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 40:27-31) 
 
1.
새해입니다. 여전히 코로나로 인해 눌린 답답한 분위기이지만, 그러나 열린 새해에는 우리 모두에게 새 역사를 주님께서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주님께서 열어주신 세월이니, 우리 모두 힘을 내어 희망을 안고 출발합시다.
 
그래서 내일부터 헌신과 축복의 새벽기도회를 엽니다. 주제는 ‘너의 가는 길에 주의 축복있으리’입니다. 그런 복음 성가가 있죠? 내친김에 우리 서로를 바라보며 이 축복의 복음 성가 한번 부릅시다.
 
“너의 가는 길에 주의 평강 있으리 / 평강의 왕 함께 하시니 / 너의 걸음 걸음 주 인도하시리 / 주의 강한 손 널 이끄시리. 너의 가는 길에 주의 축복 있으리 / 영광의 주 함께 가시니 / 네가 밟는 모든 땅 주님 다스리리 / 너는 주의 길 예비케 되리 / 주님 나라 위하여 길 떠나는 나의 형제여 / 주께서 가라시니 너는 가라 주의 이름으로 / 거칠은 광야 위에 꽃은 피어나고 / 세상은 네 안에서 주님의 영광 보리라 / 강하고 담대하라 세상 이기신 주 늘 함께 / 너와 동행하시며 네게 새 힘 늘 주시리.” 할렐루야!
 
올해 여러분이 걷는 그 모든 길이 평강의 길이요, 축복의 길이 되기를 바랍니다.
 
2.
새해가 되면 유대인들은 전통적으로 이 성경을 읽는다고 합니다.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해는 뜨고 해는 지되 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아가며 이리 돌며 저리 돌아 바람은 그 불던 곳으로 돌아가고 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강물은 어느 곳으로 흐르든지 그리로 연하여 흐르느니라. 모든 만물이 피곤하다는 것을 사람이 말로 다 말할 수는 없나니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가득 차지 아니하도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 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가 있기 오래 전 세대들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이전 세대들이 기억됨이 없으니 장래 세대도 그 후 세대들과 함께 기억됨이 없으리라.”(전1:2-11)
 
허무주의 경전같이 들리는 말씀, 전도서의 말씀입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왜 희망이 가득 찬 새해 벽두에 이들은 이 전도서, 허무함으로 가득한 전도서를 읽는 걸까요?
 
전도서는 허무함이 가득하지만, 거기에 아주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이 허망한 세상에 주목하며 살지 말고, 우리의 눈길은 창조주 하나님께 두라는 것입니다.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 그리하라.”(전12:1-2)
 
세상이 아무리 어떠하다 해도 성도는, 하나님의 백성은 그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하면 이 세상이 아닙니다. 창조주 하나님께 두어야 합니다. 거기가 기준점입니다.
 
새해, 2022년 모든 것이 잘 되기를 희망하지만 사실 현실은 녹녹하지 않을 것입니다. 때로 매우 힘든 시간을 맞이할 것입니다. 아주 벅찬, 그야말로 속 터지는 일들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상처를 받고 아파서 쩔쩔맬 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그렇지 않습니까? 코로나 바이러스, 그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는 눈치 보며 살았습니다. 눈치 보고 사람을 만나고, 눈치 보고 식당엘 들어가고, 눈치 보고 결혼하고, 눈치 보고 장례를 치르고, 눈치 보고 병원엘 가고, 눈치 보고 길을 갑니다.
 
이게 뭔가요? 이렇게 눈치 보고 2년을 살았는데 나아진 게 없습니다. 더 심해졌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는 변이에 변이, 화려한 변신을 하며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데 우리는 갈수록 어쩔 줄 몰라 쩔쩔매고 있습니다.
 
2년 동안 바이러스 눈치 보고 살았는데, 해결은커녕 상황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심지어 정부의 눈치 보고 살았는데, 문제는 더 심각해졌습니다. 어디서 잘못된 걸까요? 우리가 엉뚱한 눈치를 살피고 산 게 아닐까요?
 
이제는 이 모든 것을 주관하시고 주장하시는 이 땅의 섭리자 여호와 하나님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그 하나님을 제대로 바라보고 그 뜻을 헤아려야 합니다. 엉뚱한 곳에서 헤매지 말고 이젠 하나님께로 돌아서서 하나님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3.
시편의 고백입니다. “나의 환난 날에 내가 주를 찾았으며 밤에는 내 손을 들고 거두지 아니하였나니, 내 영혼이 위로받기를 거절하였도다. 내가 하나님을 기억하고 불안하여 근심하니 내 심령이 상하도다. 주께서 내가 눈을 붙이지 못하게 하시니 내가 괴로워 말할 수 없나이다.”(77;2-4)
 
환난, 어려운 일을 당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도합니다.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내가 내 마음으로 간구하기를 주께서 영원히 버리실까, 다시는 은혜를 베풀지 아니하실까, 그의 인자하심은 영원히 끝났는가, 그의 약속하심도 영구히 폐하였는가, 하나님이 그가 베푸실 은혜를 잊으셨는가, 노하심으로 그가 베푸실 긍휼을 그치셨는가 하였나이다.”(시77:6-9)
 
무슨 소린가요? ‘주께서 나를 버리셨나? 은혜 베푸겠다는 약속은 취소하셨나? 혹시 나를 잊으셨나? 아니면, 나에게 실망하셔서 나를 더는 긍휼히 여기지 않겠다는 건가?’
 
