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11:4-8) 
 
1.
그렇지 않아도 가을이 훌쩍 지나가 낙엽이 뒹구는 것을 보면 마음이 울적한 데, 벌써 영하의 날씨로 모두를 움츠려 들게 하는 초겨울로 들어섰습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까지 다시 기승을 부려 마음이 더욱 거시기 합니다. 이젠 가족 간에도 무증상 감염으로 전염이 된다니 누굴 믿고 살아야 하나 하는 심정입니다.
 
우리 교회 예배에 출석하시는 어느 은퇴 목사님이 어제 내게 카톡을 보내셨는데 이런 자작 시 한 수를 보내셨습니다.
 
“코로나여 / 그대는 / 분리주의자인가? // 성도와 성도가 / 서로 교제하는 것 / 막고 // 위로하고 격려하는 / 심방도 / 막으며 // 예배당 찬양도 / 다 / 막아 / 놓으니 // 너는 / 우한에서 / 출발한 / 중공제 / 공산주의가 / 分明 / 하도다. // 금년 말로 / 다시 돌아가되 / 반드시 / 중공으로 가고 / 김정은에게로 / 돌아갈 것을 / 이에 엄히 / 命令 / 하노라.”
 
얼마나 자유롭게 교회에 못 오시게 된 것이 속상하시면 그러셨을까 싶습니다.
 
솔직히 이 기회에 우리 모두 아예 겨울잠, 동면(冬眠)에 들어갔다가 따뜻한 봄이 되어 깨어났을 때 새 세상, 새 봄이 와서 다 회복되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하지만 우린 곰처럼 동면에 들어갈 순 없으니, 대신 이 한 겨울 내내 주님께서 더욱 완벽한 생명싸개로 꼬옥 싸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2.
이렇게 마음이 씁쓸하고 힘든 우리에게 그래도 복음의 소식이 날아듭니다. 오늘부터 대림절, 그리곤 이어서 성탄절, 하나님께서 우리를 버려두지 않으시고, 우리를 구하기 위해, 우리와 함께 하기 위해 우리의 삶의 현장에 찾아오셨다는 성탄의 소식! 그 소식이 바로 성탄절의 축복이고, 그것을 기다리는 기쁨이 대림절의 행복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신다는 소식. 우리의 이야기 속으로, 우리의 애환 속으로, 우리의 삶의 현장으로 찾아오시겠다는 소식. 그리고 그 날을 기다림! 성경은 그 모든 것을 ‘임마누엘’이라고 부릅니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 얼마나 놀라운 축복인가요! 성경을 보면 삶의 현장에서 두렵고 떨리고 절망스러울 때, 하나님의 백성들은 모두 하나님을 향해 이렇게 부르짖었습니다. ‘하나님, 우리와 함께 해 주십시오!’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상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하나님이 자기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자신의 삶 속에 하나님의 공백이 느껴질 때 두려웠습니다.
 
출애굽기 33장에 보면, 가나안 땅을 향해 가는 도중,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금송아지를 숭배함으로 심기가 불편하신 하나님께서 백성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이르게 하려니와 나는 너희와 함께 올라가지 아니하리니 너희는 목이 곧은 백성인즉 내가 길에서 너희를 진멸할까 염려함이니라.”(3)
 
백성들의 우상숭배로 화가 나고 서운하신 하나님. 그럼에도 이미 약속하신 것이 있어서 약속대로 그들을 축복의 땅, 가나안으로 인도해 들이시겠다고 합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동행하시지 않겠답니다. 그들이 또 다시 범죄하면 하나님께서 이번엔 그들을 진멸할 것 같으니 하나님 당신을 위해서나 백성들을 위해서나 동행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백성들의 반응이 이렇습니다. “백성이 이 준엄한 말씀을 듣고 슬퍼하며 한 사람도 자기의 몸을 단장하지 아니하니”(4).
 
죄를 지어도, 얄미운 데가 있어도, 실수를 해도 이스라엘은 정말 하나님의 백성 맞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먹고 살게는 해 주겠으니 너희들끼리 가라 하면, 어차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보장된 거고, 그동안 솔직히 하나님은 좀 부담스러웠고... 그래서 마지 못하는 척, ‘하나님, 정 그러시다면... 겁은 나지만 저희끼리 가겠습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했을 것 같은데, 이스라엘은 아무리 잘 먹고 잘 살게 되어도 하나님이 아니 가신다면, 함께 하지 않으신다면 자기들도 안 가겠다는 자세를 보입니다.
 
지도자 모세는 아예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모세가 여호와께 아뢰되 주께서 친히 가지 아니하시려거든 우리를 이곳에서 올려 보내지 마옵소서.”(15)
 
아무리 잘 먹고 잘 살아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지 않으시겠다면 우리를 이 광야에 그냥 버려두십시오 합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는다면 그건 저주란 뜻입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한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게 복이지 하나님이 떠나버린 상태, 하나님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생명의 근원에서 이미 잘려버린, 마치 꽃병 속에서 활짝 핀 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건 이미 시한부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좌우에서 무서운 현상이 벌어져도, 자기의 삶을 당장에 무너뜨릴 것 같아도 하나님이 자신들과 함께 하신다면 그것들은 모두 종이호랑이에 불과하였습니다.
 
