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간의 탐욕에 기반한 신자유주의에 문제가 있다고 누차 경고해 왔다. 교회는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특별히 소외계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계개혁교회연맹(WARC·World Alliance of Reformed Churches) 동북아시아지역협의회 참석차 내한한 클리프톤 커크패트릭 회장과 세트리 니요미 총무는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발 금융위기 속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동석한 동북아시아지역협의회 회장인 손달익(서문교회) 목사도 실직자 돌봄 등 한국 교회의 구체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커크패트릭 회장은 "교회는 경제위기를 믿음의 눈으로 해석해야 하며 실패한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상처를 보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는 지금 빈곤과 기아, 에이즈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특히 부익부 빈익빈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면서 "제자가 된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서로의 생명이 풍성하도록 보살피라'는 하나님의 요청에 따라 실직가정을 돕고 빈곤퇴치를 위한 사회복지 구축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 체제에 한계가 있으며 이대로 가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체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대안 모색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니요미 총무도 경제정의와 생태정의를 위해 한국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지만 유독 아시아 지역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인간의 탐욕에 의해 운영되는 경제 시스템을 따를수록 대다수 사람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맘몬이 아닌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우리 신앙인은 위기상황 속에서 큰 피해를 입은 농부와 노동자, 사회적 약자들을 보살피며 '그리스도인으로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늘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한국 교회가 실직자에게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다. 손 목사는 "미국발 금융위기는 경제 체제에 대한 과신에서 나온 과도한 이윤추구와 하나님의 명령인 나눔과 평등을 실천하지 않는 죄에 따른 결과"라며 "피해는 결국 밑바닥 사람들이 겪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손 목사는 "10여년 전 IMF시대를 경험한 바 있는 한국 교회는 실직자와 노숙자의 급증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면서 "실직가정과 해체가정을 위한 돌봄·상담 사역을 위해 범교회적으로도 준비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대 사망률의 1위가 자살인데 우리 사회에 희망이 없어질수록 그 수치는 더욱 높아지게 마련"이라며 "교단이나 연합기구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Key Word 세계개혁교회연맹

WARC는 전세계 장로교회를 아우르는 개혁교회 협의체로 '성경의 절대권, 개혁교회 신앙고백 일치, 장로교 체제에 대한 인정'을 원칙으로 1875년 창설됐다. 세계교회협의회(WCC)와 함께 전세계 교회를 대표하는 에큐메니컬 기구로 107개국 215개의 교단과 교회가 가입돼 있다. WARC는 일제시대때 일본의 한국 침략이 부당하다는 성명서를 채택한 바 있으며, 1980년대 민주화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