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했습니다.
18년 살던 집이었습니다.
왕십리 일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아파트,
가장 높은 15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살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보다 더 높이 지은 아파트들이 많습니다만
18년 전, 이사할 때는 그 아파트가 제일 높았습니다.
 
그 아파트를 택한 이유는 높기도 하지만,
그 주위에 우리 교우들의 옛 터전들이 있었습니다.
신당동 그 좁은 고갯길, 좌우로 흩어져 살던 교우들,
이제는 다들 개발되어 이사 간 지역,
나는 그분들이 떠난 뒤에 그 지역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길을 지나가며 늘 그분들을 생각했습니다.
아, 여기 누가 살았는데, ....
 
그런 곳을 이제 정리하고 떠났습니다.
전세로 살았는데, 주인이 팔겠다 해서 떠났습니다.
집값이 워낙 높아져서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근처에서 전세 구하기도 너무 어려워서
40년 전, 결혼하고 잠시 살던 고덕 지역의 작은 아파트,
2년 전에 개발되어 30평 아파트로 내게 주어진,
하나님의 선물과 같은 곳으로 갔습니다.
교회에선 좀 먼 곳입니다.
 
18년 살던 곳을 떠나기 위해 짐 정리를 하는데
가져갈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이삿짐 센터에서 와 보더니
별로 가구가 없다고, 옷뿐이라 간단해서 좋답니다.
그런데 막상 이거저거 정리하고 챙기다 보니
구석구석에서 이거저거 다 나옵니다.
아, 이게 여기 있었구나 ....! 감탄이 나옵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님 나라 가기 위해 이 땅 정리할 때
홀가분하게 떠난다고 하지만 막상 주님 앞에 서려고 할 때
나도 의식하지 못하던 죄들이 여기저기 나타나진 않을까...?’
 
두려움보다 찝찝함이 내게 찾아듭니다.
그 순간, 성령의 감동이 강하게 밀려옵니다.
‘그래서 내가 먼저 너를 찾아갔잖니?
그래서 너는 메리크리스마스라고 즐거워하지 않니?’
 
그렇습니다, 여러분, 이런 찝찝한 인생을 위해
예수님은 이 땅에 내려오셨습니다. 메리크리스마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