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모데후서 4:1-22) 
 
1.
목사님들 모임에서 어느 목사님이 이런 퀴즈를 냈습니다. “목사님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을 아십니까?” 옛날에 들었던 적이 있던 유머 퀴즈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기발한 방법들을 이야기합니다. ‘문을 연다. 코끼리를 넣는다. 문을 닫는다.’ ‘코끼리가 냉장고에 들어갈 때까지 이쑤시개로 엉덩이를 찌른다.’ ...
 
그러자 퀴즈를 낸 목사님이 “그런 것보다 훨씬 더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합니다. 모두들 그게 뭔가 해서 쳐다보니, 이렇게 답을 줍니다. “그건 ... 부목사에게 시킨다 입니다.”
 
모두 담임 목사들이라 한참 웃었습니다. 맞다. 부(副)목사, 예전에 내 경험으론 이건 목사도 아닙니다. 그래서 아닐 부(不)자, 부(不)목사입니다.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우리 교회 부목사, 누구신가요? 김지훈 목사님, 정주일 목사님, 오늘 부임한 김경준 목사님, 교육부 파트로 박노아 목사님, 신소명 전도사님, 이지혜 전도사님! 이분들이 참 고생 많았습니다.
 
특별히 코로나로 인해 매우 어려운 때에 수고 많았습니다. 해 넘어가기 전에 식사라도 한 번 대접하십시오.
 
2.
벌써 12월 첫 주일, 한 해가 다 지나갑니다. 코로나에 시달리다 보니 어느새 벌써 마지막 달, 12월입니다. 이렇게 세월은 흘러가고, 이렇게 인생도 가는가 봅니다.
 
오늘 말씀을 보니, 사도 바울도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 같습니다. 온통 쓸쓸함과 외로움이 배어있습니다.
 
디모데후서는 사도 바울이 로마 감옥에서 기록한 서신입니다. 특별히 “전제와 같이 내가 벌써 부어지고 나의 떠날 시각이 가까웠도다”하듯이 바울이 세상을 떠날 때가 가까이 왔음을 느끼며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써서 보낸 편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본문엔 참 많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거 왜 그런 게 있지 않은가요? 세상을 떠날 때가 되면 많은 사람이 생각나는 거 말입니다. 누구도 보고 싶다, 누구도 보고 싶다 하며 평상시 생각도 안 나던 이들까지 다 떠오르며, 심지어 꿈에서까지 보게 되는 그런 경우 말입니다.
 
사도 바울도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에 등장하는 사람은 총 17명이나 됩니다. “데마, 그레스게, 디도, 누가, 마가, 두기고, 가보, 알렉산더, 브리스가, 아굴라, 오네시보로, 에라스도, 드로비모, 으불로, 부데, 리노, 글라우디아”
 
이들은 모두 제각각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등장하는 인물이 데마입니다. 왜 데마가 가장 먼저 등장할까요?
 
데마는 바울의 충실한 조력자였습니다. 옥중서신을 기록할 때 함께 있을 정도로 골 4:14, 몬 23절에도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충실하던 일군이 어떻게 되었는가요?
 
세상을 사랑하여 바울을 버리고 데살로니가로 갔습니다. 데살로니가는 데마의 고향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데마는 믿음과 바울을 저버리고 세상이 그리워, 고향으로 가버린 것입니다. 아마도 로마 옥중에 있는 스승 바울을 섬기는 것이 너무 힘들고 동시에 로마의 핍박으로 교회의 상황이 자꾸 나빠지는 것이 부담되어 스승을 버리고 가버린 것 같습니다. 그런 데마가 사도바울에게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왜? 그만큼 사랑했던 아쉬운 사람이란 뜻입니다.
 
그런 와중에 그레스게, 디도 같은 이는 충실하게 바울의 명을 받고 선교지로 떠났고, 그 쓸쓸한 로마 감옥엔 누가만이 남아 있습니다. 누가는 본래 이방인이었고, 의사였습니다. 바울의 제2차 전도 여행 때부터 바울과 동행하기 시작했으며, 그토록 충실하게 바울의 주치의 노릇을 하며 함께 하였기에, 누가는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으로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기록하는 영광을 갖게 되었습니다. 끝까지 충직한 자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영광이요 축복입니다.
 
이어서 마가가 등장합니다. 마가는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찾아오실 때마다 머무신, 최후의 유월절 만찬을 가졌던 그 집의 아들이요, 이 마가의 집 다락방에서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이 있었고, 후에 그의 집은 예루살렘 교회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마가는 유약한 젊은이였습니다. 바울, 바나바와 함께 제1차 전도 여행을 하다가 너무 힘들어 도중에 포기하고 돌아가는 바람에 바울의 눈 밖에 나서, 제2차 전도 여행 때에는 이 마가 때문에 바울과 바나바가 다투고 갈라서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마가는 바울의 눈 밖에 난 이로서, 초대 교회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마가와 바울은 서로를 그리워하는 사이가 되어 있습니다. 11절에서 이렇게 바울은 말합니다. “네가 올 때에 마가를 데리고 오라 그가 나의 일에 유익하니라.”
 
