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모데전서 2:5-7) 
 
1.
미국의 케직 사경회에서 어느 목사님이 로마 카톨릭 신부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서로 친근감 있게 대화를 시작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차 신앙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목사님이 이렇게 신부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로마 카톨릭 교회에 대해서 내가 늘 한 가지 마음에 부담스러운 것이 있는데 당신들은 예수님의 어머니인 마리아에게 왜 그렇게 높은 지위를 줍니까? 우리 개신교도 마리아에게 충분히 존경을 표하고 있긴 하지만 천주교처럼 신격화하지는 않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신부님이 잠깐 생각을 하더니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내가 이 나라의 나라님을 만나고 싶다면 내가 먼저 할 일이 있지요. 즉 나를 나라님에게 소개할 사람을 사귀는 일입니다.” 그래서 마리아를 찾는다는 것이랍니다.
 
그러자 목사님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그러나, 만약에 나라님이 당신의 아버지라면 그 아버지를 만나는데도 당신을 소개해 줄 사람이 필요할까요?”
 
2.
인간이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데, 누가 필요한가요? 내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기 전이라면 모르겠거니와 내가 이미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가 된 이상, 나에겐 더는 그런 어쭙잖은 소개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 1:12)
 
나는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그러기에 내가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데, 별도의 소개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나는 하나님의 자녀로 언제나 내 아버지를 당당하게 만나러 나갈 수 있습니다. 이건 권세입니다. 그런 권세가 내게 주어져 있습니다.
 
이 권세, 이 지위는 어떻게 얻은 것인가요? 내가 그 이름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름이 뭔가요?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하니라.”(마 1:21)
 
그러니까 하나님과 나 사이에 언제나 영원토록 유효한 것, 아름다운 이름은 “예수”입니다. 하나님과 나 사이에서 하나님께서 기억하시는 이름은 오직 “예수”뿐입니다. 예수 이름이면 다 되는 것입니다.
 
오래전에 몸이 불편하여 큰 병원엘 가게 되었는데, 가기 전날 어느 모임에서 장로님 한 분을 소개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바로 그 큰 병원의 의사, 병원장이었습니다. 내일 그 병원에 가서 내가 검진받을 예정이라니 그럽니다. “목사님, 내가 말해 둘 테니 제 이름을 대세요.”
 
내가 검진받는 곳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데 ... 하면서도 혹시나 싶어 접수대에서 그 장로님 이름을 대니 당장에 VIP 대접입니다. 생전 처음 보는데, 나와 그 장로님과 무슨 관계냐 묻지도 않고, 그저 그 이름 하나로 일사천리, 아주 대접을 잘 받았습니다.
 
하나님과 나 사이에 인간의 어느 이름도 필요 없습니다. 어떤 뛰어난 인간이든 모두 하나님 앞에선 같은 처지일 뿐입니다. 훗날에 하나님 앞에 가서 ‘너 누구냐’라고 물으시거든 ‘양의섭 목사님이 보내서 왔는데요’라고 하지 마십시오. 그럼 한경직 목사님 이름은 어떨까요? 거기서 거기입니다.
 
이 세상 어느 인간의 이름이든 하나님 앞에서는 모두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대하실 때 그를 눈여겨보실 이름, 귀가 번쩍 뜨일 이름은 오직 뭐라구요? “예수!” 할렐루야!
 
3.
오늘 본문도 이렇게 증언합니다. “하나님은 한 분이시오 또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자도 한 분이시니 곧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라.”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통하는 이름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예수! 예수님으로 인해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하나님 앞에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단어가 있습니다.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자도 한 분이시니” 중보자! 중보자란 게 뭔가요? 양쪽 사이의 중간에서 문제가 생길 때 조절하고 화해시키는 역입니다.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이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과 나 사이에 문제가 생길 때, 트러블이 생길 때, 갈등이 생길 때 그걸 해결해 줄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요? 성모 마리아가 아닙니다. 오직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뿐입니다.
 
예수님은 내가 하나님과 화목하기를 원하십니다. 예수님은 나를 하나님 앞에 온전한 하나님의 자녀로 세우기 원하십니다. 예수님은 내가 하나님의 얼굴을 피하기 원치 않으십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하나님과 나의 중보자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문제가 있는데, 고민이 있는데 예수님께 고하지 않는다구요? 바보입니다!
 
“죄짐 맡은 우리 구주 어찌 좋은 친군지 걱정근심 무거운 짐 우리 주께 맡기세 주께 고함없는고로 복을 얻지 못하네 사람들이 어찌하여 아뢸 줄을 모를까.”
 
예수님께 맡기고 예수님께 아뢰십시오, 예수님께 고하십시오. 그러면 그 예수님께서 우리의 모든 짐을 가볍게 하실 것이며, 마침내 하나님과 나 사이에 늘 껄끄럽던 그것까지 온전하게 해결하실 것입니다. 실로 하나님과 우리 사이를 온전케 회복시키실 분은 예수님뿐이심을 믿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 예수님이 과연 나를 아실까요? 나를 중보하신다면 나를 알아야 중보할 것이 아닌가요? 이번에 공군의 어느 여군 사건으로 인해 알았는데, 국선 변호사는 자기가 변호해 주어야 할, 도와주어야 할 피해자를 제대로 만나지도 않았더라구요. 나를 알아야 도와줄 것이 아닌가요?
 