하나님의 눈치를 살피는데 하나님의 응답이 없습니다. 분명 기도하면 응답해 주시겠다 해서 기도하는데 하나님은 여전히 침묵하십니다. 그래서 급기야 이런 심정이 됩니다. “(오직) 시온이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나를 버리시며 주께서 나를 잊으셨다 하였거니와”(사49:14)
 
어렵고 큰 환난이 있어서 부르짖는데, 하나님께로부터 아무런 응답이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버리신 것 같습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문자를 보내고, 카톡을 보냈는데도 대답이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씹는 것 같습니다. ‘이젠 나를 싫어하시나? 변하셨나? 왜 대답이 없지? ...’ 그래서 속으로 혼자 끙끙 앓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놀랍게도 힘들고 답답하고 괴로운 것은 하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야곱아 어찌하여 네가 말하며 이스라엘아 네가 이르기를 내 길은 여호와께 숨겨졌으며 내 송사는 내 하나님에게서 벗어난다 하느냐?”
 
‘야곱’, ‘이스라엘’ 은 동일인의 이름들인데, 불러줄 수 있는 이름은 다 불러주어, 친밀함과 더불어 답답함을 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한탄하는 나를 향해 ‘야, 양 목사야, 야, 의섭아!’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뭐가 그리 답답해서 나를 이렇게까지 부르시는가요?
 
“어찌하여 너는 내 길은 여호와께 숨겨졌으며 내 송사는 내 하나님에게서 벗어난다 하느냐?”
 
실상은 그렇지 않은데 왜 너는 그렇게 느끼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응답이 없다고, 하나님께서 자신을 잊으셨다고 한탄하며 절망하며 슬퍼하는 백성들이 도리어 답답하시다는 것입니다. 너 왜 그리 쉽게 절망하고 쉽게 판단하고 쉽게 주저앉느냐 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의 본심은 뭔가요? 조금 전 인용한 말씀 기억하시죠? “(오직) 시온이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나를 버리시며 주께서 나를 잊으셨다 하였거니와”(사49:14) 이 탄식 바로 뒤로 이어지는 말씀이 이것입니다.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사49:15) 부모가 어찌 자기 자식을 잊겠습니가? 그런 일이 있을 수 없지만, 그래도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나도 나는 결코 너를 잊지 않겠다 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하나님은 결코 우리를 잊지 않으십니다! 할렐루야!
 
그러기에 하나님께서 무응답이라고 절망하는 우리를 보고 답답하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눈치를 살피며 빙빙 도는 우리가 딱하다는 것입니다. 그 무응답이라고 여기는 그 시간에도 하나님은 여전히 나를 향해 일하고 계시며, 역사를 이끌고 계시는 데 말입니다.
 
4.
그래서 하나님께서 오늘 본문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알지 못하느냐 듣지 못하였느냐?” 뭘?
 
“영원하신 하나님 여호와, 땅 끝까지 창조하신 이는 피곤하지 않으시며 곤비하지 않으시며 명철이 한이 없으시며”
 
하나님은 어떤 분이라고? 영원하신 분! 나와는 비교가 안 되는 분! 이미 모든 것을, 전후좌우의 역사를 다 아시는 분! 어째서? 땅 끝까지 창조하신 분이기에! 그러니 다 아실 게 아니겠습니까? 하나님은 다 아십니다. 끝까지 다 아십니다. 지금 내가 아리송해하는 것들을 이미 다 아십니다.
 
더군다나 그 하나님은 피곤하지 않으시고 곤비하지 않으시고, 명철이 한이 없으시답니다. 무슨 말인가요? 내가 아무리 기도하고 기도해도 귀찮아하지 않으신답니다. 내가 아무리 떼를 써도 피곤해하지 않으신답니다. 내가 말도 안 되는 기도를 드려도 명철이 한이 없으시기에 그걸 다 선용하신답니다. 그래서 어떻다는 건가요?
 
