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7:3-5) 
 
1.
가롯 유다가 예수님을 팔았습니다. 배신한 것입니다.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예수님을 죽일 기회를 노린다는 것을 알고는, 유다는 예수님을 팔아넘길 것을 작심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생각이 들지요?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예수님을 죽이려면 얼마든지 체포할 수 있었을 텐데 구태여 유다의 배신이 왜 필요했을까요?
 
군중들이 예수님을 지지하였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어린아이들마저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소리를 지르며 예수님을 따라다녔습니다. 이른바 예수님은 뜨는 스타, 군중을 몰고 다니는 별이었습니다.
 
그런 마당에 군중이 보는 앞에서 예수님을 체포한다구요? 불가능한 일입니다. 백성들이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고 있다면 더욱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자신들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었기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을 체포하되 은밀하게, 아무도 모르게 전격적으로 체포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예수님이 한적하게 계신 시간과 장소를 모른다는 것입니다. 또한 예루살렘 당국자들은 예수님의 얼굴도 제대로 모릅니다. 예수님은 그동안 북쪽 갈릴리 지역에서 활동하셨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은 며칠 되지 않기에 누가 정확히 예수인지 파악하지도 못했습니다.
 
2.
그러던 차에 유다가 찾아왔습니다. 그 장면이 눅 22:1절 이하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유월절이라 하는 무교절이 다가오매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예수를 무슨 방도로 죽일까 궁리하니 이는 그들이 백성을 두려워함이더라. .... 이에 유다가 대제사장들과 성전 경비대장들에게 가서 예수를 넘겨줄 방도를 의논하매 그들이 기뻐하여 돈을 주기로 언약하는지라. 유다가 허락하고 예수를 무리가 없을 때에 넘겨줄 기회를 찾더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예수를 죽이고는 싶은데 백성이 두려워서 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유다가 찾아와서 예수를 넘겨주겠다고 하자 그들이 매우 기뻐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부터 유다는 예수를 그들에게 넘겨줄 기회를 찾았다고 역시 증언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유다는 스승을 배신하기로 작정하고, 원수들과 흥정까지 하였고, 호시탐탐 예수님을 넘겨줄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게다가 더 기가 막힌 것은 마 26장에 기록된 그 흥정의 내용입니다. “그 때에 열둘 중의 하나인 가룟 유다라 하는 자가 대제사장들에게 가서 말하되 내가 예수를 너희에게 넘겨주리니 얼마나 주려느냐 하니 그들이 은 삼십을 달아 주거늘 그가 그때부터 예수를 넘겨줄 기회를 찾더라.”(마 26:14-16)
 
유다가 예수님을 배신하고 넘긴 대가, 즉 예수님의 몸값으로 받은 게 얼마? 은 30입니다. 이 가치가 얼마인지 아는가요? 당시 유대인의 사회에서 은 30은 노예의 몸값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은 예수님을 이토록 가치 없는 하찮은 인물로 평가절하하였고, 예수님의 제자였던 유다도 이 몸값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왜? 예수님을 매우 하찮은 인물로 여김으로 제 나름대로 양심의 가책을 감추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에 대해 다른 학설도 있습니다. 예수님의 몸값이 너무 싸다고 하여, 이 은 30은 계약금이란 설이 있습니다. 나중에 더 받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이는 구약 성경 스가랴 11:12절에 예언된 은 30에 팔리란 말씀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증거하기 위해 줄여서 기록한 것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론들은 추측이고, 단순하게 성경에 기록된 대로, 성경 기록자가 우리보고 이 사실을 알라고 기록한 의도를 따라 그것을 이해한다면, 그건 분명 종의 몸값이었습니다. 자기 스승을 종으로 여기고, 하찮게 여겼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자기 스승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서야 어찌 스승을 배신할 수 있었겠습니까? 끝까지 유다는 자기 양심의 가책을 줄이려고 예수님을 모욕한 것입니다.
 
3.
유다, 예수님을 배신하고 은 30을 받았고, 그것을 몸에 지니고 다녔습니다. 그리곤 결국 양심의 가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양심의 가책이 엄습해 왔습니다. 이때의 유다를 이렇게 증언합니다.
 
“그 때에 예수를 판 유다가 그의 정죄됨을 보고 스스로 뉘우쳐 그 은 삼십을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에게 도로 갖다 주며 이르되 내가 무죄한 피를 팔고 죄를 범하였도다 하니”
 
유다는 양심의 가책을 심하게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받은 돈을 도로 들고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에게 갖다 주며 무를 것을 요구했으나, 그들은 차디차게 이렇게 말하고 돌아서 버렸습니다. “그들이 이르되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상관이냐 네가 당하라 하거늘”
 
이게 사탄의 태도입니다. 죄를 범하기 전에는, 유혹을 할 때는 아주 다정하게, 진실을 말하듯이 그렇게 거짓을 풀어놓습니다. 그리곤 덜커덕 그 유혹에 넘어가고, 범죄에 빠지면 그 즉시로 아주 냉정하게 대합니다. 왜? 죄를 범하기 전까지는 모르지만, 범죄하는 순간, 그 영혼은 자기 수하, 죄의 종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유다의 영혼은 더욱 갈 곳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더욱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결국 그는 자포자기하였습니다. 그의 자포자기한 심정이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 줄 아는가요?
 
