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8:10-19) 
 
1.
야곱이 길을 떠납니다. 그것도 외롭게 혼자 길을 떠납니다. 왜? 집안 분위기가 안 좋았습니다. 형을 속이고, 아버지를 속이고 장자 축복권을 쟁취하자 형 에서가 괘씸한 마음에 동생 야곱을 벼르고 있었습니다. 그 분위기가 이러했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야곱에게 축복한 그 축복으로 말미암아 에서가 야곱을 미워하여 심중에 이르기를 아버지를 곡할 때가 가까웠은즉 내가 내 아우 야곱을 죽이리라 하였더니”(창27:41)
 
아주 아주 살벌한 분위기였기에 야곱은 야반도주하여 종 하나를 데려가지 못하고 자기 몸 하나 달랑 챙겨 도망가고 있습니다.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형 에서와 달리 야곱은 집밖을 돌아다닌 터프한 사람이 아닙니다. 집안에서만 곱게 자란 얌전한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집을 떠나 혼자 길을 나섰습니다. 얼마나 불안했을까요?
 
광야에서 홀로 잠이 드는데,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성지순례 때 가봤는데 광야의 밤은 정말이지 외롭습니다. 외로움의 느낌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합니다. 아무도 없고, 달빛만 써늘하게 비치는 광야, 그곳에서 돌을 베개 삼아 서럽게 잠자리에 눕습니다. 그 곁에 아무도 없습니다! 이때, 하나님께서 그를 찾아오십니다.
 
2.
그가 꿈을 꿉니다. 그 꿈에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사닥다리!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사닥다리!
 
사람들은 이걸 ‘야곱의 사닥다리’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이건 야곱이 만든 사닥다리가 아닙니다. 이건 하나님이 일방적으로 내려주신 ‘하나님의 사닥다리’입니다. 야곱이 하나님께 이은 사닥다리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야곱을 건지시려고, 야곱을 찾아오려고 놓으신 하나님의 사닥다리입니다.
 
진퇴양난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곤경에 빠진 야곱의 삶 속에 하나님께서 놓으신 하나님의 사닥다리입니다. 불안하기 짝이 없는 두려운 처지의 인생, 야곱을 돕기 위해 하나님께서 놓으신 하나님의 사닥다리입니다.
 
선택받았다, 구원받았다 하는 것은 바로 이 사닥다리가 자신의 삶 속에 내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의식을 못해도 하나님께선 내 삶 속에 사닥다리를 내리시고, 당신의 사자들, 천사들을 통해 나의 처지와 형편을 보고 받으시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그 사닥다리를 통해 내려주십니다. 이 사닥다리가 여러분에게 있음을 믿습니다.
 
그러기에 그 사닥다리는 기도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내가 기도하려고 하나님 앞에 마주 앉을 때 사닥다리를 통해 하나님과 나는 교제가 시작됩니다. 내가 웅얼거리는 것, 천사를 통해 다 보고 받으시고, 내 마음의 간절함 다 파악하시고, 내게 가장 좋은 것으로 응답해 주십니다. 기도는 바로 이런 영적 교류, 하나님의 사닥다리를 통해 나의 삶이 하나님께 올려지고, 하나님의 축복과 은총이 내게 내려오는 시간입니다.
 
이 사닥다리가 분명한 사람, 결코 현실에 빠져 절망하지 않습니다. 자기 힘으로 현실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계속 빠져들어 가는 현실이지만, 하늘에서 내려온 사닥다리로 인해 그는 더 이상 현실 속에 빠져들지 않습니다. 진흙 뻘 같은 이 땅에서도 천국의 삶을 삽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다른 것은 몰라도, 이 하나님의 보좌에 닿은 하나님의 사닥다리만큼은 여러분에게 분명하기를 바랍니다. 그 사닥다리를 통해 현실을 극복하는 힘을 얻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3.
그 사닥다리 꼭대기에 닿아계신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말을 걸어오십니다. 그런데 그 말씀을 자세히 보니, 하나님과 야곱은 처음 만나는 것 같습니다. 말로만 듣던 하나님, 귀로만 듣던 하나님, 책에서만 보았던 하나님, 그 하나님을 직접 만나는데, 하나님께서 당신을 소개하십니다. 뭐라고?
 
일전에 어느 분을 만났는데, 명함을 줍니다. 그 명함에 자기소개가 들어 있는데, 직분이 하도 많아서 다 읽지도 못하겠더라꾸요. “지역 장학회 이사장, 방범대장, 후원회장, 청소년 지도위원장, 이사, ...” 누구나 다 처음 만난 상대방에게 자기를 소개할 때 거창하게 하고 싶어 합니다.
 
