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8:1-15)

1.
몇 해 전, 부활절을 맞이하여 이발을 하고 하얀 가운을 입고 강단에 서서 설교를 했더니, 어느 권사님이 나가시면서 이렇게 인사를 하십니다. ‘오늘 목사님은 무덤가의 천사 같았어요.’
 
내, 그때 알았습니다. 천사는 날씬한 게 아니라 몸이 좀 나간다는 사실을! 나를 닮은 그 무덤가의 천사가 오늘 말씀에 등장합니다.
 
2.
예수님을 장사지낸 후, 안식일이 지나자마자 다음날 새벽, 두 여인이 예수님의 무덤을 향해 갔습니다. 아무래도 예수님 장례 치룬 것이 너무 허술하다 싶었습니다. 사실 제대로 예를 다하여 장례 치룰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안식일이 지나자마자, 여인들이 예수님의 시신에 향료라도 더 발라드리고자 새벽에 무덤을 향해 갔습니다.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찾아갔다고 마태복음은 기록하는데, 복음서마다 조금씩 그 찾아간 사람들이 다릅니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남자들이 아닌 여인네들이 찾아갔고, 그녀들의 걱정거리는 마가복음의 기록에 의하면, 무덤을 닫아놓은 그 커다란 돌문을 어떻게 열 것인 가였습니다. 여인들의 힘으론 불가능했기 때문이고, 게다가 거기엔 로마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걱정을 했지만, 그래도 그녀들은 자리에 앉아서 걱정만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행동을 하면서 걱정을 했습니다. 맞습니다. 걱정만 하고 가만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걱정을 하더라도 행동을 개시하면, 역사는 뒤따라옵니다.
 
세상 사는 것이 힘든가요? 걱정만 하고 있지 말고, 걱정스러워도 시작합시다. 따라오는 역사가 있습니다. 이걸 언제 다하나 싶은데 그래도 시작하고 나면 마칠 때가 있습니다. 여인들의 걱정은 실상 매우 현실적인 걱정거리이며, 자기들 힘으론 해결하기 힘든 그런 걱정거리였습니다. 그러나 여인들은 무조건 갔습니다. 그러자 거기에 역사가 나타났습니다.
 
2절, “큰 지진이 나며 주의 천사가 하늘로부터 내려와 돌을 굴려 내고 그 위에 앉았는데, 그 형상이 번개 같고 그 옷은 눈같이 희거늘” 하나님께서 무덤 문을 열어주시는데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으셨습니다. 당신의 손, 친히 지진을 일으켜, 땅이 우르르 울며 흔들리는 과정에서 무덤을 막고 선 큰 돌이 굴러 비켜서게 했습니다. 마치 천사가 돌을 굴려 낸 것 같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천사가 나타나더니 일러줍니다.
 
“천사가 여자들에게 말하여 이르되 너희는 무서워하지 말라.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를 너희가 찾는 줄을 내가 아노라. 그가 여기 계시지 않고 그가 말씀하시던 대로 살아나셨느니라. 와서 그가 누우셨던 곳을 보라.”
 
천사는 분명히 빈 무덤을 보여주며, 예수님께서 죽음에서 부활하셔서 살아계심을 증거하였습니다. 그것도 평상시에 말씀하셨던 대로, 그렇게 부활하셨음을 증언하였습니다.
 
그러자, 여인들은 무서움과 큰 기쁨으로 그 무덤을 벗어나 마악 달려가려다가 마침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예수께서 그들을 만나 이르시되 평안하냐 하시거늘 여자들이 나아가 그 발을 붙잡고 경배하니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무서워하지 말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리로 가라 하라 거기서 나를 보리라 하시니라.”
 
이렇게 해서 부활의 소식은 제자들에게 전하여졌고, 제자들은 마침내 갈릴리로 가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다고 요한복음 21장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3.
그런데 우린 오늘의 본문에서 좀 독특한 장면을 봅니다. 예수님의 부활 현장, 그 현장엔 여인들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 현장엔 무덤을 지키던 로마 군인들도 있었습니다. 당대 세계에서 가장 잘났다고 하는, 가장 강한 정예의 로마 군대입니다.
 
