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4:27-30)

 
1.
예전에 어떤 분을 만났는데 그런 말을 합니다. 누구가 어떻게 살았느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었다고. 바쁘게 바쁘게는 살았는데 생각나는 게 없습니다. 즉 스토리가 없습니다. 아무런 감동도, 아무런 주제도 없이 그저 주어진 대로 그리 살다 갑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바쁘고, 무엇 때문에 땀 흘리고, 무엇 때문에 그리 사는지 자신도 모르면서 그저 해가 뜨니 일어나고, 해가 지니 잠을 자고 하는 식으로 그리 사는 이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종종 천문학적 제작비가 투자된 대단한 영화라고 해서 보면 시간 내내 정신없는 장면만 보여주다 끝나는, 도대체 뭘 말하는 건지 아무런 스토리 없는, 감동이 없는 그런 영화가 있듯이 그런 인생을 사는 이들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스토리를 쓰고는 있는데 평생 남의 스토리를 자기 스토리같이 쓰는 이들도 많습니다. 늘 남의 인생 따라하고 흉내 내다가 뒷북치는 인생을 사는 이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맨날 멘토 따라다니다가, 공부 공부하다가 자기 스토리 한 줄 없이 살다가는 이들이 허다합니다.
 
여러분, 바쁜 게 문제가 아닙니다. 열심히가 다가 아닙니다. 단순하더라도 스토리 있는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2.
오늘 설교 본문은 지난주일 설교 본문의 후속편입니다. 지난 주일설교 시 말씀드린 대로 오늘 성경에서 만나는 사람은 자기의 스토리를 제대로 갖지 못했던 사람입니다. 아니, 자기 스토리가 부끄러워서 감추고 싶어 하던, 없었던 걸로 하고 싶었던 여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대낮에, 그 뜨거운 시간에 물을 길러나옵니다. 사람들 만나는 것이 언제나 껄끄럽고 그들의 시선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본능적으로 사람을 피하는 여인입니다.
 
더군다나 우물가에서 많은 여자를 만나는 게 두려웠습니다. 왜? 자기의 스토리가 여인들의 입에서 놀아나는 게 싫었습니다. 자기의 삶이 남들의 입에서 껌같이 씹히는 게 싫었습니다. 어떤 스토리이기에?
 
지난주일 살펴본 대로 예수님과의 대화중에 여인의 부끄러운 이야기가 드러납니다. 이 여인이 왜 그토록 사람 만나는 것을 피했는지, 뭘 감추고 싶었는지 그것이 드러납니다.
 
쌀쌀맞게 예수님과 대화를 시작한 여인, 예수님께서 그 여인을 몰고 가십니다. 여인은 이리저리 미꾸라지처럼 본론에 들어가지 않고 도망을 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안 되겠다 싶었는지 바로 본론에 들어가시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십니다. 16절, “이르시되 가서 네 남편을 불러오라.”
 
사실 이 예수님의 말씀, 네 남편을 불러오라는 말씀은 두 사람의 대화 흐름으로는 맞지 않는 말입니다. 없어도 되는 말이요, 갑자기 튀어나온 생뚱맞은 말입니다. 이 말에 여인은 얼마나 놀랐는지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는 남편이 없나이다. I nave no husband.’ 아주 간단합니다. 예수님과 이 여인과의 대화 중에 여인이 예수님께 한 말 중에 가장 짧고 간결하고 분명합니다. 엄청 놀란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그녀가 가장 밝히고 싶지 않은 마음속의 상처를 건드리십니다. “네가 남편이 없다 하는 말이 옳도다. 너에게 남편 다섯이 있었고 지금 있는 자도 네 남편이 아니니 네 말이 참되도다.”(18)
 
남자가 몇 명이라고? “... 남편 다섯이 있었고, 지금 있는 자도 네 남편이 아니니 ...”
 
그러니까 남자가 몇 명? 6명! 능력이 있다 없다? 지난 주일에 말씀드린 대로 오해마십시오, 능력 없는 여인입니다. 당시는 가부장적 사회, 남성 중심의 사회입니다. 그러면 이 여인, 5명의 남자와 살았고, 지금 살고있는 남자도 사실 남편이 아니라고 하는 이 여인, 능력이 많은 게 아닙니다. 이 여인은 무능하고 무능한, 그야말로 남자들에게 노리갯감에 불과한 삶을 사는 여인이란 뜻입니다. 남편을 다섯이나 갈아치울 정도로 능력 있는 여인이라면 물 길러 다니지도 않습니다. 남편보고 물 길어 오라고 하지.
 
무슨 뜻인가요? 불쌍한 여인입니다. 남자들에게 버림받고, 여자들에게 따돌림당하는 그야말로 스토리 쓸 게 없는 여인입니다. 쓴다 해도 부끄러운 스토리의 여인입니다. 자기의 삶을 아예 감추어 버리고 싶은, 리셋(reset), 초기화하고 싶은 여인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이 여인을, 미꾸라지처럼 도망가는 이 여인을 끝까지 몰고 가셔서 그녀의 근본 문제를 드러내시고, 그 상처를 터치하시며 그녀를 치유, 변화시키십니다.
 