자, 하나님께서 야곱을 처음 만나, 당신을 소개한다. 뭐라고 하시는가요? “나는 창조자, 거룩한 자요, 완벽한 존재요, 이 세상의 주권자, 심판주, 알파와 오메가이니라!”고 하실 것 같은데, 뭐라 하시는가요?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그 엄청나면서도 많은 자신에 대한 소개를 다 생략하고 뭐라고 하신다구요? 나는 니 할아부지의 하나님이요, 니 아부지의 하나님이다!
 
하나님이 얼마나 가깝게 다가오는가요! 성경엔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이사야 41:8절에서는 이렇게 당신을 소개하십니다. “그러나 나의 종 너 이스라엘아 내가 택한 야곱아 나의 벗 아브라함의 자손아!” 아브라함을 하나님께선 벗, 친구라고 하시며, 그의 후손들을 향해 ‘나의 벗 아브라함의 자손아!’하십니다. 내 친구 아브라함의 자손아! 얼마나 정겹게 하나님께서 다가오시는가요!
 
믿음의 아버지, 믿음의 어머니 여러분, 끝까지 믿음 생활 잘하시어 여러분의 자녀들에게 하나님께서 당신 소개를 하실 때, ‘나는 네 아부지 친구, 네 어머니 친구 하나님이란다.’라고 소개될 정도로 하십시오. 그 보다 큰 유산, 그 보다 큰 축복이 없습니다. 내 아들이, 내 딸이, 내 손주가 삶의 곤경에서 어찌할 줄 모를 때, 하나님께서 찾아가셔서 ‘나는 네 아버지, 네 엄마가 섬기던 그 하나님이란다. 내가 너를 도와줄게.’ 하는 복을 넘겨주십시오.
 
보십시오, 이렇게 자신을 가깝게 소개하신 하나님, 곧 바로 뭐라 하시는가요? “네가 누워 있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이 되어 네가 서쪽과 동쪽과 북쪽과 남쪽으로 퍼져 나갈지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라!”
 
놀라운 축복을 선언하십니다. 그런데 그 축복을 가만 보면, 그게 모두 야곱의 조부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축복입니다. 창 12:2-3절에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신지라.”
 
그러니까 아브라함에게 내리신 축복, 그 아들 이삭에게도 그대로 이어졌고, 이 장자 축복을 그렇게도 사모하던 야곱에게도 그대로 이어졌음을 하나님께서 공식적으로 선언해 주신 것입니다. 이제 야곱은 명실공히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란 그 놀라운 호칭에 들어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걸 인정해 주신 것입니다. 좋은 믿음의 가정에 흘러내려 오는 장자 축복권을 보장해 주신 것입니다.
 
게다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야곱의 외롭고, 불안한 현실을 보시고, 그에 걸맞은 축복을 보너스로 더해 주십니다. 15절,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나는 이 축복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앞길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동일하게 다가오는 하나님의 축복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나는)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4.
야곱은 꿈을 꾸었습니다. 외롭고 처량하고 진퇴양난의 환경 속에서 그는 꿈을 꾸었습니다. 사실 눈 떠봐야 별 볼일도 없습니다. 그저 살벌하고 외로운 현실일 뿐입니다. 차라리 눈을 감고 잠에 빠지는 게 나을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꿈을 꿉니다. 그 꿈은 어쩌면 남가일몽(南柯一夢), 개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별난 꿈을 다 꾸었네 하고 지나칠 수 있는 꿈입니다.
 
그러나 그 꿈이 의미 없이 지나가는 꿈이 아닌, 그의 삶을 뒤집을만한, 그에게 엄청난 비전과 소망을 줄 수 있는 꿈이 되었습니다. 비결이 뭘까요? 오늘 말씀에 인상적인 야곱의 자세가 있습니다.
 
단순한 꿈이라면 그저 자연스레 지나가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야곱은 꿈속에서조차 아주 강한 욕구, 아주 강렬한 소망을 표현합니다. 사닥다리가 보이는 장면을 봅시다.
 
12절, “꿈에 본즉 사닥다리가 땅 위에 서 있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고 또 본즉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 위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또 본즉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 이르시되”
 
이 장면에서 ‘본즉’이란 단어가 3번이나 나옵니다. “본즉, 또 본즉, 또 본즉” 영어 성경에는 이것을 ‘behold, behold, behold!’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Behold, 집중해서 보는 것입니다! 보고 또 보고, 또 다시 보고! 그의 영적 관심이 꿈속에서조차 점점 집중되고 있음을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그저 ‘어, 놀라운 장면이네, 어이쿠 무섭다.’하며 주저앉은 것이 아니라, 아주 강한 호기심과 아주 강한 의욕으로 한번 본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이게 도대체 뭔 소리여,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가 하여 보고 또 보고, 그리고 또 다시 보는 그런 자세입니다. 그리고 사닥다리 위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모양새입니다. 영적 욕구가 대단한 야곱의 자세를 보여줍니다. 한번 기도해서 안 되면 2번 기도하고, 2번 해서 안 되면 3번 하고, ...
 
