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후서 4:7-10) 
 
1.
우리 생활 주변에는 단지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꿀 단지와 오물 단지 중 어느 단지가 더 귀한가요? 꿀 단지! 이유가 뭔가요? 둘 다 흙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꿀단지라고 해서 높은 데서 떨어뜨리면 깨지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 깨어집니다. 그럼에도 꿀단지는 잘 보관하고, 귀하게 여기는 반면에 오물 단지는 깨져도 그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가입니다. 우리의 육체, 질그릇 단지입니다. 흙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 몸은 모두 다 부서질 연약한 질그릇입니다. 나 역시 그 안에 무엇이 담겨있느냐에 따라 내 가치가 달라질 텐데... 내 안에는 과연 무엇이 담겨 있는가요?
 
여러분은 자신의 가치를 무엇을 보고 결정하는가요? 질그릇만 보고 평가하지 맙시다.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가 보고 평가합시다. 나는 왜 이리 몸이 뚱뚱할까? 왜 이리 작을까? 왜 이리 못생겼을까? 말랐을까, ... 질그릇만 보고 자신의 가치를 평하지 맙시다. 그래 봐야 결국 깨지고 말 흙입니다.
 
도리어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그것을 중시합시다. 아름다운 생각, 아름다운 마음, 건실한 가치관, 따스한 마음, 더욱이 영원을 사모하는 신앙, 예수 그리스도,... 이것들이 담겨 있다면 소중하고도 소중한 존재입니다. 결코 겉만 보고 평하지 맙시다.
 
2.
오늘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심히 큰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답니다. 그런데 보배를 질그릇에 두는 이가 있는가요? 그 귀한 보배를 어떻게 깨지기 쉬운 질그릇에 두는가요?
 
예전에 우리 교회에서 활동하던 오카리나 합주단원들은 흙으로 만든 오카리나를 사서는 하드 케이스에 두더라구요. 왜? 깨질까 봐. 그런데 오카리나보다 더 귀한 보배를 질그릇에 둔다?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그건 비정상입니다. 바보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 분이 있답니다. 누구? 하나님이십니다.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본문 말씀의 흐름으로 볼 때 이 보배는 ‘사명’을 말하지만,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보배’는 예수 그리스도를 칭합니다. ‘질그릇’은 우리의 육체를 칭합니다. 그 귀한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육체, 흙으로 만들어진 질그릇에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왜 그러셨을까요?
 
“이는 심히 큰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 하나님의 능력을 운운하고 있는데, 이 능력은 무엇을 위한, 무엇을 향한 능력인가요? 질그릇, 깨지기 쉬운 질그릇을 향한 능력입니다. 즉, 귀한 보배를 질그릇에 두었습니다. 정신 나간 짓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그렇게 하셨습니다. 그리곤? 하나님께서 그 질그릇을 지키십니다! 가능한가요? 그러기에 하나님의 심히 큰 능력입니다!
 
하나님이 지키심을 믿습니까? 십 년 전, 광야교회에서 새벽 기도회를 마치고 교회 앞에서 차를 도로로 진입시키려는데, 저기서 즉 벽산아파트 쪽에서 1톤 트럭이 달려옵니다. 충분히 내가 앞설 수 있는 여유가 있었지만, 휴일 아침 일찍 운전하는 사람이 기분 상할까 봐 잠시 기다렸다가 그 차가 지나간 뒤에 곧바로 진입하여 뒤따라갔습니다.
 
잠시 후, 한국도자기 빌딩을 막 지나가던 트럭 앞에 갑자기 비우당교에서 승용차 한 대가 휙 가로질러 갑니다. 트럭이 급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달려가던 속력으로 인해 승용차를 그대로 받고는 순식간에 한 바퀴 굴러 뒤집혔습니다. 너무나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어!’하는 사이 상황이 끝나버렸습니다. 비우당교를 건너온 승용차가 공휴일 새벽 시간이니 설마 차가 오겠는가 싶어서 그랬는지 우선멈춤을 하지 않고, 그것도 신호를 무시하고 그 속도로 그대로 휙 뛰어든 것입니다.
 
경찰에 신고하고, 다행히 사고 난 두 차량의 운전자들이 다 무사한 것을 보고 돌아오는데,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교회 앞에서 그 트럭이 오는 것을 보고도 양보하지 않고 진입하여 앞서갔다면, 비우당교에서 그 승용차는 분명 나와 부딪혔을 것입니다.
 
나는 하나님께서 나를 지키심을 믿습니다! 그렇다고 무질서, 무법으로 다니는 것이 아니라 법과 규칙을 지키며 열심히 사는 나를 지키심을 믿습니다. 눈동자같이 나를 지키심을 믿습니다. 질그릇 같은 내가 이토록 멀쩡하게 살아가는 비결은? 하나님이 지키십니다. 여호와가 나의 목자이십니다.
 
사람은 날씬해야만 오래 살까요? 뚱뚱한 사람은 다 일찍 갈까요? 뚱뚱한 사람도 하나님이 만드셨음을 아는가요? 날씬해도, 뚱뚱해도 이게 다 질그릇입니다. 깨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지키십니다! 나요? 천수(天壽)를, 하나님이 주신 삶을 다하고 갈 겁니다. 무엇을 근거로?
 