그런데 지진이 나고, 천사가 나타나자, 그 강한 로마 군인들은 어떻게 하였는가요? 4절, “지키던 자들이 그를 무서워하여 떨며 죽은 사람과 같이 되었더라.” 로마 군인들은 나타난 천사를 보고 무서워하였습니다. 두려움으로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습니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되었다고 합니다. 공포심으로 사색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그랬겠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천사가 말합니다. “너희는 무서워하지 말라.” 당연한 격려와 위로의 말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너희는 무서워하지 말라’는 격려의 말을 천사는 누구에게 했습니까? 여자들에게 했습니다! 바로 앞 절, 4절 ‘지키던 자들이 그를 무서워하며 떨며 죽은 사람과 같이 되었더라.’하고는 바로 이어서 5절에 ‘너희는 무서워하지 말라’했으니, 당연히 이 말은 앞 절 4절에서 무서워하며 떨며 죽은 사람과 같이 된 이들, 바로 로마 군인들에게 했어야 흐름이 옳은데, 정작 천사를 보고 무서워 떨며 죽은 사람같이 된 로마 군인은 쳐다보지도 않고, 엉뚱하게도 여인들을 향해 천사는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여인들도 무서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상 로마 군인들이 더 무서웠을 것입니다. 왜? 그들은 예수님을 죽인 당사자들이니 더 무서웠을 것입니다. 엄청난 두려움에 벌벌 떨며, 사색이 다 된 이들, 그들이 무덤을 지키던 로마 군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천사는 그 로마 군인에겐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여인들에게만 말합니다. 더 무서워하는 이는 버려두고, 여인들에게 부활의 소식을 전하며 무서워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천사는 여인들에게 말하는 내내 로마 군인에게 곁눈질도 않습니다. 마치 그들은 거기에 없다는 듯이 철저히 무시를 합니다. 조금의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4.
난 얼굴 파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얌전히 목회하는 스타일입니다. 정치를 한다고 외부로 돌아다니지도 않고, 늘 목양실에서 묵상하고 글 쓰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난 유명하다는 이들을 만나는 게 언제나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유명한 이들 중에 아는 이가 별로 없습니다.
 
언젠가 유성에서 동문회가 있어서 갔는데, 어느 신학교 총장님이 강사로 왔습니다. 평상시 내가 혼자 좋아하던 분이라, 끝나고 찾아가서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그분이 ‘아, 예’하는 정도로 목례(目禮)만 하고는 금방 고개를 옆에 있는 큰 교회 목사에게로 돌립니다. 무시당한 것입니다.
 
이건 그래도 양반입니다. 149성전 시절, 즉 이곳, 왕십리가 개발되기 전에 어느 연합 회의에 갔는데, 어떤 장로님에게 인사를 했는데, 시큰둥하게 받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장로님이 ‘이 양 목사님은 왕십리중앙교회에서 큰 목회 하시는 분이야.’하니까 그때서야 정색을 하더니 ‘아, 그러세요? 그 왕십리중앙교회?’하며 날 알아본다는 눈치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 말에 내가 뒤집어졌습니다. “아, 거 큰 교회죠? 신당동에서 곱창 4거리 가다 보면 오른편에 돌로 지은 큰 교회, 아, 정말 큰 교회에서 목회하시는군요.” 큰 왕십리교회를 말하는 것입니다. 차라리 가만이나 있지 ...
 
무시를 당한다는 것, 정말 기분 나쁩니다. 사람에게 무시를 당하는 것도 이렇게 기분 나쁜데, 하나님께 무시를 당한다면 어떨까요?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로마 군인들, 예수님의 무덤을 지키던 로마 군인들, 그들을 철저하게 하나님께서 무시하고 계십니다. 쳐다보지도 않고 계십니다. 분명 그 자리에 있는데, 여인들만 상대하십니다. 마치 부활의 축복은 그들에게 해당되지 않는다는 듯이 그렇게 무시하십니다. 왜 그러실까요?
 
