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6:1-6) 
 
1.
성탄절이 어제 지나갔습니다! 내 어릴 때, 성탄절을 앞두고 얼마나 기대되는 시간을 보냈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24일이 되면 그 기대감이 거의 절정에 이르러, 올나이트(all-night)로 밤을 새며 즐기다가 정작 예수님이 오신 25일은 너무 피곤해서 비몽사몽간에 그날을 보내곤 했습니다. 그리곤 26일 되면 파장(罷場)된 마음으로 다음 해 크리스마스를 기다렸습니다.
 
12월 24, 25, 26일, 어느 날이 더욱 중요할까요? 뭐 중요하지 않은 날이 없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예수님이 오신 다음 날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나님의 선물, 사랑인 예수님이 이 땅에 태어나신 그 이후, 우리의 삶이 어떻게 되었느냐는 것,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예수님은 오셨는데 그럼 이제 어떻게 살까요? 막연히 내년 성탄절을 기다리며 또 다시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그렇게 무의미하게 살아야 할까요? 그건 아닐 것입니다. 오늘 본문을 주목하면 우리가 어찌 살아야 할 지가 보입니다.
 
2.
오늘 말씀은 예수님께서 자기의 고향을 방문하셔서 안식일에 회당에서 가르치실 때의 모습입니다. 고향 사람들은 예수님의 가르치심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놀라움도 컸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은혜를 받으면서 예수님을 향한 그들의 느낌, 반응은 이거였습니다. “이 사람이 마리아의 아들 목수가 아니냐”(3)
 
이것이 사람들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육신을 입고 오셨을 때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말은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어떤 의미를 말씀하고 있는 걸까요? 예수님은 가장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오셨다는 것입니다! 마리아의 아들 목수 예수!
 
‘마리아의 아들’, 마리아는 자신들과 늘 함께 있던 여인입니다. 같은 동네에서 함께 살아온 이웃입니다. 그런 마리아의 아들이라는 표현은 예수님에 대해서도 어려서부터 잘 아는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특별할 게 하나도 없는 평범한 인물이라는 말입니다.
 
‘목수’, 예수님이 왜 목수일까요? 예수님의 육신의 아버지 요셉이 목수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목수의 일을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예수께서 망치를 들고 뚝딱뚝딱하면서 의자를 고치고 책상을 고치는 모습을 보아왔습니다.
 
그러니 예수라는 존재는 그들에게 있어 전혀 색다른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이웃 목공소 집 아들이었습니다. 특별할 게 하나도 없는 평범한 인물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사람들의 이러한 믿음 없는 자세, 반응을 비판하기에 앞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 자체에 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모습은 어떠했다고? 사람들이 볼 때 이상할 게 전혀 없는 평범한 모습이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웃집에서 친근하게 일하던 목수였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가장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로 오셨고 그리 사셨습니다.
 
3.
이 모습은 오늘날 성도들이 우선적으로 지향해야 할 모습이요 교회가 지향해야 할 모습입니다. 성도는, 교회는, 이 사회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가장 평범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늘 유별나고, 튀고, 별난 짓 하기보다 평범한 삶의 모습이 있어야 합니다.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고 했는데, 이 모습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 속에 파묻혀 평상시 드러남이 없을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곤 화목하게 지내야 합니다.
 
그러다 뭔가 특별한 일을 했을 때 ‘아니, 그이가 그런 인물이었어?’ 또는 ‘아니, 우리 동네 교회인데 그 교회가 그런 교회였어?’ 하는 놀라움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물론 놀라되 기뻐서 놀라는 모습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너무 일상적이고 너무 평범해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다가 아름다운 일을 할 때 사람들이 다소 놀라는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범하게 있다가 시대가 영웅을 필요로 할 때, 그럴 때 용기있게 나타나는 그런 모습이 교회와 성도들에게 있어야 합니다. ‘그런 분인 줄 몰랐어요, 그런 하나님의 사람인 줄 몰랐어요’ 하는 평범함 속에 마침내 드러나는 믿음의 권능과 권세가 교회와 성도에게는 있어야 합니다.
 
난 어릴 때부터 가끔 이런 공상을 하곤 했습니다. 모두 다 평범하게 옹기종기 사는데, 그 공동체에, 마을에 위기가 닥쳤을 때 평범한 사람, 그냥 그렇고 그런 평범한 서생인 줄 알았던 이가 알고 봤더니 무림 고수! 그래서 그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 주고 평화를 찾아주는 역사!
 
