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15:21-28) 
 
1.
수수께끼 하나를 낼까요? 한 스님이 얼어붙은 강을 건너다가 갑자기 얼음이 쩌억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순간, 이 스님은 무어라고 외마디를 질렀을까요? ‘아이고, 부처님?’ 아닙니다. ‘아이고, 하나님!’했답니다. 내 중고생 시절에 유행하던 우스갯소리 중의 하나입니다. 사람은 갑자기 닥친 위기에는 누구나 본능적으로 하나님을 찾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위기 상황에서 그다음으로 많이 찾는 대상이 누굴까요? ‘어머니’입니다. “엄마야!” 하거나 “애구 어머니!”하는 사람들이 많지 “아버지!”하는 이는 별로 없습니다. “어머니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에”하는 노래 가사는 있어도 ‘아버지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에’라는 가사는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어머니!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위대한 힘을 담고 있는 단어 중에 하나입니다. 그 강한 군인들 세계에서도 결코 ‘아버지’라는 단어에는 그런 반응이 없는데, ‘어머니’라는 단어에는 왜 그리 눈물들을 흘리는지 모릅니다. 그만큼 어머니의 사랑은 놀라운 면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2.
오늘 성경 본문에 이런 한 어머니가 나옵니다. 한 마디로 한(恨)이 많은 어머니, 마음이 슬프고 병든 어머니, 자식 때문에 마음이 갈래갈래 찢기어진 어머니입니다. ‘가나안 여자 하나’라고 하는데, 같은 기사를 기록한 막 7:26절에 의하면 “헬라인이요 수로보니게 족속”이라고 합니다. 즉 이방 여자, 외국인이란 뜻입니다.
 
이 여자가 예수님께 나아왔습니다. 그리곤 부르짖습니다. 그 부르짖는 내용으로 보아 그 사연을 짐작할 수 있는데, 그의 딸이 귀신 들린 것입니다. 차라리 어디 몸이 아프거나, 부러졌거나 했다면 덜 했을 것인데, 귀신이 들렸다니 그 딸의 형편은 말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 추함과 괴기함, 더러움, 귀신의 속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딸을 바라보아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 어찌 슬픔이 없겠습니까?
 
오래전에 한 할머니가 등록하셨습니다. 70이 넘은 노인네가 40이 넘은 딸을 데리고 살고 계셨습니다. 이분은 일본 종교인 ‘일련정종’, ‘남묘호렝겝교’하고 주문을 외우는 일본 불교의 한 종파인 일련정종을 이십여년째 믿고 살던 할머니였습니다.
 
등록하여 심방을 갔더니 이 할머니가 반갑게 뛰어나오시며 맞아주시는데, 이렇게 인사를 합니다. “어이구, 주지 목사님, 감사합니다”. 졸지에 주지가 되었습니다. 방에 들어갔더니 딸이 있는데, 이상했습니다. 사연을 들었더니 이 딸이 고교 시절에 학교 갔다 오더니 이상하게 시름시름 앓다가 이렇게 되었답니다. 쉽게 말해 그때부터 귀신이 들렸다는 것입니다.
 
이 귀신이 이상하게도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괴기를 부리고 소란을 떨다가도 내가 가면 얌전해집니다. 옷매무새를 고치고, 새침데기처럼 앉아 있습니다. 내가 보기엔 어떤 쇼킹한 일로 마음과 정신이 뒤죽박죽이 되어 그런거지 악령이 들어 그런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아무튼 지저분하게 있다가도 내가 가면 화장을 한다고 법석을 떱니다.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느끼는 것, 그 어머니는 혼자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을까요?
 
가족들 모두 멀리하여 어머니가 혼자 이 딸을 데리고 이렇게 살고 있는데, 밤중에 이상한 짓 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낮에도 괴기를 부려, 도무지 사람들이 찾아오지도 않고, 늘 그 늙은 어머니와 딸뿐인 그런 집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늙은 어머니, 어떻게 해서든지 이 딸을 고쳐 보겠다고 이십여년을 믿던 ‘남묘호렝겝교’를 버리고 교회로 나온 것입니다.
 
오늘 성경에 나오는 가나안 여인이 아마도 그런 어머니인 것으로 보입니다. 몸부림치며 자기 딸을 고쳐 보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던 차에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마지막 희망을 갖고 예수님께 나아왔습니다. 그러나 실상 이방인인 자신이 유대인인 예수님께 나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당시 사회 관습이 그것을 금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여인은 딸을 고쳐야 한다는 일념(一念)하에 예수님께 나아갔습니다. 그리곤 외칩니다.
 