때로 주의 일을 하다가 보면 의견이 달라 서로 다툴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런 사이로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로 화해하고, 서로를 그리워하는 사이가 되어야 합니다.
 
13절엔 두기고가 나오고, 가보가 나온다. 그러면서 이어서 등장하는 인물이 구리 세공업자 알렉산더입니다. 이 구리 세공업자 알렉산더는 누구인가요? 분명한 것은 ‘구리세공업자’라는 걸 보아 부자이고, 그도 교회 출석하는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런데 바울은 그를 이렇게 평합니다. “내게 해를 많이 입혔으매 ... 그가 우리말을 심히 대적하였느니라.” 왜 사도 바울을 대적했을까요? 왜 사도 바울에게 해를 입혔을까요?
 
유감스럽게도 목회 현장에는 늘 이런 분들이 있습니다. 목회자의 말에 시시콜콜 따지고 시비 거는 이들이 있습니다. 구리 세공업자 알렉산더가 그런 사람이었나 봅니다. 바울을 이해해 주지 못하고 늘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불리한 말을 하고, 뒤에서 악평을 하고 다니는 그런 이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자기 입장에서만 이야기하고, 자기 생각으로만 이해하려고 하니 여러 사람의 입장을 보아야 하는 목회자가 답답해 보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늘 목회자를 무시하고 대적합니다.
 
바울은 이 사람을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이렇게 말합니다. “구리 세공업자 알렉산더가 내게 해를 많이 입혔으매 주께서 그 행한 대로 그에게 갚으시리니 너도 그를 주의하라 그가 우리말을 심히 대적하였느니라”
 
뭐 때문에 주의 종에게 이런 평을 받으며 신앙 생활하는지 답답한 이입니다. 여러분, 주의 종뿐만 아니라 모든 교우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 신앙생활을 하십시오. 모두가 그 사람만 생각하면 흐뭇하고, 기분이 좋은 그런 신앙생활을 하십시오. 유감스럽게도 구리 세공업자 알렉산더를 향해 주의 종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게 해를 많이 입혔으매 주께서 그 행한대로 그에게 갚으시리니” 큰 상처를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19절부터 등장하는 브리스가와 아굴라는 이와는 아주 다른 이들입니다. 이들은 믿음의 부부로, 바울의 선교 사역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평신도 동역자 부부였습니다. 이들의 믿음이 얼마나 신실했던지, 당시 신학자였던 아볼로에게 성령 세례를 가르쳐 줄 정도였습니다. 더더구나 이들의 직업과 바울의 세상 직업이 같은 직종, 텐트메이커(Tent Maker)였기에, 이들은 가족같이 지낼 정도였습니다. 늘 주의 종 바울에게 힘을 주는 그런 좋은 신앙의 부부였습니다.
 
오네시보로가 등장하고, 에라스도가 나오고, 병이 들어서 요양 차 밀레도에 두고 온 드로비모가 등장하고, 으불로, 부데, 리노, 글라우디아가 나오는데 이들은 모두 같은 교회, 즉 로마 교회 교인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정작 바울은 지금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가요? 자신의 믿음의 아들 디모데! 이 각양각색의 일군들 속에서도 바울이 지금 간절히 찾고 있는 사람은 디모데입니다. 얼마나 그가 간절히 찾고 있는지 9절에 “너는 어서 속히 내게로 오라” 하였고, 21절에서는 “너는 겨울 전에 어서 오라”고 다시 부르고 있습니다.

3.
그런데 왜 겨울이 오기 전에 오라고 하는가요? 이유가 있습니다.
 
바울은 지금 로마에 있고, 디모데는 아시아의 에베소에 있습니다. 에베소에서 로마로 오려면 배를 타고 와야 하는데, 겨울엔 지중해에 돌풍이 많이 불었습니다. 항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고 싶어도 오지 못했습니다.
 
바울 같은 경우엔 로마로 오는 도중에 겨울을 만났는데, 항해하지 말자고 하는 바울의 말을 무시하고 선주와 선원들이 무리하게 겨울 항해를 강행하다가 유라굴로 광풍을 만나 배가 파선 당하며, 죽음 직전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바울은 디모데에게 말합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너는 어서 속히 내게 오라!
 
여러분, 겨울이 있음을 아는가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런 겨울이 있음을 아는가요? 더군다나 그것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찾아온다는 것을 아는가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지만, 겨울이 오면 그때는 아무 것도 못 할 뿐만 아니라 겨울이 내게 오는 것을 조절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렇게 인생의 겨울이 다가옴을 느끼는 사도 바울, 그가 왜 이렇게 다급해 할까요? 뭔가 좀 초조합니다. 그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것이 뭐 길래 이리 초조한가요? 그는 이런 고백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이제 너희를 위하여 받는 괴로움을 기뻐하고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골1:24)
 
“이 외의 일은 고사하고 아직도 날마다 내 속에 눌리는 일이 있으니 곧 모든 교회를 위하여 염려하는 것이라.”(고후11:28)
 
교회를 위한 염려입니다. “전제와 같이 내가 벌써 부어지고 나의 떠날 시각이 가까웠도다.” 이제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나름대로 열심히 달려와서 하늘의 상급을 바라볼 정도는 되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그의 마음을 누르고 있는 무거운 것은 교회를 위한 염려입니다.
 