그러기에 하나님께서는 이렇게도 말씀하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사 41:10a)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함께 할 것이라.”(사 43:1b-2a) 함께 하시겠답니다!
 
가나안을 앞두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불안함 속에 두려워하는 여호수아에게도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의 평생에 너를 능히 당할 자 없으리니 내가 모세와 함께 있던 것같이 너와 함께 있을 것임이라 내가 너를 떠나지 아니하며 버리지 아니하리니.”(수1:5)
 
“내가 네게 명한 것이 아니냐 마음을 강하게 하고 담대히 하라 두려워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수1:9)
 
삶의 그 다양한 두려움 속에, 불안함과 염려 속에 어쩔 줄을 몰라 할 때, 그래서 하나님께 부르짖고 또 부르짖어 마침내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실 때, 답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다!’
 
그러니까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것, 그것은 축복입니다. 그것은 이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문제가 무엇이든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 다 된 것입니다.
 
이 하나님이 우리네 삶 속에 찾아오십니다. 그리곤 임마누엘, 하나님이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하신다고 축복하십니다. 지난 주일에 말씀을 묵상한 대로,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 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 28:20b) 이 말씀에 의하면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신다! 할렐루야!
 
3.
그런데 조금 이상한 모습이 오늘 본문에 나옵니다. 오늘 본문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 하기 직전, 하나님께서 애굽의 통치자 바로를 치시는 장면으로, 그 마지막 재앙 장자(長子) 죽음을 선포하는 장면입니다.
 
모세는 하나님이 내리시는 재앙을 바로에게 전합니다. 장차 애굽 온 땅에 장자, 처음 난 것은 인간이든 짐승이든 모조리 죽을 것이며, 애굽 온 땅에 이 비극으로 인하여 전무후무한 큰 부르짖음, 애통과 절규가 있을 것이라고 선포합니다.
 
그리곤 실제로 이 비극은 그대로 시행되어 애굽 땅의 모든 장자, 인간이든 짐승이든 첫 번째 것은 다 죽습니다. 그러자 교만하던 통치자 바로는 즉시 두 손을 들고 말았고,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유월절이 유래되어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을 자손대대로 가르치고 전해주는 역사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오늘 본문에서 조금 흥미로운 것을 봅니다. 4절, “모세가 바로에게 이르되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기를 밤중에 내가 애굽 가운데로 들어가리니” 즉 그 무서운 장자 죽음의 재앙은 하나님께서 애굽 가운데로 들어가심으로 시작됩니다.
 
하나님께서 애굽 가운데로 들어가신다는 것은 성경적 표현으로 본다면 이 또한 ‘임마누엘’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들 가운데 계시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다른 데 계시지 않습니다. 그들의 삶의 현장에 계십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어떤 이들에게는 이 임마누엘이 환희와 기쁨, 능력과 소망이요, 어떤 이들에게는 고통과 아픔, 절망과 죽음입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임마누엘이 너무너무 기다려온 축복의 순간입니다. 그런데 다른 이들에게는 임마누엘은 너무너무 두려운 저주의 순간입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데, 상반된 두 가지 반응이 보입니다. 환호하는 무리, 절망하는 무리!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이스라엘에겐 임마누엘이 축복이요, 애굽인에겐 임마누엘이 고통입니다. 저주받은 백성에겐 하나님이 함께 하심이 고통입니다. 그러나 약속의 백성에겐 기쁨이요 축복입니다. 임마누엘에겐 이렇게 이중성이 있습니다.
 
임마누엘! 하나님이 함께 하심이 여러분에겐 축복이요 기쁨인가, 아니면 고통이요 부담인가요?
 
고통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 때가 언제인가요? 하나님의 법도를 벗어날 때 아닌가요? 별로 좋지 않은 장소에 가 앉아있을 때가 아닌가요? 범죄의 현장에서 아무도 모르겠지 하고 있을 때가 아닌가요?
 
하나님이 함께 하심이 부담스럽고 고통스럽게 여겨진다면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십시오. 그 상황에서 나가십시오! 출애굽 하십시오. 그것이 바른 것인지, 그른 것인지 구분이 안 될 때, 심령이 불편하고, 하나님이 이곳에 자신과 함께 계신다는 사실이 영 마음에 편치 않을 때에는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이든 박차고 나가십시오. 하나님의 백성이 있을 곳이 못 된다는 증거입니다.
 
임마누엘, 하나님이 함께 하심이 기쁘고 즐거운 그런 자리로, 그런 삶으로 전환하십시오! “하나님의 성령을 근심하게 하지 말라. 그 안에서 너희가 구원의 날까지 인치심을 받았느니라.”(엡 4:30) 아멘!
 
나는 여러분의 삶의 현장을 세세히 잘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 안에 거하시는 하나님의 영께서 영 불편해 하시고, 아파하신다면 거기가 어디든, 떼돈이 벌리든, 명예와 인기가 치솟든 그곳은 성도가 있을 곳이 못됩니다. 거룩한 하나님의 영을 모시고 사는 성도는 합당치 않은 곳에 있을 때 불편함이 느껴집니다. 영이 아픕니다. 때로는 머리가 빠개질 것 같습니다.
 