5.
그들에겐 믿음이 아예 없었습니다. 그들은 믿을 이들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말입니다. 보여주면 믿겠다고 며칠 전 십자가 밑에서 예수님을 조롱하며 비웃던 이들입니다. 예수님께 침 뱉고, 못질하고, 창질하던 이들입니다. ‘네가 메시아가 아니냐, 내려와 봐라. 그러면 믿겠다.’하던 이들입니다.
 
그런데, 십자가 위에서 내려오는 정도가 아닙니다, 죽음의 문을 열고 부활하신 예수님이십니다. 엄청난 하늘의 파워로 부활하신 예수님, 그 현장에 있던 이들입니다. 그 현장에 있던 여인들은 모두 예수님의 거룩한 증인들, 거룩한 성도들이 다 되었는데, 그들은? 끝내 그들은 믿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이미 심판에 내어준 이들이었습니다. 이들에겐 긍휼이 없습니다. 이들에게는 위로가 없습니다. 이들에겐 두려움뿐이요, 형벌뿐입니다. 똑같이 무서워하는데, 여인들에겐 위로가 있고, 잘난 척하는 이들에게는 위로가 없습니다.
 
그 후 이들이 한 짓이 뭔가요? 여인들은 예수님의 부활의 증인이 되어 뛰어갔지만, 이들은 거짓과 불의에 고개 숙이고, 돈 앞에 무릎 꿇습니다. 분명히 자기들의 눈으로 봤으면서도, 그 부활 현장의 증인이면서도 돈 받고 거짓 증언을 하며, 대제사장의 돈 몇 푼에 양심을 팔고, 장로들의 몇 푼에 무너지고 맙니다. 철저히 돈에 팔리고 말았습니다.
 
예수님의 부활, 누구에게나 다 믿어지는 게 아닙니다. 심지어 그 자리에서 본 이들 중에서도 두려워하면서도 믿지 않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 자리에 없었던 이들로서는 믿는다는 게 그야말로 기적입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불가항력적인 은총입니다.
 
여러분은 예수님의 부활이 믿어지는가요? 감사하십시오. 그건 내 이성이 아닙니다. 그건 하나님께서 내 안에 부어주신 성령의 감동, 충만함으로 인한 역사입니다. 그건 하나님께서 나를 선대하신다는 뜻입니다.
 
잘났다고 하는 로마 군인, 자기 스스로 살 수 있다고, 자기 힘으로 살아가겠다고 큰소리치는 정말 잘난 로마 군인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 약해 보이는 여인들, 두려워하는 여인들, 그 겸손한 여인들에겐 따뜻한 눈길과 손길로, 그들을 위로해 주십니다. 평강을 주십니다. 그 여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이 임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습니까? 하나님의 사랑이 자신에게 임했기 때문입니다. 할렐루야!
 
하나님의 구속의 은총, 구원의 역사에 제외된 이들, 쳐다보지도 않으십니다. 혹, 하나님께서 자신을 자꾸 쳐다보심이 부담스러운가요? 감사하십시오. 하나님이 자신에게 관심갖는 것이 짐스러운가요? 도리어 감격하십시오! 그건 축복입니다. 하나님의 관심이 멈춘 곳이 지옥입니다. 하나님이 나를 상대하신다는 것, 그 자체가 축복입니다!
 
6.
그런데 하나님은 왜 여인들에겐 이토록 자상한 관심을 가지시고, 반면에 로마 군인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으셨습니까? 믿음,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그날 이후 부활의 소식은 공개적으로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시점에 이를 때까지 부활의 소식,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만나주심은 모두 비공개적이었습니다. 달리 말해, 그것은 관계성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신앙 공동체와 관계가 없는 이들에겐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즉 예수님의 부활은 오순절 성령강림 때까지 서로를 너무도 잘 아는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났습니다. 부활이란, 서로 인격적으로 얽히는 법이 없는 불특정한 군중들 앞에서 일어나는 무슨 공연(公演), 쇼 같은 사건이 아닙니다. 평상시 서로 신앙으로, 경건으로, 마음으로 얽혀있는, 서로 관계가 있는 사이에서 전해집니다.
 
