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모데후서 1:3-5) 
 
1.
짧은 동영상을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아이가 이렇게 기도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기도하지는 않았을 텐데 대체 이 어린 것이 이렇게 기도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2.
내 어릴 때 엄마는 늘 나를 당신의 무릎 위에 뉘어놓으시고 기도하시고 또 찬송부르시곤 하셨습니다. 엄마 무릎 위에서 나는 때때로 잠이 들곤 했는데, 갑자기 물방울이 떨어져 놀라 깬 적이 있는데, 엄마가 기도하시며 우시는 거였습니다.
 
엄마는 나를 무릎 위에 뉘어놓고 찬송을 부르셨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찬송은 2곡입니다. 그중 하나가 ‘내 주를 가까이’이다. ‘내 주를 가까이하려 함은 십자가 짐같은 고생이라...’ 그런데 나는 이 찬송가 가사를 이해도 못했고 1,3절이 왔다 갔다 해서 ‘내주를 가까이 하려 함은 생명길 되나니 은혜로다.’하는 식으로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습니다.
 
그것도 ‘생명길’이 뭔지도 모르는 때라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색연필’로 따라 했습니다. ‘내 주를 가까이하려 함은 색연필 되나니 은혜로다’ 하면서 ‘아하, 주님을 가까이하면 색연필이 생기는구나!’ 했습니다.
 
또 하나의 찬송은 ‘주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 그때는 참으로 살기 어려웠던 때인 것 같습니다. 사는 게 힘들어 내 주를 가까이하기 위해선 십자가 지는 것 같은 고통이 있고, 그러면서도 그 많은 근심 걱정들에 사로잡히지 않고 예수님을 바라보며 주 안에 있는 자기에게 딴 근심 없다고 마음을 다잡으며 신앙 생활하던 때였습니다.
 
암튼 난 우리 엄마에게서 찬송을 배웠는데, 유감스러운 것은 어른들 풍으로 찬송을 배웠다는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불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학교 선생님들은 내가 어른 찬송을 이렇게 거침없이 어른들 식으로 불러대는 것을 보고 ‘찬송 신동’이 나왔다고 웃을 정도였습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아무것도 모르면서 엄마를 따라다니며 찬송을 배웠고, 기도를 배웠습니다. 교회 가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웠고, 목사님께는 어떻게 대하고, 장로님을 비롯해 교회 어른들에게는 어떤 예로 대해야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내가 배우고 싶어서 배운 게 아닙니다. 으레 그렇게 하는 건 줄 알고 자연스레 배웠습니다. 나의 신앙생활에는 엄마의 신앙이 그대로 배어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떻게 신앙을 배울까요? 선생님에게서? 정말일까요? 아이의 신앙은 부모에게서 옵니다. 부모의 섬김에서 옵니다. 그것을 보고 자녀들은 배웁니다. 부모의 대화에서 옵니다. 그것을 들으며 자녀들은 마음에 새깁니다.
 
신앙은 1 더하기 1은 2이다 하는 공식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삶에서 삶으로 배우는 것입니다. 심지어 성경공부 시간에 이론적이고, 교리적인 것은 배우지만 그러나 근본적인 신앙의 기본자세, 신앙인의 삶은 가까이에 있는 믿음의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것입니다.
 
미국의 어느 교회학교에서 글짓기를 했는데, 한 아이가 ‘내 삶의 최악의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이런 글을 썼습니다. “나는 교회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의 시간이 가장 괴롭다. 우리 엄마, 아빠는 왜 교회에 대한 비판을 그렇게 많이 하는 걸까? 왜 목사님에 대한 불만을 그렇게 많이 갖는 걸까? 그러면서 왜 그 교회를 계속 나가는 걸까? 왜 그 교회 교인들을 매 주일 만날까? 왜 그 목사님의 설교를 매 주일 듣는 걸까? 내가 엄마, 아빠와 교회에 다녀오는 시간은 내 삶의 최악의 시간이다.”
 
이런 신앙의 분위기에서 자란 자녀는 결국 어떤 신앙을 갖게 될까요? 콩 심은 데서 콩 나고 팥 심은 데서 팥 납니다.
 
