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종식될 것 같았던 코로나19 펜데믹이 기어이 해를 넘기고 말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우리는 익숙한 것들과 이별을 해야 했고, 새로운 일상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별에 대한 아쉬움과 허전함, 그리고 받아들임에 대한 당혹감과 불안함을 매일 반복하며 지내고 있다. 익숙했던 많은 것들이 영영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더 불안해하고 있다. 이 상황의 원인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는 것은 인간의 탐욕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의 지나친 욕심이 결국 하나님이 창조하신 만물과 더불어 사는 것을 막았고, 주변을 돌아보는 눈을 감아버렸다. 자업자득이니 이제 와서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환경이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한들 인간의 죄성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은 또 반복될 것이 뻔하다.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은 인간의 모든 죄를 덮고도 남음이 있는 사랑이다. 그 한 예를 탕자의 비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아들이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지난날의 것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으로 그 모든 것을 덮어주었다. 한편 둘째 아들은 원래의 집으로 돌아와서야 잃어버렸던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었고 진정한 회복을 얻었다.

그렇다. 회복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때 되어 진다. 인간의 욕심이 과해진 것도 하나님이 정해주신 원래 있던 자리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자기자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 부려 남의 자리 빼앗아 차지하고, 자기자리에 있는 것이 싫증나서 이 자리 저 자리 돌아다니며 더럽히면서 하나님의 마음과 멀어졌다. 예배가 소홀해진 것은 몸은 특정한 공간에 와 있지만 생각과 마음은 하나님과 멀어진 곳에 있기 때문이다. 기도가 약해진 것은 물질의 풍요로움에 빠져 하나님을 향한 갈망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찬양의 소리가 줄어든 것도 인간을 칭송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로 인해 우리는 하나님과 너무 멀어졌다. 이 사실에 대한 인간 스스로의 자각이 없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기어이 우리로 하여금 정신 차리도록 하신 것이 아닌가?

이제 우리 제발 정신 차리자. 회복은 이벤트나 외침이 아니라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탈된 자리에서 회복만 외치지 말고 하나님이 정해주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자. 이탈된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모습이 아무리 추해도, 자존심이 아무리 상해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만이 회복의 길이다.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세상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이 있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에게 회복탄력성이 있기는 한 것일까? 없다면 이제부터라도 제자리로 돌아가 이 탄력성을 길러야 한다. 육체의 회복탄력성을 위해서 꾸준한 운동,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면, 영적 회복탄력성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곳에서든 예배의 자리를 만들며, 하나님을 향한 갈망의 마음을 쌓아가고, 인간을 칭송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삶에서 드러내야 한다. 영적인 회복은 우리의 고통과 불편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원점의 관계가 복원되는 것이다. 원점은 시작점이다.

이 시작점이 총회에서, 노회에서, 교회에서. 가정에서. 골방에서 까지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문제는 위기가 아니라 그 위기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다. 자신에 대해 절망할 때 비로소 제 자리를 떠올리게 된다. 제자리를 떠나 세상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미친 듯이 뛰어다니던 발걸음을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는 발걸음으로 바꾸라. 하나님과의 진정한 연결을 통해 죽을 것 같은 우리의 상황이 다시 살아나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광주벧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