내 안에 거하시는 분, 사도 바울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너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빌1:6)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빌2:13)
 
내 안에 거하시며 착한 일을 시작하시는 분, 그 분은 나의 하나님이시고, 당신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우리에게 선한 충동, 거룩한 충동, 신령한 소망을 갖게 하십니다. 그런데 이토록 착하고 거룩하고 신령한 분이 내 안에 거하시는데, 내 삶의 현장이 이와 딴판이다? 누구보다 하나님께서 불편해 하십니다. 하나님께서 현재의 내 삶, 내 삶의 현장을 못 견뎌하십니다.
 
이럴 때, 그 현장, 그 상황에서 벗어나십시오. 임마누엘이 평강과 복이 아니라 도리어 아픔과 혼란, 심지어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내 안에 거하시는 성령 하나님께서 불편해하시는 그 상황, 그 고집, 그 현실을 박차고 나가십시오. 그 얼굴에 평안이 깃듭니다. 결코 얼굴에 평안과 평강이 없는 이가 평강의 주 하나님의 영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임마누엘이 내게 복이 되게 하십시오. 내게 평강이 되게 하십시오. 내게 지극한 기쁨, 신령한 축복이 되게 하십시오.
 
4.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류시화의 시가 있습니다. 그대가 곁에 있는데 왜 그대가 그리울까요?
 
임마누엘, 내 안에 찾아와 계시는 하나님. 늘 그 하나님과 동행한다고, 그 분과 함께 생각하고 판단한다고 하면서도 마치 이 시구(詩句)와 같이 그 분이 그립습니다. 왜 그럴까요?
 
어쩌면 나와 함께 하신다는 주님과 나는 영원한 평행선을 그으며 가고 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내 안에서 주님과 내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지 모릅니다. 주님은 주님의 길, 나는 나의 길, 그렇게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고, 적당한 간격으로 평행을 이루어 가고 있기 때문에, 주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면서도 나는 주님이 그리워지는 것이 아닐까요?
 
임마누엘, 하나님은 나를 찾아오십니다. 내가 그 분을 찾아가는 게 아닙니다. 너무 바쁜 나머지 하나님을 잊고 사는 나의 삶의 현장에, 내 복잡한 심리 상태 속으로 하나님은 찾아오십니다.
 
이 임마누엘의 하나님, 나에겐 축복임을 믿습니다. 때론 함께 하시는 그 하나님이 부담스럽게 여겨질 때도 있지만, 그러나 내 모든 삶에 임마누엘의 하나님은 내게 복이요, 기쁨입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뭐라고?
 
내가 그 분의 삶을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 분을 좋아하면서도, 함께 한다고 하면서도 그 분의 삶을 내가 살지 않고, 내 욕망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나님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좋아하면서도 실제로 삶의 현장에선 늘 자신의 욕망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늘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 안에 함께 녹아져, 예수님의 삶을 삽시다. 예수님의 삶, 예수님의 정신, 예수님의 사랑, 그 타오르는 예수의 심장으로 예수의 삶을 이어갑시다.
 
대림절, 우리와 함께 하기 위해 하늘의 영광스러운 자리를 버리고 이 땅의 우리들에게, 우리 삶의 현장으로 내려오신 우리 예수님, ‘임마누엘의 주님, 사랑합니다.’ 하고 외치지만 말고, 정작 그 예수님과 평행선을 긋지 말고, 그 예수님을 불편하게 해 드리지 말고, 우리는 가서 그렇게 예수님의 삶을 삽시다.
 
5.
설교 백 번 만 번 들어도 소용없습니다. 아, 참 좋은 말씀이다 하고 속으로 억 만 번을 감탄해도 소용없습니다. 단 한 번의 순종, 실천이 필요할 뿐입니다.
 
어느 권사님이 내게 찾아와 그러시더라구요. “용서하라는 설교를 듣고 많이 고민했습니다. 죽어도 용서 못 할 친구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결심했습니다, 용서하기로.”
 
주님이 우리를 용서하신 것처럼 용서하란 설교에 은혜 많이 받았다고 하면서 자신은 마음속에 남아 있는 서운함과 미움으로 그 누군가를 여전히 용서하지 못한다면 예수님과 평행선을 그으며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바라만 보면서, 예수님의 소문만 들으면서 ‘좋겠다 좋겠다’ 하면서 평생 바라만 보고 그냥 그렇게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언제나 자신에게 객(客)일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내 삶에 찾아오셨습니다. 고집 피우지 말고, 예수님께 순종하라십시오. 예수님의 말씀과 사랑에 귀를 기울이고, 예수님이 주시는 거룩한 감동, 신령한 감동을 따라갑시다. 사랑하는 여러분, 비록 코로나가 우리를 우울케 해도 곧 곳곳에 예쁜 성탄 트리가 세워지고, 불이 밝혀질 아름다운 절기, 대림절입니다. 임마누엘의 평강이, 임마누엘의 축복이 예수님과 동행하는 여러분의 삶의 현장에 가득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