 지금 사순절 기간 새벽마다 찬양 들으며 일을 하는데 예수님 가신 길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거쳐가는 시간들이 예수님을 더욱 생각하는 시간이 된다면 이 또한 감사한 시간이라 생각됩니다. 목사님 보내주시는 서신들을 통해서도 많이 돌아보고 기도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지금은 예수님 외의 것에 우리의 마음을 빼앗기면 안 됩니다. 그랬다간 우리 신앙의 근본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더욱 예수님께 주목합시다.
 
    2.
    내가 좀 까다로운 면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성격이 둥글둥글합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오래 전에 이름을 풀어주는, 이른바 성명학을 하는 이의 말에 따르면, 이름 석 자에 동그라미 ㅇ 자가 3개나 들어 있어서 그렇답니다. ㅇ 자 많이 들어간 이름의 사람은 성격이 유하답니다. 여러분 이름은 어떤가요?
 
    그런데 이름이란 게 뭔가요? 어떤 글에 보니, 이름이라는 말은 한자로 '명'(名) 인데, 이 명 자는 저녁 석(夕)자 밑에 입 구(口) 자가 붙어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이름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날이 어두워서, 즉 저녁이 되어서 (夕) 사람들의 얼굴을 잘 분별하지 못할 때 입으로(口) 소리를 내서 사람을 찾는데 필요한 것이 이름이다." 그럴 듯한 설명이지만, 그게 다 일까요?
 
    이름이 이 정도의 기능 밖에 없다면, 이런 의도로 생긴 것이라면 번호로도 충분합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이미 “몇 동 몇 호 아저씨, 몇 동 아줌마”로, 아파트 호수가 이름 대신 불리고 있습니다.

    라디오 방송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요? 예전에는 DJ가 ‘왕십리에 사시는 양의섭 씨의 신청곡입니다.’ 라고 하댔는데, 요즘엔 ‘4483님의 신청곡입니다’하더라구요. 핸드폰 문자로 사연을 보내고, 노래를 신청하니까, 그 전화번호를 그 사람인양 소개하는 것입니다.
 
    번호가 우리를 대체해 가고 있습니다. 넘버(number)가 우리의 얼굴이 되고 있습니다. 어느 사회학자가 말하기를 앞으로 우리 사회에는 인간미가 사라질 것이라 합니다. 왜? 번호에는 가치도, 존엄도, 생명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죄를 지어 교도소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하는 게 각자의 옷을 벗기고, 똑같은 죄수복을 입히며, 그리고 번호를 줍니다. 그리곤 교도소에 있는 동안에 이름은 전혀 부르지 않고, 죄수 번호를 부릅니다. 왜 죄수 번호를 부를까요? 그 좋은 이름 놔두고 말입니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또한 개개인의 개성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번호로 사람을 대신한다는 것은 인격과 개성을 무시하고, 그저 단순한 동물 인간으로, 아니 더 심하게 말하면 물건으로 취급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름 대신 번호가 쓰이는 곳을 보십시오. 개개인의 인격과 개성 보다는 집단을 더 중시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그러기에 번호엔 인간미가 없습니다. 생명이 없습니다. 그게 누구인지 알 바도 아닙니다. 그저 무리 중의 하나에, 부속에 불과할 뿐입니다.
 
    요한계시록 13장을 보면, 말세에 적그리스도가 나타나 큰 기적을 행하며, 사람들을 미혹하고, 권력을 잡고는 모든 사람에게 표를 준답니다. 그리곤 이 표를 가진 자만이 그 사회에서 살 수 있답니다. 그 표는 계 13:17절에 보면 “이 표는 짐승의 이름이라 그 이름의 수라”하며, 말세엔 모든 이가 각각 고유번호를 갖게 되고, 이름은 없어질 것이라 예언하였습니다. 인간미 사라진 세상이 될 것이란 뜻입니다.
 
    3.
    그러나 우리 믿음의 공동체에서는 그런 일이 없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이와 다르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선한 목자라....”
 
    그러면 양은 누군가요? 그거야 두말 할 것도 없이 우리들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양입니다. 우리의 선한 목자는 예수님이십니다. 양은 목자에 의해 삽니다. 그러기에 목자에 대한 양의 신뢰는 절대적입니다.
 
