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이의용 장로 저서 '세상에는 이런 교회도 있다'에서 퍼온 글입니다.)

농어촌교회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청소년 목회다. 교회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데다가，그들을 선교하고 육성할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농어촌교회는 물론이고 도시의 작은 교회 중에도 자체 수련회를 열지 못하는 교회가 적지 않다. 학생 수도 적거니와，교사와 프로그램이 없어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교회 재정이 너무나 부족해 수련회 열 생각을 아예 생각조차 안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알고 주변의 어려운 교회들을 위해 ‘연합수련회’를 열어주는 교회가 있다. 그것도 농촌교회가 말이다. 전북 익산시 ‘왕춘교회’가 바로 그 교회다. 왕춘교회는 결코 규모가 큰 도시교회가 아니다. 왕궁면 쌍제리라는 농촌에 위치하고 있는 장녀 200여명 정도의 시골 교회에 불과하다. 왕춘교회는，규모가 작아 자체적으로 여름수련회를 열지 못하는 교회의 중고등부 학생들만을 모아 3박 4일간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는 수련회를 벌써 아홉 차례 개최해오고 있다.

2004년 여름이면 10회째가 된다. 첫 해에 700여 명이나 참석했다는 것만 봐도 자체 수련회를 열지 못하는 교회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이제는 매년 1500여 명 이상이 모인다. 매년 전주 한일장신대학교 강당을 빌려 수련회를 열고 있는데，더 넓은 장소를 구하지 못해 참가자들을 다 수용하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지난 2003년 9회 때에는 2,050명이나 몰려 와 대단히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고 한다.

‘청소년 1600명 초청 하계 말씀 수련회’란 이름으로 열린 이 행사는 거의 홍보를 하지 않는다. 그 흔한 팸플릿 없이，간단한 참가 신청서만으로 치러냈다. 이 교회는 주최 교회와 참가 교회가 서로 주종 관계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1,500명이나 모이는 거대한 행사인데도 조직표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행사 중 광고 시간도 없다. 정해진 순서대로 자율적으로 진행될 뿐이다.

이 수련회에는 청소년들 외에 지도자들도 참석하는 데，정해진 순서 이외의 시간에 청소년 지도는 개교회 지도자들이 담당한다. 프로그램은 매우 고전적이다. "이 수련회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말씀으로 학생들을 단련시키는 것이죠. 다른 교회의 수련회처럼 청소년들을 유인하기 위해 시도하는 인기 중심의 순서는 배제하고 있습니다. ‘말씀과 찬양 기도’ 등 고전적인 방법만을 고집하고 있죠"
이 수련회를 처음 시작한 문병윤 목사의 말이다.

2003년 여름 수련회에도 홍성현 목사，신도배 목사，김동성 목사，강영민 목사 등이 ‘말씀사경회’를 인도했고, 최인혁，정신노래선교단，온누리교회 경배와 찬양팀 등이 찬양을 인도했다. 왕춘교회는 농촌교회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인력과 시설 등 문화선교의 역량을 꾸준히 성장시켜왔다. 따라서 수련회장의 음향과 영상 시스템，이를 운영하는 운영진들의 수준은 최첨단을 달린다. 그만큼 문화선교 전문 인력을 도시로 보내 양성해왔다.

필자도 여러 차례 이 수련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이 교회 교인들이 순서를 정해 1,600명의 식사를 마련하는 헌신적인 모습이다. 장로，권사，집사들이 모두 4일 동안 모든 생업을 중단한 채 앞치마를 두르고 진땀을 흘리며 엄청난 양의 식사를 준비하고 배식은 물론 설거지도 한다. 그리고 수련회 참석 청소년들이 말씀으로 무장되도록 기도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병윤 목사는 농촌 목회의 꿈을 가진 목회자다. 농촌에서만 목회를 해온 그는 지금까지 농촌교회들이 꿈도 꾸기 힘든 여러 가지 일들을 추진해왔다. 그는 이 교회에 부임한 이래 교인들의 의식 개혁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비록 농촌에 위치하고 있으나 이 교회 교인들의 높은 의식 수준은 주변에 널리 알려 져 있다. 연합 수련회도 교인들의 깊은 이해가 없다면 불가능했을 터이다.

문 목사가 이 일을 처음 시작한 것은 같은 농촌교회 목회자로 서 자체 청소년 수련회를 열 수 없는 농촌교회의 사정을 너무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 목사가 이런 교회들을 위해 연함 수련회를 열겠다고 하자, 가장 전폭적으로 지지해준 사람들은 바로 왕춘교회 성도들이었다. 왕춘교회는 강사비，숙식비를 비롯해 수련회 비용 일체를 부담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교통비와 특별보험료 2,500원만 준비하면 된다.

행사 규모가 크다보니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참석자 모두 특별 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왕춘교회의 2004년도 예산은 약 1억 8000여만 원이다. 그중 이 행사에 30퍼센트 정도가 투입된다. 온 교회가 이 행사를 위해 1년 동안 준비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연합 수련회 10회째를 앞두고 있을 정도로 연륜을 더하다보니 학생으로 참석했던 이가 어느덧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이끌고 수련회에 참석하기도 해 교인들을 감동시키기도 한다.

왕춘교회는 이번 여름에 있을 10회 수련회에는 농어촌교회 청소년 1,500여 명을 초청하기로 하고 벌써부터 온 교회가 기도로 준비하고 있다. 너무 많은 학생들이 몰려오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스스로 여유가 없는 농촌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더 작은 농어촌 교회들에게 가진 것을 나누고 헌신하는 왕춘교회의 모습은，절망에 빠진 농어촌 목회에 희망의 등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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