이런 면이 있어야 합니다. 평소 유별 떨지 말고 공동체와 사회가 어려울 때 기꺼이 나타나 도와주고 섬기는 그런 예수님 같은 모습이 우리들에게 있어야 합니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기독교인을 묘사할 때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이상한 소리나 하고, 괴상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러다가 기도한답시고 남을 저주하고... 남의 종교 집회에 가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는 정말 못된 모습으로 보여지더라구요. 아닙니다!
 
이제는 교회가 예수님처럼 이 땅에 임해야 합니다. 가장 평범한 모습으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모습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가야 합니다. 그들의 아픔을 함께 아파해야 합니다. 그들의 외로움을 함께 참아줘야 합니다. 그들의 고통에 함께 동참해야 합니다. 그래서 가장 친근하게 대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4.
그러면서도 정신과 가치만큼은 분명하게 하나님의 나라를 지향해야 합니다. 세상과 가까워진다고 자기 정체성까지 잃어버리면 그건 짠맛을 잃어버린 소금에 불과합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마5:13) 요즘 교회가 세상에서 밟히고 있다는 느낌은 안 드는가요?
 
솔직히 오늘날 교회나 성도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교회와 성도가 세상과 너무도 비슷한 모습을 자랑하려고 하지 않는가 싶습니다. 추구하는 것, 삶의 비중을 두는 것들이 거의 비슷합니다. 세상이나 교회나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복 받았다고 하면 얼마 벌었어, 어디까지 올라갔어, 인기는 어느 정도야, ... 뭐 그런 것들입니다. 세상도 다 그런 것을 추구하지 않는가 말입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을 만나면 많은 경우 대뜸 이거부터 물어봅니다. ‘몇 명이나 모여요?’ ‘교회 예산은 얼마나 되요?’ 이른바 신원 조회를 하는데 늘 이런 식입니다. 사회에서 추구하는 가치, 평가의 자로 거룩함과 신령함을 재려고 합니다.
 
적어도 교회를 말할 때는 헌신된 이들이 얼마나 되느냐, 기도와 섬김에 힘쓰는 이들이 얼마나 되느냐, 베풀고 나눔에 얼마나 열정이 있느냐, 예수님의 말씀이 그 공동체에서 어느 정도 절대권을 갖고 있느냐, ... 이른바 영적인 것에 대해 묻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실제적으론 이런 영적인 권세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도 없습니다.
 
세상의 가치, 추구하는 것과는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상 사람들이 볼 때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이 자랑하고 내세우는 것과 너무도 똑같아서 놀라고 있지 않은가요? 이런 공동체라면, 이런 사람들의 모임이라면 굳이 교회까지 찾아올 필요 없이 동네에서도 만날 수 있는 패거리, 구락부, 카페, 동호회의 모습이 아닌가요?
 
교회가 세상을 닮아가고 따라가려고 합니다. 아닙니다, 평범하다고 해서 가치관과 영성까지 잃어버리고 세속화되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그랬습니다. 그는 대단한 존재로 우뚝 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 속에 있었습니다. 그는 손을 내밀면 언제라도 잡을 수 있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그 앞에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곧바로 손을 내밀며 일으켜 세워주는 그런 친근한 이웃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예수님에겐 뭔가가 있었습니다. 사람들과 다른 그 무엇인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에게 머리를 숙였고, 존경을 표하고, 평생을 따라 다녔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이 땅에 가장 평범한 모습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가장 평범한 사람들 속에 같이 서 있는 모습을 가져야 합니다. 튀려 하지 말고, 유별을 떨지 말고,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려고 기를 쓰지 말고 사람들과 함께 파묻혀 그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자기 정체성, 우리가 추구하는 하나님의 거룩함과 성결함, 신령함, 희생과 헌신의 영성을 갖고 섬기며 살아야 합니다. 그게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의미가 우리에게서 이루어지는 모습입니다.
 
5.
그런데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가장 평범한 모습으로 저들 가운데 오신 메시아를 사람들은 어떻게 대접했습니까? 너무 평범하게 본 나머지 예수님을 믿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마리아의 아들 목수인데 무슨 특별한 존재이겠느냐’는 것입니다.
 