7절을 읽어봅시다.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심히 큰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 이 질그릇을 지키는 힘, 능력은 우리에게 있지 않습니다. 누구에게 있다? 하나님께! 할렐루야!
 
3.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8-9절을 보니, 이 연약한 질그릇 인생에 이런 일들이 생긴답니다.
 
사방으로 욱여쌈을 당합니다. ‘싸인다’는 단어가 ‘좁은’ 이란 단어와 ‘장소’를 뜻하는 단어가 합쳐진 것으로 환난으로 궁지에 몰려 절망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말합니다. 코너에 몰리는 것입니다.
 
사방으로 욱여쌈을 당합니다. 그것도 억지로 당하는 것입니다. 내 의사,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일이 그렇게 진행되고, 나는 아무리 힘을 써도 상황을 역전시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 세상에는 말이죠, 내 힘으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아시는가요? 이거 모르는 이가 어디 있는가요? 그럼에도 이 사실을 잊고 삽니다. 어떤 분이 암과 투병하며 쓴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당했다, 일방적으로 당했다. 암은 내 인생에 전혀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것을 청하지도 않았다. 그것을 내 인생에서 밀어내려고 밀어내려고 얼마나 애를 썼던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사방으로 욱여쌈을 당할 때가 있습니다. 내 힘으로 아무리 애를 써도 막을 수 없고, 내 인생임에도 내 의사와 상관없이 막 끌려가는 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사방을 둘러보아도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우군이 없습니다. 온통 사면초가, 적들뿐입니다. 나를 동정해 주는 이 하나가 없습니다. 욱여쌈을 당한 것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답답한 일을 당합니다. 답답함이란 길이 없음을 뜻하는 단어로 이 역시 절망 상태를 말합니다. 진퇴양난(進退兩難)! 나아갈 길이 없음을 말합니다. 그러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다는데, 답답해 미칠 지경입니다. 억울해서 답답하고, 분해서 답답하고, 초조해서 답답하고, .... 정말 답답해 미칠 지경입니다.
 
답답한 일을 당하면 속이 터질 것 같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속이 터집니다.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 어딘가 터져야 이게 해소되는데, 꾸욱 참고 지내려니 터지긴 터지는데, 속에서 터집니다. 그야말로 속 터집니다. 그게 암이고, 그게 울화병입니다.
 
십여 년 전에 교회 땅 문제로 인해 속이 터질 것 같은 경험을 했는데, 결국 터지긴 터지더라구요. 내 몸의 가장 약한 부위에서 터지는데, 치아(이빨) 5대가 쑥 빠져버리더라구요. 너무 놀라고 억울하고 분해서 하나님 앞에 나가 울며 기도하는데, 주님께서 그러십니다. ‘양 목사, 이빨 빠진 거로 감사해라. 그게 머리에서 터졌다면 넌 뇌출혈이다.’ 속 터질 정도로 아프지 마십시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 정도의 답답한 일을 당합니다.
 
또 박해를 받습니다. “박해”는 전쟁에서 적에게 뒤쫓김을 당하는 것을 말하는 단어인데, 이렇게 고난과 환난 속에 쫓기며 숨을 헐떡이며 살아도, 산 넘어 산을 만나는 인생입니다. 집요하게 내가 망하기를 바라는 적에게 늘 쫓기듯 삽니다.
 
마치 다윗이 시편에서 고백한 것처럼, “나의 원수가 내게 대하여 악담하기를 그가 어느 때에나 죽고 그의 이름이 언제나 없어질까 하며”(시 41:5) 늘 이런 저주스러운 핍박, 박해가 있습니다.
 
자기가 잘못해서, 죄짓고 핍박받는 게 아닙니다. 자기는 잘했는데, 잘못 한 것이 없는데, 억울하게 받는 것입니다.
 
또, 거꾸러뜨림을 당합니다. 핍박이 극에 달하여서 짓밟히고 거꾸러뜨림을 당합니다. 이 말을 하는 바울은 로마의 원형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투사들의 싸움을 연상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로마 시대 영화를 보면 2명의 검투사가 피투성이 되도록 싸웁니다. 그중의 하나가 결국 상대방을 쓰러뜨리고 발로 밟고 칼을 높이 빼 들어 황제에게 인사를 합니다. 그러면 황제가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리면 살려주라는 뜻이고, 아래로 향하면 죽이라는 뜻이 되어 승자는 패자를 쓰러뜨리고 죽입니다.
 
내가 마치 이런 일을 당합니다. 있는 힘을 다하여 애를 써도, 내 힘이 모자라서 일방적으로 당합니다. 그것도 거꾸러뜨림을 당합니다. 그리곤 아무리 용을 써도 나를 짓누르고 있는 자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얼마나 창피한가요...
 
