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26-38) 
 
1.
성탄절이 코앞입니다. 올해는 여느 해와 달리 성탄 캐럴이 진작부터 방송에서 간간이 들려옵니다. 다들 사는 게 힘든가 봅니다. 성탄 캐럴을 통해 잠시라도 위로받고 싶어서 그러는 듯 싶습니다. 그런데 성탄절엔 누가 위로받을 수 있을까요?
 
예수님의 탄생, 성탄의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준 천사들이 이렇게 노래합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눅2:14)
 
예수님의 탄생은 저 높은 하늘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입니다. 모든 천군 천사들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사건입니다. 하나님께서 그토록 원하시고 원하셨던 일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하늘에서는 하나님께 박수를 쳤나 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랍니다.
 
이 말은 달리 말하면, 성탄절은 누구에게나 축복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들에게 축복입니다. 그러기에 어떤 이들에게는 성탄절이 귀찮고 시끄럽고 피곤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들에게는 그건 축복 중의 축복입니다. 즐거움입니다.
 
성탄절을 밋밋하게 보내지 마십시오. 무미건조하게 보내지 마십시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들에게 성탄은 축복이랍니다. 자신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성탄의 축복을 받을 만한 사람인 것을 보여주십시오. 아이들은 그럽니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왜 안 되는가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답니다.
 
그렇습니다, 성탄의 축복은 자신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이라고 증명하는, 이른바 성탄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이들에게 주어집니다. 그래서 메리크리스마스! 즐거운 크리스마스입니다.
 
근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에겐 어떤 복이 있을까요? 많은 복이 있지만 나는 로마서에서 하나를 찾아봤습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하나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란 바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자입니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그 다양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축복이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해 주실 것입니다. 할렐루야!

2.
자, 본문에 주목합시다. 천사 가브리엘이 갈릴리 나사렛이란 동네를 찾아갑니다. 왜? 그 시골 촌구석에 누가 살고 있기에? 마리아, 요셉과 약혼하고 순결의 때를 보내고 있는 마리아를 찾아갑니다. 그리곤 이상한 소리를 합니다. “마리아여 무서워하지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처녀(處女)에게 하는 말이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라니? 뺨 맞을 인사입니다. 괴상망측한 인사입니다.
 
어느 목사님이 권사님 집에 심방 가서 모처럼 놀러왔다는 권사님 조카를 만났습니다. 나이가 30이 넘어 보이는데 6개월쯤 되었는지 배가 불렀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사려고 “건강한 아기를 낳기 바랍니다”하고 덕담했는데, 아뿔싸 그 조카는 임신한 것이 아니라 배가 나와 고민하고 있는 처녀였습니다. 인사가 아닌 악담(惡談)이었습니다.
 
가브리엘이 처녀에게 이런 인사를 합니다. 그래서 마리아가 질문합니다.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 말도 안 되는 말이란 뜻입니다.
 
그러자 천사가 이렇게 설명합니다.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리라. ... 대저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하지 못하심이 없느니라!”
 
이 믿어지지 않는 천사의 말에 처녀 마리아의 궁극적 대답,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하나님의 역사에 전적으로 순종하는 마리아의 모습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내 상식이, 내 지식이, 내 자존심이, 내 체면이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오직 하나님이 말씀하신 그대로 이루어지이다.’
 
첫 번 성탄절, 그 현장엔 아름다운 순종이 있었습니다. 과학과 상식, 윤리와 도덕을 초월하는 절대적인 순종, 하나님의 권위와 그 역사에 고개 숙이는 철저한 순종이 있었습니다.
 
3.
그뿐 아닙니다. 마리아의 약혼자 요셉, 역시 순종의 사람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약혼녀, 순결하다고 여겼던 약혼녀가 어느 날 임신하여 배가 불러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 속에 은밀히 물었더니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랍니다. 이걸 믿으라고? 세상에 어떻게 남자 없이 여자가 잉태할 수 있는가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는 마리아가 더 밉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이고, 그걸 공개하면 마리아는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용하게 파혼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런 어느 날, 꿈을 꾸는데, 주의 사자가 나타나 말합니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네 아내 마리아 데려오기를 무서워하지 말라. 그에게 잉태된 자는 성령으로 난 것이니라.”(마 1:20) “요셉이 잠에서 깨어 일어나 주의 사자의 분부대로 행하여 그 아내를 데려왔으나 아들을 낳기까지 동침하지 아니하더니 낳으매 이름을 예수라 하니라.”(마 1:24-25)
 
자기 생각이 분명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사자가 나타나 명하자, 그는 일어나 자기 생각을 접고, 당장 그 말씀에 순종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행여나 자신이 하나님의 역사에 오점을 남길까 봐 예수님을 낳을 때까지 자기 아내임에도 불구하고 동침하지 않습니다.
 