그러니까 부활의 소식이 처음 전해질 때, 로마 군인들은 그들과 관계성이 없었습니다. 그 믿음의 형제자매 그룹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성도의 관계성에 들어와 있는 이들에게는 분명하게 이 부활의 은총이 전하여졌습니다. 심지어 믿지 않으려는 이들에게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직접 찾아가셔서 왜 안 믿느냐고 하시며 믿게 해 주셨습니다.
 
부활의 권능, 부활의 생명 축복, 부활의 축복에 참여하기를 원한다면, 그 부활의 믿음, 부활 신앙을 갖고 사는 형제와 자매들, 그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십시오. 성도들과 더욱 굳건한 관계를 가지십시오. 세상 친구들과 더 가까워지면 그 축복은 멀어질 것입니다. 적어도 예수님의 부활을 확신하는 형제와 자매들, 그들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갖고 사십시오. 그들을 통해 부활의 축복은 내게 전해져 옵니다.
 
유감스럽게도 로마 군인들은 부활의 현장에 있었지만, 그들은 믿음의 공동체에서는 이방인이었습니다. 그러기에 그들은 현장에 있었어도, 하나님께서 상대하지 않으십니다. 그들은 없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니 주일마다 교회에 와서 이 부활 신앙을 갖고 사는 형제와 자매를 만난다는 것, 그들과 교제를 하고, 신앙 공동체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 이건 축복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이해 못 하는 신앙의 축복, 그 비밀이 우리 왕십리중앙교회 성도가 모일 때마다 충만하길 소망합니다.
 
그러기에 주일날 교회 한 번 다녀온 것이 일주일 내내 자신에게 힘이 되는 축복이 시간이 됩니다. 그런 성도와의 교제가 내 삶의 에너지원이 됩니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만나지도 모이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비대면으로라도 그 축복을, 그 비밀을 서로 간증하고 증언하십시오. 그리하여 하늘의 축복, 그 놀라운 소식이 언제나 자신에게도 전해지게 하십시오.
 
7.
예전의 찬송 중에 이런 찬송이 있었습니다. “천부여 의지 없어서 손들고 옵니다. 주 나를 박대하시면 나 어디 가리까” ‘박대’라는 말이 뭔지 아는가요? 우리가 사용하는 찬송가에는 이렇게 가사가 바뀌어 있습니다. “천부여 의지 없어서 손들고 옵니다. 주 나를 외면하시면 나 어디 가리까”
 
하나님의 성전에 나와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하나님께 예배드립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나를 외면하신다? 나를 박대 하신다? 하나님께서 나를 쳐다보지도 않으신다? 김 집사는 쳐다보시는데 나에겐 눈길도 주지 않으신다? 이 집사에겐 감동으로 말씀하시는데, 나에겐 냉랭하시다? 뭔가 잘못됐습니다! Something wrong!
 
나를 향한 하나님의 온전한 모습이 뭔지 아는가요? 스바냐 3:17절, “...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 하리라.”
 
그런데 그런 하나님께서 나를 외면하신다? 나를 쳐다보지도 않으신다? 부활의 축복, 그 엄청난 하늘 축복의 소식을 전해주는데, 나에겐 말도 건네지 않는다? 비극입니다! 불행입니다!
 
하나님과 화목하십시오. 하나님과 갈등을 빚지 마십시오. 돈 몇 푼에 신앙 양심을 팔지 마십시오. 돈 몇 푼에 진실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주의 성도들과 온전한 관계를 가지십시오. 선교회에서나 구역에서나 믿음의 사람들과 관계를 갖고 사십시오. 코로나 비대면이라고 얼씨구나 제멋대로 떨어져 살지 말고, 전화로라도, 카톡으로라도, 영상으로라도 서로 믿음의 안부를 물으며 마음과 영이 늘 접촉되는, 성도의 교제 속에 사십시오.
 
그러면 하나님께서 챙기실 것입니다. 찾으실 것입니다. 부활의 소식을 알려주실 것이고, 염려하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 하시며 나를 찾아보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외면하시는 얼굴이 아닌,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나를 보시고, 자꾸만 말을 걸어오시는, 그 사랑을 듬뿍 받고 누리는 부활의 성도로 사시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