3.
오늘 본문 말씀, 사도 바울이 디모데를 그리워하며 쓴 편지입니다. “내가 밤낮 간구하는 가운데 쉬지 않고 너를 생각하여 청결한 양심으로 조상적부터 섬겨 오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네 눈물을 생각하여 너 보기를 원함은 내 기쁨이 가득하게 하려 함이니 이는 네 속에 거짓이 없는 믿음이 있음을 생각함이라. 이 믿음은 먼저 네 외조모 로이스와 네 어머니 유니게 속에 있더니 네 속에도 있는 줄을 확신하노라.”
 
목회하는 디모데 목사를 위해 사도 바울은 밤낮으로 쉬지 않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디모데를 믿음의 아들로 삼고 신앙 훈련을 시켜 마침내 목회자로 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목회하는 디모데를 위해 밤낮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디모데를 위해 기도하는 중에 그 디모데에게서 뭔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기억하며 평생 위하여 기도해 주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그게 뭔가요? ‘거짓이 없는 믿음!’
 
믿음도 말이죠, 거짓이 많습니다. 위장된 믿음이 많습니다. 말로는 천하에 그보다 더 진실한 믿음의 사람이 없는데, 하는 걸 보면 거짓말이다, 믿음이 없다. 말로는 믿는다 하면서도 무의식중에 믿지 못하겠다는 걸 드러내 보입니다. 예수와 진리를 말하지만 예수를 팔고 진리를 파는 것이지 예수를 진리로 믿고 순종하는 게 아닙니다. 남들이 볼 때는 대단한 직분자, 목사, 장로, 권사, 집사 같아 보이지만 실은 믿음이 없습니다. 그건 다 보여주기 위한 것에, 제스추어에 불과합니다. 성도의 삶으로 진실성도 경건성도 없습니다.
 
오래 전에 심방을 갔습니다. 요즘엔 그렇게 심방하지 않지만, 예전엔 길 가다가 불쑥 찾아 들어가곤 했습니다. 불쑥 찾아간 심방이라 집사님이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거실에 앉아 예배를 드리려고 하는데 집사님에게 성경책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집사님이 어린 아들에게 시킵니다. ‘얘, 안방에 가서 엄마가 늘 즐겨 보던 책을 갖고 와.’ 잠시 후 아이가 책을 들고 왔는데, 당시 월간 잡지 ‘아리랑’이었습니다. 다른 이들은 속일 수 있어도 아이는 속일 수 없습니다.
 
점잖은 것 같은데, 진실한 것 같은데, 신령한 것 같은데, 말만 들어서는 대단한 믿음 같은데 위장되고 위선된 믿음입니다. 거짓이 없는 순박한 믿음, 대하기 쉽지 않습니다.
 
목사, 장로들도 마찬가지더라구요. 노회나 모임에 나가보면 말은 신령하고 거룩한 말만 골라 하는데 내가 아는 그분들의 속셈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자기 속셈이 따로 있어서 그 속셈을 이루기 위해 멋진 말을 골라 하고, 야합하고 음흉한 뜻을 이룹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 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이 세상엔 믿음이 없는 게 아니라 믿음은 많은 데 많은 경우 거짓된 믿음입니다.
 
거짓이 없는 믿음, 정금 같은 믿음, 단련된 믿음, 하나님께서도 인정해 주시고 반할 정도의 그런 믿음을 갖읍시다. 주님이 ‘네 믿음대로 될지어다’라고 나를 축복하실 때 찬란하게 드러나는 그런 순박하고도 확실한 믿음을 갖읍시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하실 때 정말 구원받을 수 있는 그런 확고한 믿음, 거짓이 없는 믿음을 소유하기를 소망합니다.
 
4.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서 이런 거짓이 없는 믿음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거짓이 없는 믿음, 어디서 온 걸까요? 대부분 ‘눈물’에서 옵니다. 물론 위장된 가짜 눈물도 있지만, 디모데는 많이 울었습니다. 사도 바울이 ‘네 눈물을 생각하여’라고 할 정도로 디모데는 기도하며 많이 울었습니다.
 