그러기에 그가 보고 또 보고, 또 다시 볼 때마다 그의 꿈은 전진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사닥다리가 보이고, 그게 뭔가 하여 또 다시 주목하여 보니 그 사닥다리 위에서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하고, 그것만 봐도 기가 막힌 장면인데,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또 다시 집중해서 보니 하나님께서 축복하시는 장면까지, 하나님의 보좌까지 보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왜 못 보는가요? 애당초 보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 우리는 왜 깨닫지 못하는가요? 깨달으려고 하지조차 않기에! 관심이 없습니다. 늘 그러려니 합니다.
 
렘 33:3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우리가 부르짖고 부르짖으면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우리에게 크고 은밀한 일을 보여주신다고 약속하십니다.
 
이렇게 야곱이 강한 영적 의욕을 갖고 ‘본즉, 본즉, 본즉’ ‘behold, behold, behold’하자, 하나님께서도 이에 맞춰 ‘behold’란 단어를 쓰셨습니다. 15절, 야곱에게만 주신 특별한 보너스 축복, 그 15절을 원어 성경으로 보면 맨 앞에 히브리어 ‘히네’란 단어, 영어로 ‘behold’란 단어가 붙어 있습니다. 야곱이 behold, behold, behold 하자 하나님께서도 그에 맞장구를 치셔서 ‘behold’, ‘보라!’하시며 15절의 축복, “보라, 내가 너와 함께 있어 ... ”하는 임마누엘의 축복을 보너스로 주신 것입니다.
 
5.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까? 지금 내 삶의 형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떻게 진전되어 갈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어떻게 굴러갈지 모르겠습니까?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그저 계속 늪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은 현실에 당혹스러운가요? 영적으로 심란하기 그지없는가요?
 
분명 내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의 아름다운 헌신이 있었고, 그분들을 향한 하나님의 축복이 있는데, 왜 그 자손인 나는 별 볼일이 없는가요?
 
관심을 안 갖습니다. behold, behold, behold! 이 자세가 없습니다. 하나님의 사닥다리에서는 관심이 있을 때 역사가 진전되고, 펼쳐집니다.
 
외롭고도 처량하게 아무도 없는 광야에서, 그것도 돌을 베개 삼아 잠이 드는 그 불쌍한 신세 야곱, 그러나 그의 속에는 기회가 주어질 때 강한 영적 욕구가 자리 잡아, 하나님께서 그를 찾아와 주시자,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보고 또 보고 하며 마침내 하나님의 감동을 잡아냅니다. 그리곤 그의 삶은 비로소 공식적인 하나님의 축복을 받게 됩니다.
 
엉뚱한 데서 헤매지 말고 하나님의 성전으로 나아오십시오. 그 옛날 야곱은 성전이 없기에 광야에서 홀로 돌베개 배고 자다가 하나님을 만났으나, 이제는 하나님께서 그런 고생, 우리 보고 하지 말라고 친히 성전을 준비하시고, 성전에서 만나자고 하십니다. 그것도 시간까지 정해주셔서 그 기도 시간에, 예배 시간에 만나자고 하십니다.
 
내 평생 목회 경험으로 권하는데, 새벽 기도 시간에 나아와 기도하십시오. 그리곤 달랑 ‘하나님, 안녕하세요, 저 다녀갑니다.’하고 기도하지 말고, 좀 묵직하게 앉아서, 성령의 감동을 구하며 기도하십시오. 그리곤 뭔가 잡힐 듯싶거들랑, 하나님께서 뭔가 감동을 조그맣게라도 주시거들랑, 그것을 붙잡고, 이게 뭔가 보고 또 보고 하는 가운데 그 은혜, 그 감동이 점점 하나님의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가 하나님의 보좌까지 이어지도록 하십시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가십시오!

6.
힘주어 말씀드립니다. 하나님께서 찾아오시거든 기회를 살리십시오. 여태까지 어떻게 살았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사닥다리를 내게 허락하시고, 내 인생이 가장 벅차고 힘들고 외로울 때 내게 찾아오셔서 ‘나는 네 아버지의 하나님, 니 어머니가 섬기던 하나님이다’라고 하신다는 것입니다. 그 감동과 말씀에 주목하고 기도로 집중하는 자녀손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여호와를 앙망하기로 한 여러분, 시간을 정하여 기도하며 Behold, 제발 주목하십시오! 하나님의 역사와 사인에 주목하십시오. 하나님의 사닥다리를 통해 응답과 축복의 역사가 있을 것입니다.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와 복이 여러분에게 넘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