자기는 떠날 때가 다 되어 오는데, 자기로선 어쩔 수 없는 그런 때가 가까이 오는데 교회를 생각하니 아직도 안정이 안 되고, 일할 사람은 없고, 속이 탑니다. 그래서 바울은 디모데라도 어서 속히 오라고, 이왕이면 마가도 데리고 오라고, 겨울이 오기 전에 어서 오라고 간곡히 부르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그날이 오기 전에, 설령 어려움이 있고, 고난이 있더라도 우리는 주님이 주신 그 일을 다 하고 갑시다. 때가 되기 전에 주님께서 내게 맡기신 그 일들을 끝까지 감당하고 갑시다.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 추수감사절을 준비하며 묵상하고 있었는데, 문득 이런 감동이 찾아들었습니다. 추수감사! 온통 ‘감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추수’라는 단어가 크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추수, 거둬들일 때가 있습니다. 일 년 동안 논과 밭에 그냥 두었던, 어쩌면 자유롭게 두었던 그 만물에 대해 추수할 때가 있습니다. 자연적으로 스스로 크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공하고 잘 되는 것 같아 교만함이 있지만, 자기는 언제까지 잘 나갈 것같은 오만함도 있지만, 그러나 만물에겐 반드시 그때, 추수할 때가,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추수당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메네메네데겔우바르신’하는 다니엘서의 그 말씀처럼 하나님의 저울에 올라가야 할 때가 있고, 그 기대한 함량에 미달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때가 되면 마지막에는 모든 사람들을 양과 염소로, 알곡과 가라지로 나눈다는 그때가 있습니다. 무책임하게 묻어두었던 한 무나를 빼앗겨 열 무나 가진 자에게 줘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한량없이 좋으시고 인자하신 예수님께서 엄하신 심판주로 임하실 그때가 있습니다.
 
그때가 오기 전에 주어진 일들, 해야 할 사명들을 감당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떤 분은 그러더라구요. 건강검진 받으러 갈 때마다 하나님의 심판대에 올라서는 느낌이라고. 그날이 오기 전에 준비해야 합니다.
 
4.
나는 오늘 본문에서 두 가지 주안점을 보았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많은 이름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이름들엔 모두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 사람의 평가가 담겨 있습니다. ‘누구!’하면 모든 이가 대뜸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미지는 이 교회에 어떻게 새겨져 있는가요?
 
괜히 미소가 떠오르는 이미지, 본받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이름, 아스라이 그리움이 떠오르는 이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지는 이름, ... 반면에 왠지 짜증이 나는 이미지, 피하고픈 이름, 긴장감이 찾아드는 이름, 부닥치고 싶지 않은 이름, 늘 피곤한 이름, ...
 
우리 교회에는 정말 많은 이름들이 있습니다. 모두 나름대로 이미지화 된 이름들입니다. 그중에는 이미 우리 시야에 사라진, 기억에서 사라진 이름도 많습니다. 내가 부임한 이래 27년의 세월, 그동안 사라진 이름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리운 이들, 애틋한 이들, 돌아왔으면 하는 이들, 고개를 쩔레쩔레 흔들게 하는 이들, ... 다양한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습니다. 옛 추억과 정을 그리워하며 세월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겨울이 올 것입니다. 자기로선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을 그때가 올 것입니다.
 
추억에 매달려 있을 게 아니라 겨울이 오기 전에, 일할 수 있을 때 주님께 달려가고, 주님의 일에 동참하십시오. 해야 할 일을 합시다.
 
지금 평안하다고 언제까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재미있다고 세상일에 빠져있지 마십시오. 코로나에 쫓기며 전전긍긍하며 살지도 마십시오. 성도답게 정신 차리고 하나님의 일에 부요하십시오. 육신의 일에 족하지 마십시오. 내 영이 곤하여지고, 메말라 가면 결국 내 인생도 머지않아 공허해집니다. 성경이 우리에게 일러줍니다.
 
“육신을 따르는 자는 육신의 일을, 영을 따르는 자는 영의 일을 생각하나니 육신의 생각은 사망이요 영의 생각은 생명과 평안이니라. 육신의 생각은 하나님과 원수가 되나니 이는 하나님의 법에 굴복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할 수도 없음이라. 육신에 있는 자들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느니라. ... 그러므로 형제들아 우리가 빚진 자로되 육신에게 져서 육신대로 살 것이 아니니라. 너희가 육신대로 살면 반드시 죽을 것이로되 영으로써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리니 무릇 하나님의 영으로 인도함을 받는 사람은 곧 하나님의 아들이라.”(롬 8:5-8,12-14)
 
여러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요 하나님의 딸입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십시오!
 
인생의 그 날, 겨울이 오기 전에 주님 앞에 바로 서기 위해 힘을 당해 충성하는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오늘 사도 바울이 축복한 대로 나도 이렇게 축복합니다. “나는 주께서 네 심령에 함께 계시기를 바라노니 은혜가 너희와 함께 있을지어다.” 아멘!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