안암동에서 살 때 길을 건너다가 오토바이에 친 적이 있습니다.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어 발을 딛는 순간, 무작정 달려오던 신문배달 오토바이, 그야말로 고물 오토바이에 부딪혔는데, 고상하게 걷던 내가 개 패대기치듯이 붕 떠서 철퍼덕 저편으로 떨어집니다. 그 순간, 아픈 것은 고사하고 창피해서 죽을 지경이더라구요.
 
자존심 상처받는 것은 물론이고, 저 밑바닥으로 내팽개쳐지는 느낌, 망신살이 뻗쳤고, 얼굴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수모를 당하고, 창피를 당하는 그렇게 거꾸러뜨림을 당하는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일을 당합니다. 살다 보면 말입니다. 안 당하는 이들이 별로 없습니다. 누구나 다 당합니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인생이로다!
 
4.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예수 믿고 하나님의 자녀로 신앙 생활해 나갈 때, 사방으로 욱여쌈을 당한다, 안 당한다? 당합니다. 그러나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합니다! 답답한 일을 당한다, 안 당한다? 당합니다. 그러나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합니다! 박해를 받는다, 안 받는다? 받습니다. 그러나 받아도? 버린바 되지 아니합니다! 거꾸러뜨림을 당한다, 안 당한다? 당합니다. 그러나 당해도? 망하지 아니합니다!
 
그러니까 예수 믿고 축복받고 살아도 이런 일들을 당한다, 안 당한다? 당합니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습니다. 왜? 하나님께서 지키십니다! 그게 하나님의 심히 큰 능력입니다. 질그릇을 보호하시는 능력입니다. 분명 질그릇이 깨질 것 같은데, 아닙니다. 질그릇은 멀쩡합니다. 하나님의 심히 큰 힘입니다!
 
“보라 네게 노하던 자들이 수치와 욕을 당할 것이요 너와 다투는 자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될 것이며 멸망할 것이라. 네가 찾아도 너와 싸우던 자들을 만나지 못할 것이요 너를 치는 자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허무한 것 같이 되리니, 이는 나 여호와 너의 하나님이 네 오른손을 붙들고 네게 이르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도우리라 할 것임이니라. 버러지 같은 너 야곱아, 너희 이스라엘 사람들아 두려워하지 말라 나 여호와가 말하노니 내가 너를 도울 것이라 네 구속자는 이스라엘의 거룩한 이이니라.”(사 41:11-14)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수 1:9)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망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하여 하는고 너는 하나님을 바라라 나는 내 얼굴을 도우시는 내 하나님을 오히려 찬송하리로다.”(개역, 시 43:5)
 
당신의 백성을 지키시는 데 실수가 없으신 완벽하신 하나님을 신뢰하십시오. 그분을 찬양하십시오. 할렐루야!
 
5.
왕십리 오기 전 어느 교회에서 오늘의 본문으로 설교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예배 후, 한 집사님이 상담할 게 있다며 들어와서는 울기만 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울더니, 마침내 눈물을 닦으며 이렇게 말하곤 일어섭니다.
 
“그래요, 목사님, 오늘 말씀처럼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해도, 답답한 일을 당해도, 박해를 받아도, 거꾸러뜨림을 당해도, 우리 안에 예수님이 계시니까 감당할 수 있는 거죠? 하나님께서 지키시는 거죠? 오늘 말씀 감사해요.”
 
큰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엔 이제 두려움보다 주님을 향한 기대가 더 커 보였습니다. 하나님의 위로를 받고는 더는 무너지는 얼굴이 아니라 주님을 앙망하는 얼굴이 되었습니다. 세상이 주지 못하는 위로와 격려를 얻은 것입니다.
 
예수 믿는 이라고 해서 아픔과 어려움을 당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다 당합니다. 그러나 정말 예수쟁이, 예수님을 자기 삶 속에 모시고 사는 이는 그대로 무너지지 않습니다.
 
자기 안에 계신 예수님을 더욱 의지하고, 그분께 기회를 드리십시오. 내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시고, 복 되게 하시고, 크게 하시고, 부흥케 하실 기회를 드리십시오. 하나님께서 하실 것입니다.
 
오늘 마지막 절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항상 예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짐은 예수의 생명이 또한 우리 몸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라.” 예수의 생명이 우리 몸에 나타나게 하려고! 내가 어려운 일을 당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빠지고 하는 것은 바로 내 안에 예수님이 살아계심을 증명하기 위한 기회란 것입니다. 아멘!
 
나는 이 표현을 참 좋아합니다. “당하여도, 당하여도, 당하여도, ...” 그럼에도 예상대로 무너지지 않습니다. 왜? 내겐 힘의 원천이 하나님께 있고, 하나님은 당신의 권세로 나를 지키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당하여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당하여도 좌절하지 않습니다. 당하여도 나는 또 일어납니다.
 
코로나가 우리를 매우 힘들게 합니다. 우리를 욱여싸고, 답답하게 하고, 무너뜨리려 하고, 박해해도 우리는 쓰러지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더욱 의지합시다. 질그릇을 온전히 지키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심히 큰 능력이 사랑하는 성도들에게 충만하기를 바랍니다. 당해도 당해도 무너지지 않고 일어서서, 하나님을 향해 더욱 열심히 달려가는 강한 하나님의 용사들이 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