거룩함을 아는 남자입니다. 그 거룩함을 이루고 지키기 위해 하나님께 순종하는 거룩한 남자입니다. 이 거룩한 남자, 순종하는 남자의 보호 속에 마리아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예수님을 낳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들만 순종한 것이 아닙니다. 첫 번 성탄절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이들이 또 있습니다. 동방박사, 그 먼 곳에서 별을 보고 예수님을 찾아 왔습니다. 고생 고생하여 예수님의 마구간을 찾아 경배하였습니다. 그리곤 이들은 당대 유대의 왕인 헤롯과 약속한 바가 있어서 예루살렘 성으로 돌아가 예수님이 태어나신 곳이 어디라고 정확히 가르쳐 주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곧바로 자기 나라로 돌아갑니다. 왜? 역시 주의 사자가 그들에게 나타나 헤롯에게 가지 말고 곧바로 돌아가라고 지시하였고, 이들은 헤롯의 후환, 추격이 두려울 텐데도 하나님의 말씀에 철저하게 순종하여 자기 나라로 곧장 돌아갑니다.
 
또 다른 인상적인 이들, 그 추운 들판에 있던 목자들입니다. 이 목자들은 그야말로 놀라운 것을 본 이들입니다. 천군 천사가 하늘에서 찬양하는 것을 봤고, 천사장이 일러주는 성탄의 메시지를 직접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 놀라움을 안고 자기 집으로 달려가고, 자기 동네로 달려가서 자랑하듯이 외치고 싶었을 텐데, 그들은 천사가 일러준 대로 예수님의 마구간으로 먼저 갑니다. 그리고 경배합니다.
 
4.
이렇게 첫 번 성탄절 스토리엔 철저한 순종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순종의 대열에 결코 빠져선 안 될 정말 귀한 순종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성탄의 주인공 예수님의 순종입니다!
 
예수님은 정말이지 세상에 오시고 싶으셨을까요? 그것도 아기로 말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그분이 어떤 분이었는가요? 창조주요, 심판주입니다. 그 엄청나신 분이 위대한 군왕, 또는 성인도 아닌 보잘것없는 아기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자신을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지킬 수도 없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갓난아기로! 이게 사실 기가 막힙니다.
 
빌립보서는 이 역사를 이렇게 증언합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 2:6-8)
 
예수님이 왜 이렇게까지 하셨을까요? 이유는 단 하나! 성부 하나님, 아버지가 원하시기에!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26:39b) 아버지가 그렇게 해서라도 인류 구원을 갈망하시기에! 그래서 예수님은 거기에 절대 순종, 그것도 자원하는 심령으로 절대 순종하였습니다.
 
성탄, 이것은 절대 순종의 역사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죽기보다 싫은 모욕을 당하면서까지, 천사들이 깜짝 놀랄 정도까지, 그런 수모를 감수하면서까지 절대 순종하신 역사입니다!
 
5.
순종은 하나님의 사랑이, 하나님의 권세가, 하나님의 축복이 흐르는 통로요 혈관입니다. 순종이 건강한 이에게 하나님의 사랑이 원활하게 흐릅니다. 하나님의 권세가, 하나님의 축복이 막힘없이 도달합니다. 순종하며 사십시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답게 사십시오.
 
샘 슈메이커라고 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하나님께 10퍼센트 순종하면 10퍼센트의 행복을, 50퍼센트 순종하면 50퍼센트의 행복을, 100퍼센트 순종하면 100퍼센트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부디 100% 행복을 누리십시오.
 
자신에게 유리하면 순종하고, 불리하거나 손해가 될 성싶으면 순종하지 않습니다. 이런 변명, 저런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자꾸 순종하기를 지체합니다. 복이 없습니다! 지연된 순종은 불순종의 동생이랍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나님께 순종하며 삽시다. 하나님의 권위에 순종하며 삽시다. 신앙은 순종입니다. 물론 우리의 순종을 가로막는 정당한 이유들, 합당한 사유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이기에 순종한다는 것입니다.
 
난 주님께서 요즘 여러분에게 뭘 요구하시는지 잘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의 말씀을 전하라고 세운 주의 종에게 순종을 선포하게 하시는 것으로 보아, 분명 교우들 가운데 고민하는 이들이 있나 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뭔지 모르지만, 주님께 순종하시시오. 그 순종이 결국 평화를, 축복을 만들어 낼 줄 믿습니다.
 
6.
성탄절, 세계 모든 인류를 행복하게 해 준 성탄절은 순종하는 이들에 의해 이루어진 드라마입니다.
 
순종하는 자세로 삽시다! 말씀하신 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하는 믿음의 자세로 삽시다! 설령 이해할 수 없는 힘들고 어려운 세월이더라도, 특별한 하나님의 뜻이 있음을 믿고 말씀과 성령의 감동에 순종하며 삽시다. 고집부리지 말고 성령의 감동 속에 성도답게 사는 길이 주어지면 그리 순종하여 삽시다.
 
상황이 어떨지라도 순종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말씀대로 여러분에게 이루어지기를 축원합니다. 마침내 그 모든 것, 그 모든 상황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가장 행복한 크리스마스의 성도들이 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