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에 임직자들이 힘을 모아 종탑을 새로 세웠습니다.

가까이 세림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그곳에 교회가 있는지 모른다하여 십자가를 높이 세웠습니다.

“마장역에서 나와 교회를 찾아 헤매다가 종탑을 보고 쉽게 찾아왔습니다”

“내부순환도로를 달리다가 우뚝 솟은 우리 교회 종탑을 보면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습니다.

사명의 자리를 한결같이 지켜온 홍익교회 성도들의 믿음의 기상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건물 옥상에 설치된 노후한 교회 종탑이 강풍에 쓰러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자 불안한 마음이 찾아왔습니다. 구청 직원들도 살펴본 후 종탑을 철거해주기를 거듭 요청했습니다.

당회가 여러 차례 열렸지만 아무도 종탑을 철거하자는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마치 팔을 하나 잘라내는 것처럼, 눈이라도 하나 빼어내는 것처럼 모두가 힘들어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교회 종탑의 위험성으로 인해 높이 6m까지 허용했던 것을 4m로 제한하는 새로운 건축법을 3월16일부터 개정하여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당회는 6m까지라도 종탑을 세울 수 있을 때 공사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대형 크레인에 의해 끌어내려져 주차장에 덩그러니 누워있는 종탑을 보다 눈물이 왈칵했습니다.

어느 성도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퇴근 길에 갑자기 종탑이 보이지 않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밤이면 세련되게 빛나는 새로운 십자가 탑이 세워졌지만 마음은 너무나 시리고 아픕니다.

 

다음 날 새벽기도회 때 꿇어 엎드려 기도를 하려고 했지만 큰 죄를 지은 것 같아 입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때 주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종탑을 보고 나를 찾아올 것 같으냐? 너희들의 뒷 모습을 보고 나를 찾아 온단다!”

 

주님, 사라진 종탑을 아쉬워하기 보다 짠맛 잃은 우리의 생활을 더 부끄러워하게 하시고, 선한

행실로 빛나는 우리의 삶이 진정한

종탑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하소서!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5:16)

 

/홍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