이 여인, 어떻게 변하는가요? “여자가 물동이를 버려두고 동네로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이르되 나의 행한 모든 일을 내게 말한 사람을 와서 보라 이는 그리스도가 아니냐 하니 그들이 동네에서 나와 예수께로 오더라.”(28절 이하)
 
3.
놀라운 일입니다! 자기의 삶, 자기의 과거, 자기를 철저히 숨기고 가리고 싶었던 여인이었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조차 두려워 피하던 여인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자기를 알아볼까봐 도망 다니던 여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여인이 자기의 부끄러운 삶을 만천하에 공개합니다. 나의 부끄러운 과거를 다 아시는 위대한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를 보라고 전도까지 합니다.
 
자기의 부끄러운 삶이 이제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스토리, 주제가 생겼기에 부끄러운 과거 스토리는 앞으로 이 주제에 의해 아름다운 스토리로 발전해 갈 것을 확신한 것입니다. 그래서 중구난방(衆口難防), 정리되지 않던 자신의 부끄러운 삶이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삶의 이야기로 변신하였습니다.
 
이제는 자기의 부끄러운 삶이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거기에 임한 예수님의 사랑이 너무 귀하고 자랑스러울 따름입니다. 자기의 부끄러운 이야기로 자신이 더욱 부끄러움을 당해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왜? 이미 그 부끄러운 여인은 이전의 여인이고, 이제는 예수님을 만난, 메시아를 만난 새로운 피조물, 새로운 인생이기에 그러합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5:17)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가게 됐다는 것입니다.
 
신앙생활 왜 하는가요? 예수님을 만나십시오. 그래서 그 치졸했던 삶의 자세를 뒤집으십시오. 예수님을 만나 그 노심초사 근근이 살던 삶의 자세를 버리고 도리어 부끄럽고 부족했던 자신의 삶을 하나의 스토리, 주님의 뜻을 증거하는 은혜의 스토리로 만드십시오.
 
모든 삶의 이야기, 그게 어떠한 상황이요 상태라 할지라도 예수님이 들어가면 의미 있는 이야기로 바뀝니다. 아픔이 더 이상 아픔이 아니요, 슬픔이 더 이상 슬픔이 아니요, 고통이 더 이상 고통이 아니요 부끄러움이 더 이상 부끄러움이 아닙니다. 모두가 예수님으로 인해 의미가 다 주어지고, 역할이 주어지고, 모든 것이 합력하여 뭘 이룬다구요? 선(善)!
 
나는 사실 당하기만 합니다. 나는 이 세상 살아가며 일방적으로 세상에게 당하기만 합니다. 내가 의도하고, 내가 초청한 고통, 고난은 없습니다.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당한 것입니다. 그것들을 바꿀 힘이 나에겐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예수님을 제대로 만나면, 화는 복으로 바뀝니다. 내가 예수님의 손에 사로잡히면 일명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역사가, 새로운 삶의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나보다 그분이 내 삶 속에서 시작하십니다.
 
고난을 받아 힘들어하는 이가 있죠? 여러분의 그 고난의 스토리에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가미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고난의 스토리는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스토리가 될 것입니다. 똑같은 삶의 고통과 고난을 당할 때, 사람들은 그럴 것입니다. ‘아, 누구 좀 봐. 그 이는 그런 고난을 믿음으로 이겨냈데, 하나님께서 마침내 복을 주셨대.’
 
심각한 병, 큰 병으로 힘들어하는 여러분, 여러분의 고통과 아픔에 예수님의 은혜와 사랑, 굳센 믿음을 첨가하십시오. 그리하면 여러분과 같이 어려운 병을 얻는 이들이, 마음을 어디 둘 데가 없어 방황하던 이들이 ‘어느 교회, 누구를 보세요. 그렇게 절망적인 병에서 건짐을 받았데요, 하나님께서 고쳐주셨데요.’ 하며 힘을 얻을 것입니다.
 
사업에 실패하여 마음이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여러분, 그 실패의 스토리를 모두에게 부정적 좌절의 기운을 끼치는 스토리로 만들지 말고, 주님을 향해 더욱 기도하며 사모하여 축복받아 마침내 회생의 스토리, 눈물겨운 반전의 드라마틱한 성공의 스토리로 만드십시오. 그리하여 많은 이들에게 격려를 줄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지십시오.
 
사마리아 여인의 스토리, 그 결론이 이렇습니다. 39절 이하, “여자의 말이 그가 내가 행한 모든 것을 내게 말하였다 증언하므로 그 동네 중에 많은 사마리아인이 예수를 믿는지라. 사마리아인들이 예수께 와서 자기들과 함께 유하시기를 청하니 거기서 이틀을 유하시매 예수의 말씀으로 말미암아 믿는 자가 더욱 많아 그 여자에게 말하되 이제 우리가 믿는 것은 네 말로 인함이 아니니 이는 우리가 친히 듣고 그가 참으로 세상의 구주신 줄 앎이라 하였더라.”(39-42)
 
유대인이 상종도 하지 않던 저주 아래 놓였던 사마리아가 한 여인의 변화된 스토리에 의해 구원의 반열에 서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변화시켜 주셨습니다.
 