“주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내 딸이 흉악하게 귀신 들렸나이다!” 이에 예수님은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자 이 여인은 계속 뒤따르며 부르짖었습니다. “주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내 딸이 흉악하게 귀신 들렸나이다!” 가까이서 부르짖은 게 아니라 멀찍이 떨어져서 부르짖었을 테니 그 소리가 얼마나 컸겠습니까?
 
그렇게 온종일 예수님의 뒤를 따라다니며 부르짖은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나 그것이 귀찮은 정도였는지, 듣다못해 제자들이 나서서 예수님께 대신 청해줍니다. “예수는 한 말씀도 대답하지 아니하시니 제자들이 와서 청하여 말하되 그 여자가 우리 뒤에서 소리를 지르오니 그를 보내소서.”
 
그럼에도 예수님은 냉담하십니다. 그러자 이 어머니를 보십시오. 25절, “여자가 와서 예수께 절하며 이르되 주여 저를 도우소서!” 더 이상 멀리 거리를 두고 부르짖을 수 없었습니다. 무슨 욕을 먹든지, 무슨 수모를 당하던지 이번 기회에 내 딸을 고쳐야겠다 하는 집념에 아예 사람들을 헤치고 예수님께 나아와 절하며 그 앞에서 부르짖습니다. “주여, 저를 도우소서!”
 
평상시 이 정도의 간절함이면 예수님은 응답하셨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계속 냉담 하십니다. 아니 냉담 정도가 아니라 더 모욕적인 말을 하십니다.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하지 아니하니라” 여인을 향하여 ‘개’라고 까지 표현하십니다. 이런 모욕이 어디 있습니까? 그럼에도 여인은 물러서지 않습니다. “주여 옳소이다마는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이 여인에겐 세상 말로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습니다. 자기의 사랑하는 딸이 귀신 들렸고, 그 딸을 고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되어 개면 어떻고 소면 어떠냐, 내 딸만 고칠 수 있다면 하는 심정으로 예수님께 매어 달립니다. 자존심도 없고, 체면도 없고, 그저 딸만 고칠 수 있다면 하는 간절한 마음뿐입니다.
 
여기에 드디어 주님께서 축복하십니다. “여자여 네 믿음이 크도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 하시니 그때로부터 그의 딸이 나으니라.”
 
3.
사랑하는 어머니 여러분, 아마도 여러분 모두에게도 이런 열정이 있는 줄 믿습니다. 자식을 향한 애 타는 사랑이 있는 줄 믿습니다. 그런데 그 사랑은 바른 기초, 토대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 주님께로 그 사랑의 토대를 놓으십시오. 주님께서 ‘여자여 네 믿음이 크도다’하신 것처럼 먼저 자식을 탓하지 말고, 자신의 믿음 없음을 돌아보십시오. 정녕 여러분이 좋은 믿음이 있으면 여러분의 자녀는 축복을 받을 줄로 믿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믿음의 어머니에게 이런 축복을 주셨습니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 오늘 말씀에 나오는 이 믿음의 어머니, 배운 것이 뭐 있겠습니까? 그야말로 불학무식(不學無識)합니다. 그 외모를 생각해 보십시오. 꾀죄죄하기 이를 데 없을 것입니다. 세상 권세, 사회적 위치? 천민 중의 천민입니다. 남편에 대한 말이 없는 것으로 보아 과부인 듯싶습니다. ‘과부와 고아’는 가장 밑바닥, 보호자 없는 불쌍한 이들입니다. 정말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어머니에게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주님께선 이런 엄청난 힘을 축복하셨습니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소원은 뭘까요? 우리 엄마는 나에게 어떤 소원을 갖고 있을까요? 내가 어떻게 되기를, 어떻게 살기를 원하실까요? 하나님께서 내 어머니에게 ‘네 소원대로 되리라!’하실 때 나에겐 어떤 역사가 일어날 것이며, 과연 어떤 열매가 열릴까요?
 
어머니, 여러분의 자식을 향한 소원이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단순히 돈 많이 벌어 떵떵거리며 살기를 원하는가요? 출세하기만을 바라는가요? 허망할 것입니다. 보람되고 가치 있는 소원이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도 기뻐하실만한 그런 소원이 여러분의 자식을 향해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기도하는 한, 주님께서 마침내 그리 축복하실 것입니다. 자식을 향해서 만큼은 ‘네 소원대로 되리라!’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자식은 믿음의 부모가 축복하는 대로, 기도하는 대로, 꿈꾸고 있는 대로 됩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강력한 것은 어머니의 집념이요, 어머니의 기도입니다. 그러기에 자식에게 욕을 하면 안 됩니다. 화가 난다고 자식을 향하여 ‘망할 계집애...’하면, 그 딸은 반드시 망합니다. ‘에라이, 이 병신 같은 자식아!’하면 그 아들은 병이 듭니다.
 