눈물이 마르면 내 영혼도 마릅니다. 뻑뻑해집니다. 눈물은 영혼의 정화수라고 하지 않습니까. 기도하며 회개와 통회의 눈물, 감동과 감사의 눈물, ... 늘 강수를 이루기 바랍니다.
 
그런데 디모데에게 있는 이 거짓이 없는 믿음은 단순한 눈물에서만 온 것은 아닙니다. “이 믿음은 먼저 네 외조모 로이스와 네 어머니 유니게 속에 있더니 네 속에도 있는 줄을 확신하노라.”
 
외조모 로이스, 즉 외할머니 로이스, 그리고 어머니 유니게! 디모데는 유대인과 헬라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이입니다. 그러기에 아버지는 헬라인으로 믿음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할머니와 어머니는 신실한 신앙인이었습니다. 이 할머니와 어머니, 그야말로 디모데를 무릎 위에 앉혀놓고 찬송하고 기도하며, 거짓이 없는 참 믿음의 모습을 보여줬을 것입니다. 그리고 디모데는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그대로 그것을 자연스레 배웠을 것입니다.
 
자녀에게서 누구를 보는가요? 그 부모를 봅니다. 그 부모의 신앙을 봅니다. 자식 문제만큼은 부모 맘대로 안 됩니다.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많은 경우는 아니다, 부모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몇 해 전부터 거울을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거울 속에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나는 자연스레 우리 아버지가 되어 가고 있더라구요. 자녀들은 거의 그 부모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어떤 길, 어떤 삶을 줄 것인가요?
 
자신의 자녀들이 하나님 앞에서 더 인정받고, 더 쓰임 받고, 더 축복받고, 더 복되게 살기를 원하는 여러분, 정말이지 거짓이 없는 믿음의 삶을 살기 원하는 여러분, 우리가 그리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그 길을 먼저 가야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예배도 잘 안 드리고, 기도도 대충하고, 자기만 알고, 희생할 줄 모르고 이기적이라고 걱정에 걱정을 하는 어른들이 많은데, 그들은 왜 그러는 걸까요? 그 부모가 그리 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가 그걸 가르치겠습니까? 자연스레 평생 같이 사는 부모에게서 보고 배운 거지.
 
자녀에게서 누구를 보는가요? 위대한 사람, 유명한 사람, 잘 나가는 사람, 어쩌고저쩌고하지만, 정작 자녀에게서 볼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 그 부모입니다. 부모부터 하나님 앞에 복 받을 만한 삶을 삽시다. 부모부터 하나님 앞에서 인정받을 만한 사람으로 삽시다.
 
오래전에 어느 집사님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린 딸을 데리고 나들이 갔는데, 길에서 아는 분을 만났습니다. 그러자 그분이 자기 딸을 보고 ‘아이고 이쁘기도 해라. 아빠를 쏙 빼닮았구나!’합니다. 그러자 어린 딸이 그러더랍니다. “아녜요, 나는 아빠를 닮지 않았어요. 아빠는요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고, 교회도 안 나가는데 나는 교회도 잘 나가요. 나는 아빠를 닮지 않았어요.”
 
깜짝 놀랐답니다. 일종의 충격이었답니다. 아빠를 자랑스러워하지 않고, 아빠 닮았다는 것을 부끄러워할 정도라면 자신의 삶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했답니다. 그래서 회개하고 교회 잘 나오고 술 담배도 끊었다고 고백하더라구요.
 
‘제발 나만 닮지 마라’하지 말고 ‘제발 나만 닮아라’할 정도로 그리 삽시다. 자식에게서 비치는 모습은 나의 모습입니다. 자식은 내 삶의 열매, 내 지성의 열매, 내 믿음의 열매 아닌가요? 열매가 부실한 것은 그 나무가 부실한 것입니다.
 
어린이 주일, 이 땅의 모든 아이가 아빠, 엄마를 닮는 복된 주일이기를! 그러기 위해 부모가 먼저 거짓이 없는 참 믿음의 삶과 신앙의 모델이 됩시다. 여러분의 자녀들이 여러분의 삶을 증명하는 복된 열매들이 될 것입니다. 꼭 그리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