우리들의 모든 이야기에 예수 믿음을 더하십시오. 예수님께서 멋진 스토리로 만들어주실 것입니다. 스토리가 있는 삶, 스토리가 있는 교회를 만드실 것입니다. 밋밋한 맹물같은 나의 삶을 맛난 포도주 같은 삶으로 바꾸어 주실 것임을 믿습니다.
 
4.
평생을 살았는데 스토리가 없습니다. 그저 태어났고 일하고 죽다로 의미없는 생을 살다 갑니다.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는 살았는데, 자식들 키우며 정신없이 살았는데,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해 달라는 데 해 줄 게 없습니다. 그저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스토리가 있는 삶, 따뜻한 이야기가 있는 삶을 삽시다. 무의미하게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삶을 살지 말고, 예수님과 더불어 의미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런 삶을 삽시다. 내 삶에 주제가 생기면 모든 것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자신의 삶의 자리, 너무 집착하지 마십시오. 그거 아무리 애지중지해도 내가 사라지면 채울 사람은 무지 많습니다. 나는 그야말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겁니다.
 
경기도 광주의 어느 목사님은 매일 아침 성남공원묘원, 즉 공동묘지를 찾는답니다. 그가 공동묘지를 찾기 시작한 것은 묘원 근처 동네에 교회를 개척하면서 기도처를 찾던 중 아무도 없는 묘지가 좋겠다 싶어 그랬답니다. 그런데 그 즐비한 무덤 사이의 비문들을 읽어가다가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합니다. 거기에는 자신의 동갑내기부터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젊은이들이 누워 있었던 것입니다.
 
그걸 보고 있노라니 언제든지 자신도 그렇게 빨리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리곤 아름다운 묘비를 보면서 자신도 아름다운 스토리, 묘비에 기록될만한 아름다운 삶을 살다 가야겠다 싶어 더욱 예수님을 열심히 따라간다고 하더라구요.
 
예수님은 우리들을 새롭게 하십니다. 예수님은 의미 없는 삶을 사는 우리들을 의미 있게 하십니다. 예수님은 죽지 못해 사는 이들을 왜 죽지 말고 살아야 하는지 알게 하십니다. 예수님은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는지 몰라 하는 이에게 삶의 의미, 사명을 주시고 그를 위해 달려가는 이를 도와주십니다. 예수님은 실패한 이에게 왜 좌절하면 안 되는지 알게 해 주십니다.
 
예수님을 만나면 감추고 싶던 자기 이야기가 예수님을 증거하고픈 위대한 이야기로 바뀝니다. 예수님을 만나면 보잘것없다고 여기던 자기 이야기에 선명한 주제가 생기며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로 변해 갑니다. 사실 내 이야기, 뻔하디뻔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정신이 가미되니 내 삶의 이야기는 퍽이나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변하여 갑니다.
 
종종 위대한 간증을 들어보면 그들이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예수님이 자기 삶 속에 들어오신 뒤로 얼마나 밝아지고 환해졌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장편 소설까지 갈 것 없습니다. 짧고 짧은 단편이라도 좋습니다. 에세이 정도라도 좋습니다. 의미있는 이야기, 모두가 읽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격려받을 수 있는 이야기,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는 그런 이야기, 그런 스토리가 있는 삶을 살다 갑시다.
 
5.
사도행전 9장 말미에 보면 인상적인 한 여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비다, 그녀의 삶,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욥바에 다비다라 하는 여제자가 있으니 그 이름을 번역하면 도르가라 선행과 구제하는 일이 심히 많더니.”(행9:36)
 
여 제자입니다. 누구 제자란 말인가요? 예수님의 제자란 뜻입니다.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과 더불어 사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과 함께 사는 이 여인의 삶, 선행과 구제하는 일이 심히 많았답니다.
 
왜 그리 많은 선행과 구제를 했는가요? 예수님 때문에! 예수님의 말씀과 그 사랑을 마음에 담고 살려니 자기만 위하며 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다 보니 그녀의 삶의 스토리는 ‘예수님과 함께 선행과 구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죽었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은? “모든 과부가 베드로 곁에 서서 울며 도르가가 그들과 함께 있을 때에 지은 속옷과 겉옷을 다 내보이거늘”(행9:39b)
 
다비다의 삶의 이야기, 예수의 제자로 많은 선행과 구제입니다. 그런 그녀가 죽은 후에도 그것이 사람들의 입에 올려지며 마음 아파합니다. 그러자 그 애달픔이 얼마나 컸던지 사도 베드로가 마음에 큰 감동을 받고 그녀를 살려준 이야기입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얼마 되지도 않는 재산을 움켜쥐고 있다가 그냥 세상을 떠나 자식들이 그 재산 싸움을 하느라고 서로 미워하고 고발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합니다. 정말 추하고도 추한 이야기를 써 나갑니다.
 
예수님을 영접하면 여러분의 삶엔 아름다운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주님이 시작하십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삶의 자세를 바꾸십시오! 스토리가 있는 삶, 의미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쫘악 펼쳐져 가는 왕중 성도들이 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