우스개 이야기가 있듯이 우리 민족은 옛부터 흥할 수밖에 없는 데, 어머니들의 자식 축복 때문이랍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들은 아이들 코를 풀어주며 늘 그랬답니다. “흥해라, 흥!” 그래서 그 자식은 흥(興)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나라도 흥했답니다. 물론 유머입니다.
 
믿음의 어머니들에게 주님께선 자식에 대한 열망 중에 이런 축복을 주셨습니다. “네 믿음이 크도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 믿음의 어머니, 자식을 향해 어떤 소원을 갖고 계신가요? 자식된 여러분, 여러분의 장래는 결국 여러분 어머니의 기도대로 될 것입니다.
 
4.
기도의 권세가 있고, 자식에 대한 열정이 있는 이런 어머니, 이런 아버지, 그 자체로 위대합니다. 많이 배우고, 많이 가졌고, 세련되고 해서 위대한 것이 아니라 자식을 향한 사랑 그 자체로 위대한 분들입니다.
 
오늘 본문의 그 어머니는 얼마나 초라했습니까! 그러나 자기보다도 자식을 위해 체면, 자존심 다 버리고 예수님께 나아와 꿇어 엎드립니다. 다만 그 어머니, 자식을 위한 믿음, 자식에 대한 사랑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이러한 위대한 믿음의 어머니가 있기에 자식은 하늘의 복을 누립니다. 어디 성경에 나오는 이 어머니만 그러겠습니까? 우리의 어머니, 우리의 아버지, 모두 같습니다. 온 평생 자식을 위한 삶이요,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생입니다. 이 세상에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축복하는 이는 어버이 말고 누가 또 있겠습니까?
 
몇 년 전, 터키에서 큰 지진이 있었습니다. 많은 빌딩이 무너지고 집들이 파괴되었습니다. 구조팀이 폐허가 된 흙더미 속에서 생존자를 찾는 중, 웅크리고 있는 한 여성을 발견했습니다. 혹시나 해 그녀의 생존 여부를 확인했지만 안타깝게도 숨을 쉬지 않았고, 체온도 없었고, 몸은 이미 굳은 상태였습니다.
 
살아있는 이를 찾기 위해 마악 이동하려다가 구조팀장은 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그 여성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무릎을 꿇어 웅크린 채 있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굳어버린 그녀의 팔 아래 공간을 확인하다가 놀래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기가 있다!”
 
구조팀들이 몰려와 그녀 아래 흙더미를 조심스레 걷어냈고 꽃무늬 담요로 둘러싸인 3개월 된 아기를 발견하였습니다. 그 엄마는 집이 붕괴되는 급박한 순간에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웅크려 아기를 지킨 것이었습니다. 아기는 그 당시 잠들어 있었고 의료팀이 아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담요를 펴자 그 속에서 휴대폰이 나왔고, 휴대폰엔 급하게 타이핑한 것으로 보이는 글이 이렇게 적혀있었답니다.
 
"아가야 만약 네가 살아남거든 엄마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을 꼭 기억해다오."
 
5.
이 땅의 엄마, 아빠, 어머니, 아버지가 다 그러합니다. 물론 세상이 험해져 우리 사회에 자기 어린 자식까지 굶겨 죽이고, 폭행해 숨지게 하는 철부지 부모가 있었지만, 대다수의 부모, 아버지, 어머니는 다 그러합니다. 자식을 향한 사랑, 희생적입니다. 내리사랑입니다.
 
그러기에 성경은 분명 이렇게 가르칩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출20:12) 십계명에서 인간을 향한 첫 번째 계명입니다.
 
인간의 첫째 도리는 부모 공경이란 뜻입니다. 수많은 인간관계가 우리에게 있지만, 그중에 으뜸, 우리가 제일 먼저 챙겨야 할 관계는 부모를 향한 것입니다. 친구가 먼저 아닙니다. 사랑하는 이가 먼저 아닙니다. 직장도 아닙니다. 부모를 향한 관계를 제일 먼저 챙겨야 합니다.
 
그러기에 성경은 또 다시 이렇게 우리에게 명하십니다.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 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엡6:1-3)
 
이 축복, ‘네가 잘 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하나님께서 보장해 주신 부모 공경에 따르는 이 복을 흠뻑 누리는 복된 성도들, 왕중가족이 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