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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패에 새겨질 나의 인생을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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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는 지난주일에 맡겨진 사명을 영광스럽게 마치신 13분의 항존직분자들의 은퇴예식을 거행했습니다. 그리고 3분의 원로장로님을 추대하는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세상의 여러 다른 직임들도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하나님의 교회를 섬기는 거룩한 사역자로 부름 받아 그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키며 은퇴할 수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생을 목회자로 헌신하고 영광스럽게 은퇴하시는 예식에 참여하거나 집래할 때마다 그분들이 참으로 부럽고 존경스러웠습니다. 시무하는 동안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너무나 많았을 텐데, 개인적으로나 가정적으로, 그리고 교회 사역 현장에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수많은 걸림돌이 있었을 텐데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걸려 넘어져 주저앉지 않고 사역을 묵묵히 마칠 수 있었음은 개인 능력의 유무를 막론하고 참으로 위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은퇴하시는 분들을 위한 은퇴패를 읽으면서 앞으로 제가 받을 은퇴패를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 땅에서의 모든 삶을 마치고 은퇴를 해야 할 때 하나님은 나의 은퇴패에 어떤 내용을 담아 주실지? 사람들이 주는 은퇴패야 듣기 좋은 말과 그럴듯한 수식어로 두루 뭉실 치하해 주는 그런 은퇴패를 만들어 주겠지만 하나님께 그런 은퇴패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날 하나님께서 나의 은퇴패에 새겨주실 문구를 생각하며 살아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재 헌신의 결심을 해 봅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평생을 붙잡고 삶의 전부를 바쳤던 그 소중한 것들을 다 내려놓고 은퇴를 해야 합니다. 달려갈 길을 다 마쳤다는 성취감 보다는 일을 빼앗긴 것 같은 상실감이 더 클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은 잘 할 수 있는데, 이제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일에서 손을 때어야 한다는 박탈감으로 서러울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 인간은 나이가 들고 경륜이 붙어야 뭔가를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은퇴를 할 때쯤이 되어서야 뭔가를 알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 경륜이 붙고 열매가 열리고 사람들도 알아주고 한창 높임을 받을 만한 때가 될 때쯤이면 그만 은퇴를 해야 하는 나이가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욱 더 집착을 합니다. 이제 일을 잘하려는데 이제 뭔가 맛을 알기 시작하는데 은퇴를 하게 되다니 그래서 지는 해가 아쉽고 하루해가 너무 짧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 때를 압니다. 아직 햇볕이 따갑다고 여름인줄 착각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잎이 무성할 때가 아니라 열매를 익힐 때가 됨을 압니다. 가을에 잎이 무성한 나무는 결실도 못한 체 서리를 맞습니다. 그리고 단풍도 들지 못한 체 시들어 버립니다. 때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흔히들 말하는 나이값을 하는 것입니다.
창조주를 기억해야할 청년의 때도 잘 알아야 하고 열심히 일해야 할 장년의 때도 잘 알아야 하지만 정리하고 결실할 마지막 때도 잘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성공과 입신출세를 위해 일할 때도 알아야하지만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님만을 바라 봐야 할 때도 알아야 합니다. 내 성공 보다는 주님의 성공, 내 성공을 위한 주님의 도움을 구하든 때를 넘어 주님의 성공을 위하여 나를 드릴 때를 알아야 합니다.
가을 햇빛이 너무 아쉽습니까? 아직 익혀야할 열매가 남았습니까? 무성한 잎만 자랑하다가 열매를 맺어야하는 시간을 놓쳤습니까? 조금만 더 참아준다면 열매를 익힐 수 있을 탠데 벌써 서리가 내렸습니까? 가을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우리 인생에 서리가 내려질 그날을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하나님이 새겨주실 내 은퇴패를 생각합니다. 은퇴패에 새겨질 나의 인생을 생각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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