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지하철 기습 시위로 인해 출근길 지하철 운행이 한 달째 연이어 멈추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저러겠나”라는 옹호와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불만이 팽팽히 맞서는 모양새입니다.

 

장애인의 권리 가운데 하나가 이동권입니다. 이동권은 안전한 이동, 원하는 때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이동, 그리고 편리한 이동을 의미합니다. 이동권은 크게 세 가지 권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건물 등 시설물에 접근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이며, 다른 하나는 도로 및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이동권이며, 마지막 하나는 정보 접근권입니다. 이동권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고 안전하게, 자유롭게, 그리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라면 장애인도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 정부가 약속했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등이 차일피일 미뤄진 것도 장애인들의 강경 시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2001년 지하철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용 리프트가 추락해 장애인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2004년 서울시에서 지하철 전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는 17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지하철 역사 284곳 중 22곳에는 여전히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저상버스는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 대신 경사판이 설치돼 있어 휠체어 이용자나 고령자 등 교통약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버스입니다. 그러나 전체 버스 서비스에 대한 저상버스의 보급률은 매우 미미합니다. 더구나 시내버스 외의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공항버스, 관광버스, 각종 셔틀버스도 휠체어 사용자는 이용이 전혀 불가능합니다. 미국, 일본, 대만의 경우 휠체어 사용자도 탈 수 있는 일반 택시를 도입하여 운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휠체어 사용자는 일반 택시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다만, 휠체어리프트 또는 램프가 장착된 장애인 콜택시와 같은 특별 교통수단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 교통수단은 장애인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여 탑승할 때까지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24시간 운행이 아닌 오후 9시까지만 운행하는 등 시간 제약이 있고, 타지역으로 이동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어 여전히 이용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과거에 비해 장애인의 이동 환경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이동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소 출근길이 불편하더라도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격려와 지지의 박수를 계속 보내야 합니다.

 

장애인 차별이 가장 심각한 곳 중의 하나가 홍익교회입니다. 지하철 역을 나와서 험난한 등반을 해야 하는 진입로도 그렇고, 예배당으로 올라가는 계단길과 식당으로 내려가는 계단길은 아예 장애인 출입금지구역입니다. 홍익교회는 장애인이 예배드릴 수 없는 교회입니다. 장애인이 마음껏 예배드릴 수 있는 교회가 되도록, 장애인이 어디든

쉽게 갈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모두가

관심과 마음을 모아야겠습니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롬12:15)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