예수님은 나를 중재하시고 도와주신다는데, 정작 예수님은 내가 맘에 담고 근심하고 있는 이것을 아실까요? 주머니가 비어간다고 걱정하는 나를 아실까요? 그 엄청나신 분이 인생의 배고픔의 고통과 불안을 아실까요? 그 창조주 하나님이 인간의 병듦과 늙어감의 초조함을 아실까요?
 
5절을 다시 주목합시다. “하나님은 한 분이시오 또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자도 한 분이시니 곧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라.” 중보자 예수님을 설명하는데 이렇게 합니다. “곧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라.”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 무슨 의미일까요?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 예수님은 참 신이시오 참 인간이십니다. 그러기에 그분에게는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이 모두 함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란 표현은 예수님의 두 성품 가운데 무엇을 강조한 것일까요? 인성입니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중보자인 예수님을 소개하는데, 왜 예수님의 인성을 강조했을까요? 나 같으면 신성을 강조하며 ‘그래서 이렇게 능력이 있으시기에 중보하신다’할 것 같은데 성경은 왜 예수님이 참 인간임을 강조했을까요?
 
예수님은 참 인간으로 인간의 연약함을 다 아신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얼마나 부족하고, 보잘것없는지를 다 아신다는 것입니다. 굳게 지켜왔던 양심도 실은 돈 몇 푼 앞에는 흔들린다는 것까지 다 아신다는 것입니다. 큰소리는 쳤으나 실제 현실에선 늘 흔들리고 있다는 것, 다 아신다는 것입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온 세상을 향해 큰소리 떵떵 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보잘것없는 원시 생물이라고 여기는 바이러스나 균에 의해 그 몸이 무너지고 썩고, 고통당하고 마침내 쓰러지는 허울 좋은 인생임을 예수님은 다 아십니다.
 
그러기에 히브리서는 예수님에 대해 이렇게 증언합니다. “그가 시험을 받아 고난을 당하셨은즉 시험받는 자들을 능히 도우실 수 있느니라.”(2:18) “그가 무식하고 미혹된 자를 능히 용납할 수 있는 것은 자기도 연약에 휩싸여 있음이라.”(5:2)
 
예수님은 나를 잘 아십니다! 그리고 그 예수님은 결코 나를 부족하다 팽개치는 분이 아니라 기꺼이 나를 감싸주실 나의 중보자이십니다. 일반 종교에서는 ‘너 이것을 지켰느냐? 득도했느냐? 해탈했느냐? 고행했느냐? ...’ 마치 성적표를 들고 가면 자기들 기준에 맞는 이들만 뽑아 받아주지만, 우리 예수님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부족하냐? 창피하냐? 그대로 와라!’ 그리곤 그를 감싸시며 마침내 하나님의 자녀로 세워주십니다. 할렐루야!
 
4.
그런데 말이죠, 이게 다가 아닙니다. 6절, “그가 모든 사람을 위하여 자기를 대속물로 주셨으니 기약이 이르러 주신 증거니라.” 대속물, 무슨 뜻인지 아는가요?
 
대신 대가를 치뤘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가며 값을 치르려고 하자 필요 없다고 합니다. 분명 내가 밥을 먹었고, 내가 밥값을 내야 하는데 왜 그러느냐 했더니 식당에 들어서며 인사했던 어느 집사님이 먼저 나가시면서 내 밥값을 대신 치렀다는 것입니다.
 
같은 논리입니다. 내가 죄를 지었습니다.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런데 괜찮답니다. 왜 괜찮다고 하느냐 물었더니 예수님이 내 대신 그 죄값을 치르셨답니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십자가에서 치르셨답니다. 그러면서 그 사실을 믿느냐고만 묻습니다. 믿으면 오케이랍니다. 그게 대속물입니다.
 
죄는 내가 지었는데, 그 죄의 대가는 예수님이 대신 치르셨습니다. 훔치긴 내가 훔쳤는데 고통은 주님이 당하셨습니다. 살인은 내가 했는데, 죽기는 주님이 대신 죽으셨습니다. 그게 대속물입니다. 내 대신 대가를 치룬 것입니다.
 
이 세상 모든 법,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자기가 책임져야 합니다. 불교에선 이것을 업보(業報)라고 하는 당신네 교리의 가장 기본으로 삼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마땅히 인생은 자기가 한 일 자기가 책임져야 하지만, ‘그러나 너는 그렇게 하지 말라’ 하십니다. 네가 책임져야 할 그 대가를 내가 대신 지겠다 하십니다. 네가 받아야 할 저주, 내가 대신 받겠다 하십니다. 그게 대속물입니다.
 