    이스라엘을 다녀온 어느 관광객의 체험담입니다. 어느 날 차를 타고 길을 가는데 들판 한 가운데로 난 길이었습니다. 길 좌우로는 풀밭이었고 그 가운데 길로 많은 차들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쪽 풀밭에서 길 건너 저쪽 풀밭으로 한 목동이 피리를 불며 양을 인도해 가고 있었는데 목동이 갑자기 용변이 급했는지 불던 피리를 멈추고 저 멀리 있는 풀밭을 향해 달음박질하였습니다. 그러자 그를 따르던 많은 양들이 길 위에 일제히 멈추어 섰습니다.
 
    오가던 자동차들도 일제히 서야했습니다. 차들이 전조등을 켜보고 경적을 울리며 운전자들이 고함을 쳐도 양들은 길 한가운데서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일을 마친 목동이 돌아와 다시 피리를 불자 양들은 서서히 움직이며 길을 벗어나 건너편 풀밭으로 갔다고 합니다. 목동의 지시 외에는 듣지를 않았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자기 양을 다 내놓은 후에 앞서 가면 양들이 그의 음성을 아는 고로 따라오되 타인의 음성은 알지 못하는 고로 타인을 따르지 아니하고 도리어 도망하느니라.”
 
    예수님이 정말 자신의 목자임을 믿습니까? 그런데 왜 목자이신 예수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고, 엉뚱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거기에 마음을 두고, 솔깃하여 헤매십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예수님께 귀를 기울입시다. 예수님의 음성에만, 그 분의 가르침, 약속에만 주목합시다. 예수님이 ‘아니다’라고 했으면 아닌 것입니다, ‘기다’했으면 기인 겁니다. 선한 목자 예수님이 괜찮다 했으면 괜찮은 것입니다. 다른 소리에, 다른 상황에 마음 주지 말고, 허덕이지 말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삶의 목자, 예수님의 말씀, 그 약속만을 굳게 붙잡고 삽시다.
 
    마가복음 5장에 보면 병든 딸을 고치겠다고 예수님께 나왔던 회당장 야이로, 예수님께서 고쳐주시겠다고 하여 야이로의 집으로 가다가 12년 혈루병 앓던 여인을 고치는 사건을 만납니다. 야이로는 얼마나 초조했을까요? ‘시간이 없는데, 딸이 죽어가고 있는데 ...’ 엄청 불안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지체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비보가 날아듭니다. 사랑하는 딸이 죽었다는 것입니다. 이미 끝났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이 때 예수님께서 그러십니다. “예수께서 그 하는 말들을 들으시고 회당장에게 이르시되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막5:36)
 
    상황이 어떠하더라도 분명한 예수님의 말씀이 있다면, 약속이 있다면 그것을 신뢰하십시오. 내 인생의 목자 예수님의 말씀에만 주목하십시오.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요11:40) 이 역사가 마침내 이루어질 것입니다. 누구에게? 그 음성을 듣고 믿고 기다리는 자에게!
 
    4.
    그 뿐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이렇게도 말씀하셨습니다. “문지기는 그를 위하여 문을 열고 양은 그의 음성을 듣나니 그가 자기 양의 이름을 각각 불러 인도하여 내느니라.”
 
    목자들은 자기 양에게 다 이름을 붙여준답니다. 번호가 아닙니다. 이름을 붙여주고, 그 이름을 부르며 인도한답니다. 우리 안에 넣을 때에도 떼거지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양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우리 안에 이끌어 넣는답니다. 양이 아무리 많아도 자기 양들에게는 다 이름을 붙여 주었고, 그 이름을 목자들은 하나하나 부르며 우리 안에서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고, 다시 우리 안으로 넣는답니다.
 
    목자이신 예수님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가 자기 양의 이름을 각각 불러 인도하여 내느니라.” 그러니까 분명한 사실 하나를 명심합시다. 우리의 목자 되신 예수님은 우리를 인도하실 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인도하십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요?
 