그는 받았던 은을 성소에 던져 넣었다고 합니다. 성소가 어디인가요? 예루살렘 성전은 여러 구분이 되어 있어서 단어에 따라 그 장소가 달랐습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유다가 은을 던져 넣은 곳이 헌금 궤가 있는 여인들의 뜰, 즉 모든 이들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복음서의 기자는 그렇게 암시하지 않습니다. 성전을 뜻하는 단어가 둘이 있는데, ‘히에론’이란 단어와 ‘나오스’란 단어가 있습니다. ‘히에론’은 성전 건물 전체, 그 자체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헌금 궤가 있는 여인의 뜰을 의미할 때는 ‘히에론’이란 단어를 쓰면 됩니다. 그러나 ‘나오스’란 단어는 지성소와 성소만을 가리킬 때, 즉 성전의 중심부로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는 그런 곳을 뜻합니다. 거룩한 곳입니다.
 
유다가 은 30냥을 던져버린 곳이 어디인가요? 헬라어 원어 성경 본문에는 ‘나오스’란 단어를 썼습니다. 그러니까 유다는 제사장만이 접근할 수 있는 성전의 가장 거룩한 곳,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는 그런 거룩한 곳에다 그 은 30냥을 뿌려버린 것입니다. 어떻게? 추측하기는 지붕 위로 올라가 그 마당에 집어던진 것으로 보입니다.
 
유다가 뉘우쳤다고 하는데 그는 정말 하나님께 회개했을까요? 천만에! 이게 어디 하나님께 회개하는 모습인가요? 그는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양심의 가책을 받았고, 대제사장과 장로들에게 거절당하자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하나님의 거룩이고 뭐고 모르겠다 싶은 절망적 심정으로, 가장 도전적인 모습으로 하나님의 지성소에 은 30을 던져버린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굽히지 않고 끝까지 교만한 모습으로 하나님께 저항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곤 끝까지 하나님 앞에 무릎 꿇지 않고, 저항하다 자기 스스로 목을 매어 죽은 것입니다.
 
오늘 본문, 짧은 석 절에는 ‘스스로’라는 단어가 2번 나옵니다. 스스로 뉘우쳐, 스스로 목매어! 스스로! 끝까지 자기가 해결하겠다는 자세입니다.
 
4.
사랑하는 여러분, 죄는 내가 짓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책임지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물론 법적인 보상과 사회적 책임은 자신이 지지만, 하나님 앞에서의 책임은 내가 벌인 일이라고 내가 책임지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서의 죄의 형벌은 죽음인데,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옳은 것이 아닙니다. 그건 이미 성경이 증언한 대로 사탄의 논리요, 사탄의 자세입니다.
 
성경이 우리에게 일러주는 길은 뭔가요? 죄를 범하고 심한 가책을 느낄 때, 내가 가져야 할 자세는 뭔가요?
 
고후 7:10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근심은 후회할 것이 없는 구원에 이르게 하는 회개를 이루는 것이요 세상 근심은 사망을 이루는 것이니라.”
 
심한 가책, 왜 오는가요? 회개하라고 오는 것입니다. 그게 하나님께서 열어놓으신 구원의 길입니다. 범죄한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뭔가요? 모두 그 범죄함의 결과, 그 책임을 스스로 지고 다 죽으라는 것인가요? 천만의 말씀! 죄의 값이 사망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은 그게 아닙니다.
 
겔 33:11 “너는 그들에게 말하라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나의 삶을 두고 맹세하노니 나는 악인이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하고 악인이 그의 길에서 돌이켜 떠나 사는 것을 기뻐하노라. 이스라엘 족속아 돌이키고 돌이키라. 너희 악한 길에서 떠나라. 어찌 죽고자 하느냐 하셨다 하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게 뭐라구요? 죄인은 회개하고 돌아오라는 것입니다.
 
이를 예수님은 더욱 분명하게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와 같이 죄인 하나가 회개하면 하나님의 사자들 앞에 기쁨이 되느니라”(눅15:10) 죄인이 회개하고 돌아오면 하늘나라에서는 잔치를 벌인답니다.
 
이 말씀, 평상시 예수님의 제자들이 모두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를 3년 동안 듣고서도 자기가 지은 죄,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스스로 목매어 죽은 제자가 유다이고, 예수를 모른다고 3번씩이나 배신하고 심한 통곡 속에 절망하다가 말씀을 기억하고 회개하며 조심스레 주님의 손길을 다시 붙잡은 제자가 베드로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죄를 범하면 안 됩니다. 죄를 범하기 전까지 사탄은 갖은 논리로 우리를 유혹합니다. 그러나 그 유혹에 넘어가 범죄하는 순간, 사탄은 돌변하여 우리를 종으로 부릴 것입니다. 그리곤 결국 하나님의 성전에 범죄의 돈을 집어던지는 교만함과 불손함의 극치를 이루며, 마치 자신이 책임감 강한 인간이었던 것처럼 스스로 목매어 죽게 합니다. 유다가 스스로 한 것 같지만, 사실 그는 범죄한 순간부터 이미 사탄이 끄는 대로 끌려간 사탄의 하수인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5.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죄는 내가 짓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그건 우리 예수님께서 해결하십니다. 그 일을 위해 예수님은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인자가 온 것은 ...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20:28)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마26:28)
 
대속물, 우리의 죄를 사하기 위해, 용서받게 하기 위해 찢기시고 피 흘리기 위해 오신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우리는 오늘 그 예수님의 희생을 성찬을 통해 다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일부터 한 주간, 새벽기도를 통해 그 사랑을 묵상하고자 합니다. 내일부터 새벽에 일어나가시다. 새벽 기도회에 나갑시다. 그 새벽에 자신의 죄를 돌아봅시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죄는 내가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주님께 들고 나가 회개하면 십자가를 통해 죄사함의 길을 열어주신 예수님께서 해결해 주십니다. 이번 주간 주님의 십자가 밑으로 나아가 자신의 죄를 해결받는, 흘러내리는 주님의 보혈로 깨끗함을 받는 한 주간이 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