“피곤한 자에게는 능력을 주시며 무능한 자에게는 힘을 더하시나니!” 그 엄청나신 하나님, 그분께서는 피곤한 자, 무능한 자를 챙기시며 능력을 주시고 힘을 더하여 주신답니다. 잘 나고 힘이 넘치는 이들을 붙들어주기보다 피곤하고 무능한 이들, 사회에서조차 뒤로 밀려나는 이들을 챙기시고 능력을 주시고 힘을 더하여 주십니다.
 
그래서 30절, “소년이라도 피곤하며 곤비하며 장정이라도 넘어지며 쓰러지되” 결코 피곤하지 않을 것 같고, 곤비하지 않을 것 같고, 늘 튼튼할 것 같은 소년, 장정이라도 넘어지며 쓰러지되 그래서 어떻다?
 
31절,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하지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하리로다.”
 
앙망한다는 게 뭔가요? ‘앙망’이란 히브리어 단어는 ‘카와’라고 하는 단어입니다. ‘기다리다, 기대하다 wait, look for, 바라다, 소망하다 hope’를 의미합니다. 이 단어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의 구원을 위해 결정적으로 행동하실 것을 확신 있게 소망하며 끈기 있게 참는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꾸준한 인내의 기다림으로 위대한 믿음의 표현입니다. 이렇게 앙망할 때 새 힘을 얻는다고 성경은 분명히 증언합니다.
 
우리는 무슨 힘으로 사는가요? 우리는 어디서부터 오는 힘으로 삶의 에너지를 얻어 사는가요?
 
성도는 모든 조건이 구비되고 상황과 환경이 완벽할 때 힘을 얻어 으랏차차 일어서는 게 아닙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하나님의 성전에 나와 엎드려 기도하며 마음을 하나님께 쏟아 부으며 하나님을 앙망할 때, 다시금 일어나 나갈 힘을 얻습니다. 가만 보면 축복 받았다고 좋아할 때 힘을 얻기보다 힘들고 힘들 때 그저 주님께 나아와 기도하고 쏟아 붓고, 주여 주여 할 때 더 큰 힘을 얻습니다.
 
5.
시편을 묵상하다 보면 그런 모습들이 많이 보입니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죽겠다. 늘 당하고 사는 것이 분해 죽겠다. 원수들이 미워죽겠다, .... 분통이 터지고 화가 나고 ... 씩씩댑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막 해 댑니다. 불손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니, 불손이 뭔가 거의 불신자 수준입니다. 이 사람, 이렇게 하나님께 막 해대도 되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힘듭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상하게도 시편의 거의 모든 탄식의 기도는 할렐루야로 끝이 납니다. 왜 그렇게 될까요? 그의 기도문을 들어보면 이 사람, 이젠 하나님을 떠나겠네, 교회 안 나오겠네 싶은데 그 무서운 기도를 마칠 때에는 모두들 눈물을 훔치며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해하는가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 나는 그가 나타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내 하나님을 여전히 찬송하리로다.”(시42:11)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불평하고 불만을 터뜨리지만 끝까지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하나님을 향해 부르짖습니다. 쏟아 붓습니다. 그런데 그 때, 그러는 동안에 하나님께서 미워하시고 내치시기보다 도리어 그에게 힘을 주십니다. 위로해 주십니다. 그래서 털고 일어서게 하십니다.
 
우리는 당하며 살 겁니다. 내가 주도하고 내가 의도하고 내가 계산한 대로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일방적으로 당하며 살 겁니다. 그래서 때로는 속상하고, 뒤집히고, 분하고, 낙심되고, 절망하며, 두려움에 빠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나는 휘청은 하겠지만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버티다 마침내 일어설 것인데, 그 비결은? 나는 끝까지 하나님을 바라볼 것입니다. 나는 하나님을 앙망할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바라보고 바라볼 때 그 하나님께서 내게 힘을 더하여 주실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해 주시기도 하겠지만, 그것들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더하여 주실 것입니다. 능히 감당할 것입니다. 왜?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6.
여러분, 올해는 우리 하나님을 바라보며 삽시다. 하나님을 앙망하며 삽시다. 기도하며 삽시다. 예배드리며 삽시다. 말씀대로 베풀며 나누고 섬기며 삽시다. 그야말로 속상할 때는 하나님 전에 나와 하나님 앞에서 울며 삽시다. 새 힘을 얻을 것입니다. 강력한 하늘의 위로가 임할 것입니다.
 
이전에 내가 갖고 있던 힘은 옛 힘입니다. 그런데 이젠 새 힘을 얻을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나님을 앙망하며 삽시다. 그러면 새 힘을 얻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앙망하는 사람, 새 힘을 얻을 것입니다! 무슨 일을 당해도, 어떤 경우에도 하나님을 바라보십시오. 그 하나님께서 때마다 일마다 평강에 평강을 주시며 새 힘을 더하여 주실 것입니다. 2022년, 올 한 해 하나님을 앙망하는 가운데 모두들 승리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