평범한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에 대해서 평범함 너머에 있는 그분의 참 가치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말은 지금 벌어지는 놀라운 일에, 회당에서 예수께서 가르치시는 권세있는 가르침에 어떻게 된 일이냐는 의심을 품고 있습니다. 믿지 못할 일이라는 반응입니다. 뭔가 다르지만 그냥 어쩌다 일어난 일일 뿐이라는 의미입니다.
 
예수님 사건에서 가장 불행한 일은 바로 이것입니다. 가장 친근하게 오신 그 은혜를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믿지 못하는 자가 되는 것이 세상의 비극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바로 세상이 교회에 대해서 보이는 반응과 같습니다. 세상은 교회가 아무리 가까이 가려 해도 본질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즘 교회는 세상을 향해 자기들을 알아달라고, 차별하지 말아 달라고 기를 쓰는데, 헛된 바람입니다.
 
궁극적으로 그런다고 해서 세상은 교회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가 세상에 속하였으면 세상이 자기의 것을 사랑할 것이나 너희는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요 도리어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택하였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느니라.”(요15:19) 이런 세상의 이쁨을 받으려고 교회는 기를 쓴다니 우습지 않습니까?
 
그러기에 세상은 늘 교회의 존재에 대해 평가절하를 해 버리곤 합니다. 이쁘게 보지 않습니다. 그러니 세상의 그런 시선, 자세에, 반응 하나하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없습니다.
 
교회는 틀림없이 세상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때로는 자존심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세상이 알아주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은 진리에 대해서 모릅니다. 진리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진리이신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교회에 대해서도 역시 세상은 잘 깨닫지 못합니다. 그러니 교회는 무언가 하나를 해놓고는 세상 사람들의 반응이 없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때로는 기독교 안티의 반응에 쩔쩔매는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건 교회가 이 땅에 생길 때부터 그랬습니다. 언제 교회가 세상의 반응과 시선, 비평에 대해 쩔쩔맸습니까? 담대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사회의 인기 순위에서 떨어졌다고 호들갑을 떨고, 불안해하는데 성숙하지 못한 자세입니다. 진리는 세속에서 그런 것입니다.
 
아울러 무언가 하나 했더니 세상의 반응이 좋다고 들뜰 필요도 없습니다. 모든 게 전부 잠시 보이는 안개 같은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그냥 예수님의 모습을 따라가는 것뿐이지 결코 세상 사람들의 반응이나 판단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흐르는 물은 그냥 흘러갈 뿐이지 내가 흘러가는 데에 아무런 반응이 없냐고 반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흘러간 물은 결국 지나간 자국을 선명하게 남깁니다. 일희일비하지 않았지만 그 간 자국이 분명히 남습니다.
 
진리는 그런 것입니다. 예수님을 닮는다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그냥 예수님 가신 것처럼 가장 평범한 모습으로 이 세상 가운데 들어가는 게 우리의 임무일 뿐이지 그것으로 인하여 어떤 대우를 받는 게 목표는 아닙니다. 세상 속에서 예수의 이름으로 녹아지는 것, 그게 우리의 사명입니다. 유별 떨지 맙시다.
 
사랑하는 여러분, 그리스도를 따라갈 때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봐 주지 않는다고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그대로 가면 되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모습입니다.
 
6.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그러면서도 하늘의 축복과 권세가 있어 연약한 이들을 붙잡아 주고 세워주셨습니다. 그 예수님을 통해 사람들이 마침내 변화됩니다.
 
우리도 유별을 떨기 전에 이웃에게 푸근한 교회로 다가갑시다. 포근한 성도의 삶을 살아 예수님처럼 세상 속으로 들어갑시다. 그들이 기대어 올 때 버팀목이 되어 주고, 기꺼이 도움의 손길로 사랑합시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정체성, 우리는 하늘 백성임을 잊지 말고, 우리의 할 일, 우리의 갈 길을 꾸준히 걸어갑시다. 세상 사람들의 반응에 요동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우리의 갈 길을 갑시다. 세상이 뭐라 해도 우리는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성도(聖徒), 교회입니다.
 
이 자세에 예수님의 탄생, 성탄의 의미와 축복이 우리 가운데 완성되리라 믿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주님의 탄생하심이 우리 모두에게 축복과 용기로 삶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일어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