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졌던 코로나바이러스가 곳곳에서 다시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생활 속 거리두기 체제에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하며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집합제한을 권고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이후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출입을 삼가고, 웬만한 모임 약속은 다 취소했습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며 즐겁게 어울려 지냈던 때가 언제인지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의 한국 사회는 이미 혼술, 혼밥, 혼놀 등 개인주의와 싱글주의의 물결이 몰려왔었기에 혼자 지내는 것이 안전함을 넘어서 익숙함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외로움도 이젠 생경한 감정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친구가 되어버렸습니다.
정호승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남들은 가족과 화목하게 지내고 친구도 많은 것 같은데 ‘이 세상에서 나만 혼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가슴 한 쪽이 시려옵니다. 서로 모르는 세 사람이 그냥 같이 있으면 괜찮은데 나를 빼고 두 사람이 차를 마시며 다정하게 대화하는 걸 지켜보면 괴로워집니다. ‘그깟 커피 한 잔이 뭐라고!’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지만 나만 소외당했다는 것 자체가 큰 고통입니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면 스트레스 반응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감기와 병치레를 자주 하게 되고, 몸에 염증반응도 많아져서 이곳 저곳 아플 수 있습니다. 외로움은 심혈관질환, 우울증,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 인자가 된다고 합니다.
1961년 미국 내과 의사 울프는 펜실베이니아 로세토 지역의 의사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지역에 사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은 술과 담배를 즐기고, 소시지와 미트볼을 잔뜩 먹는데도 심장병에 잘 안 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이 지역의 심장병 발생률과 사망률을 조사했더니 중장년층에서는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없었고 노년층의 사망률은 전국 평균의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하고 확인했더니 신뢰와 상호 존중의 공동체 문화가 장수 비결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친밀감이 질병을 막아주고 오래 살게 해준 것이었습니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누구를 만나더라도 상대방이 내 마음을 이해하고 알아주기를 기다립니다. 모든 사람이 누군가 나를 찾아오기를 기다린다면, 모든 사람이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기다린다면 우리 모두는 외로움에 파묻혀 살 수 밖에 없습니다. 먼저 연락해야 합니다. 먼저 찾아가야 합니다. 상대방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부부 사이에도, 가족 사이에도, 직장동료 사이에도, 성도들 간에도 그러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려줄 때 내 마음의 외로움도 봄볕에 눈 녹듯 녹아내릴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
(요일 4:19)
/홍익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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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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