    아무리 인류가 많아도, 아무리 하나님의 백성이 많아져도, 예수님은 나를 도매금으로 대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은 나를 대충 대하시지 않습니다. 그것은 신비에 해당되지만, 예수님은 당신의 모든 양들을 어찌 아시는지, 그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대하시고 인도하십니다.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으로 나를 대하시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 다릅니다. 어떤 교회에선 자기 교인들을 모두 같은 모습으로, 하나의 칼라로 만들려고 하지만, 예수님께서 우리를 대하시는 것은 우리의 다 다른 이름을 부르시듯이, 우리의 다 다른 개성과 인품을 존중하시며, 다 다르게 대하시고, 인도하십니다.

    신천지의 집회 모습을 지난 번 뉴스에서들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수많은 이들이 똑같은 옷을 입고 열과 줄을 맞추어 앉고 또는 행동을 합니다. 이건 천국의 모습이 아닙니다. 천국은 자유스러움입니다. 천편일률적이지 않습니다. 우리 각자의 개성이 그대로 다 드러나고, 그 서로 다 다름이 조화를, 하모니를 이루는 곳이 천국,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우리의 선한 목자이신 예수님은 우리의 서로 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대로 우리를 불러주십니다. 이름을 불러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남이 받은 은혜, 부러워말고, 자기 스타일대로, 자기 성품대로 은혜 주심을 믿고 자기 자리에서, 자기 모습으로 주님을 섬기십시오. 결코 주님은 나를 남들과 똑같이 대하시지 않고, 나 나름대로의 은혜를 주십니다!
 
    5.
    그뿐만 아니라, 선한 목자이신 주님이 내 이름을 부르신다는 것은 나에게 세밀한 관심을 갖고 계시다는 것을 뜻합니다.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가족들은 나에 대해 몰라도 우리 예수님은 나의 모든 것을 이미 아십니다. 예수님은 나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왜?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관심은 사랑하면 갖게 됩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관심도 없습니다. 그러나 사랑하게 되면 관심이 따라옵니다. 사랑은 관심입니다. 예수님께서 어느 정도 나에 대해 관심이 있고, 아시는지 아십니까?
 
    “나는 내 양을 알고 양도 나를 아는 것이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 같으니”
 
    성부가 성자를 알고, 성자가 성부를 아는 것 같이, 이 정도로 나를 아신다는 데, 이건 모르실거야 하는 게 과연 가능한가요? 예수님이 나를 모르신다고? 하나님은 나의 이 아픔, 억울함을 모르신다고? 성경 좀 읽으십시오.
 
    “여호와여 주께서 나를 살펴보셨으므로 나를 아시나이다. 주께서 내가 앉고 일어섬을 아시고 멀리서도 나의 생각을 밝히 아시오며 나의 모든 길과 내가 눕는 것을 살펴보셨으므로 나의 모든 행위를 익히 아시오니 여호와여 내 혀의 말을 알지 못하시는 것이 하나도 없으시니이다.”(시139:1-4)
 
    하나님은, 나의 선한 목자이신 예수님은 나를 다 아십니다. 그럼에도 이 예수님의 사랑을 믿지 못하고 불안해하며, 방황하는 인생이 그 얼마나 많은가요. ‘주님이 날 모른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주님이 지금 내 형편을 모르신다’고 투덜대지 마십시오. ‘주님이 나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중얼대지 마십시오. 아십니다. 주님은 내 모든 것을 다 아십니다.
 
    I know you. 내가 너를 안다. 내가 네 눈물을 안다. 내가 네 고개 떨군 모습이 뭘 의미하는 지 안다. 내가 너의 그 휘청거리는 걸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안다. 네가 왜 한 말도 토하지 못하고 글썽이는지 내가 다 안다. 네가 왜 내 눈을 자꾸 피하는지 내가 안다. 내가 너를 안다. 내가 안다. 내가 안다. ...
 
    6.
    이 정도로 나를 아시는 선한 목자 예수님, 그러기에 어떻게 하신다구요?
 