그러기에 세례 요한은 예수님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로다!”(요 1:29)
 
죄는 내가 지었고, 희생 제물도 죄를 지은 내가 내어야 하는데, 하나님은 도리어 당신이 희생 제물을 내놓으십니다. 그것도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독생자 예수님을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 보내시어 희생 제물로 내어놓으셨습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요3:16)
 
그러기에 성경은 그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님이 제물이 되기 위해 참 인간으로 오셨음을 이렇게 표현했던 것입니다.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
 
본래 하나님이셨습니다. 하나님과 본체, 동질이셨습니다. 예수님이 말입니다. 그런데 그 예수님이 성부 하나님의 뜻을 따라 기꺼이 그 영광의 자리를 버리고 이 낮고 낮은 인간의 세계로 내려오신 것입니다. 그것도 자기 영광을 갖고 오신 것이 아니라 다 버리고, 추한 인간의 몸으로, 참 인간으로 오신 것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그 부족한 인간을 위해 기꺼이 자기 목숨을 십자가에 버리신 것입니다.
 
예수님이 인간, 그것도 참 인간이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가요?
 
요즘 방송에서 한 회사의 개 사료 광고가 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 가장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피곤하게 집에 들어오는데 가족들 아무도 가장을 맞이해 주지 않습니다. 그 집 애완견만이 반갑다고 꼬리치며 달려옵니다. 이때 가장이 이런 말을 합니다.
 
“밤늦게 야근하고 돌아와도 반겨주는 건 댕댕이 뿐! 그래 자식보다 네가 낫다. 그런데 왜, 사람이 못 먹는 걸 네가 먹고 있니?”하면서 화를 냅니다. 자식보다 나은 개인데 왜 너는 하찮은 개 사료를 먹느냐며 이렇게 문구를 띄우더라구요. ‘사람이 먹는 식재료로 만든 100% 리어푸드...’
 
그러니까 개가 자식보다 나으니 개도 사람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를 바라보는 그 눈길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를 저 정도로 사랑하는 저 사람, 만약 지금 자신이 개가 되어 그토록 사랑하는 개를 도와줄 수 있다면 기꺼이 그 사랑하는 개를 위해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개가 되려고 할까요?
 
고양이를 끔찍이도 사랑하는 사람,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기꺼이 고양이가 되려 할까요? 일평생 원숭이를 사랑하여 원숭이를 연구한 사람, 기회가 왔다고 인간을 포기하고 원숭이가 되고 싶어 할까요?
 
아닐 겁니다!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것, 모두 내 신분, 내 위치, 내 환경을 고수하며 사랑하는 것들입니다. 내가 지금 누리는 그 모든 것들까지 포기하며 사랑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예수님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인간의 몸으로 오셨습니다. 전에는 예수님이 인간의 몸으로 오셨다 하면 그래 오셨나보다 하는 정도였습니다. 그저 신분의 자리만 바꾼 것으로 여겼었습니다. 그런데 그 TV CF를 보는 순간, 내게 찾아드는 느낌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빌2:6-7)
 
“이 섬긴 바가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요 너희를 위한 것임이 계시로 알게 되었으니 이것은 하늘로부터 보내신 성령을 힘입어 복음을 전하는 자들로 이제 너희에게 알린 것이요 천사들도 살펴보기를 원하는 것이니라”(벧전1:12)
 
과연 이 역사가 실제로 일어날까 천사들도 궁금했답니다. 하나님이 인간이 된다고? 에이 어떻게 그런 일이... 그러니까 천군 천사들이 설마 할 정도로 있을 수 없는 일을 인간 사랑이란 명분으로 예수님이 감행하셨다는 것입니다. 그 정도로 예수님은 나를 사랑하십니다.
 
하나님의 아들, 거룩하시고 지존하신 분, 온 천상천하의 영적 존재들이 모두 고개 숙이고 순종하는 천하의 지배자, 죽음이 없고 병듦이 없으며, 절망이 없는 위대하신 분, 한계가 없고, 영원을 달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분.
 
이토록 위대하신 하나님이 자신이 누리던 그 모든 것들을 다 포기하고 추한 인간으로, 제한 덩어리인 답답한 인간의 몸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리곤 우리를 위해, 기꺼이 죽으셨습니다. 성경은 바로 그것을 말하는 것이고, 모든 주의 종들은 바로 그것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5.
사도 바울도 오늘 본문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이를 위하여 내가 전파하는 자와 사도로 세움을 입은 것은 참말이요 거짓말이 아니니 믿음과 진리 안에서 내가 이방인의 스승이 되었노라.”
 
엄청난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고, 가만있을 수 없어 그 모진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복음 전하는 자로 나섰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주의 종들이 수많은 스타일로 말씀을 증거하지만, 그 핵심은 무엇인가 하면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가 우리의 중보자요 구원자이시라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토록 큰 하나님의 사랑,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께서 여러분 안에 살아계시는가요? 부디 그분께서 여러분을 붙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한 주간도 그 예수님과 함께 승리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