    14절, “나는 선한 목자라 나는 내 양을 알고 양도 나를 아는 것이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 같으니 나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
 
    이상하지 않습니까? 양이 목자를 위해 죽지, 목자가 양을 위해 죽는다? 왜요? 나를 너무나도 잘 아시기에 결국 죄를 짓고 헤어 나오지 못해 멸망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는 고집스러운 못된 양임을 아시기에 그 못된 양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시는 예수님! 예수님은 폼 잡기 위해 나를 사랑하시는 게 아닙니다. 예수님은 나를 살리기 위해 나를 사랑하시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주님께서는 오늘도 내 이름을 부르십니다. 모니터 앞에 앉아 있든, 휴대폰 앞에 앉아 있든, TV 앞에 앉아 있든 예배드린다고 앉아있는 내 이름을 부르십니다. 들리지 않으면, 보이지 않으면 목이 쉬도록 부르고 또 부르십니다. 여전히 세상에서 헤매고 있는 이의 이름을 목이 쉬도록, 부르고 또 부르십니다.

    마치 소월의 시 ‘초혼’의 시구(詩句)처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虛空)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主人)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하는 심정으로 예수님께서 우리의 이름을 일일이 목이 쉬도록 부르십니다.
 
    그리곤? “나는 선한 목자다, 나는 양을 위하여, 너를 위하여 목숨을 버린다~!” 하시며 십자가 현장으로 나아가십니다. 나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버리십니다. “이를 내게서 빼앗는 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버리노라 나는 버릴 권세도 있고 다시 얻을 권세도 있으니 이 계명은 내 아버지에게서 받았노라 하시니라”(요10:18)
 
    십자가는 하다 하다 안 되어서 할 수 없이 진 게 아닙니다. 안 지려고 안 지려고 하다가 힘이 달려 마지못해 진 게 아닙니다. 나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 하신 선한 목자 예수님께서 스스로 택하신 희생, 사랑의 현장입니다.
 
    그 십자가가 제대로 보이십니까? 이것을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코로나에 정신 팔려 그냥 지나간다면 우린 망한 것입니다. 우리의 선한 목자 예수님은 우리를 살리기 위해 죽으셨습니다. 그 증거가 바로 십자가입니다. 그러기에 십자가 앞에 선 참된 성도들은 할 말을 잃습니다. 그 의미, 희생, 사랑을 알기에!
 
    7.
    한 유명한 수영 코치가 있었습니다. 어릴 적에 교회는 나갔지만 성인이 되어선 관심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밤, 잠이 오지 않아 수영으로 몸을 풀고 잠자리에 들고파서 수영장으로 갔습니다. 수영장의 구석구석을 이미 다 잘 알고 있었기에 불을 켜지 않고 그냥 다이빙대로 곧바로 올라갔습니다. 다이빙을 하려고 두 팔을 옆으로 쫘악 뻗친 그 순간, 창문으로 달빛이 스며들어왔는데, 그 달빛에 자신의 그림자가 벽에 비쳐졌습니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십자가의 형상이었습니다.
 
    그 순간, 그는 그냥 멈춰 서고 말았습니다. 십자가 그림자를 그냥 멍하니 바라보는데, 어릴 적 교회에서 배운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과 희생의 의미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문장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떠올랐습ㄴ다. “그가 죽으심으로 우리가 살아났으니...”
 
    이상한 감정에 휩싸여 그 자리에서 한참 있다가 다이빙을 포기하고 그냥 다이빙대에서 내려왔습니다. 이상하게 다이빙할 기분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곤 수영장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그냥 물속으로, 마치 침례를 받듯이 그렇게 물속에 서서히 잠기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영장에 발을 딛는데,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수영장엔 물이 없었습니다! 지난밤에 관리인이 물을 뺐다는 사실을 깜빡 했습니다. 만약 그가 그냥 다이빙을 했다면 그것은 죽음으로 뛰어드는 행위였습니다. 높은 데서 콘크리트 바닥으로 투신자살한 꼴이었습니다. 조금 전, 벽에 비춰진 십자가가 자신을 죽음에서 구해준 것이었습니다.
 
    그 십자가, ‘나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하신 선한 목자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입니다. 이 십자가를 바라봅시다. 이 십자가를 바라보고 의지하는 사랑하는 왕중 성도들에게 예수님의 사랑과 은혜가 더욱 넘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