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四旬節), 무슨 절기인가? 어떤 이가 그런다. “사순절이요? 부활절 앞에 있으니까 부활하기 위해선 죽어야 하잖아요? 그러니 순순히 죽는 절기가 사순절이지요.” 신학적 의미는 그럴듯한데, 사순절은 그런 뜻이 아니다.
 
사순절을 뜻하는 영어 단어 렌트(Lent)는 고대 앵글로 색슨어 랭(Lang)에서 유래된 말로 ‘봄’이란 뜻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40일간의 기념일’이라는 뜻의 희랍어인 ‘테살코스테’를 그대로 번역하여 사순절로 번역하였다.
 
부활주일을 기점으로 거꾸러 계산하여 도중에 들어있는 주일을 뺀 40일간을 말한다. 그래서 올해 부활주일은 4월 17일이니, 이렇게 계산하여 지난 3월 2일 수요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된 것이다.
 
사순절은 성경에 근거한 절기는 아니다. 성경이 가르친 절기도 아니다. 이것은 성도들의 신앙생활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다. 마치 한국 교회의 주일 오후 예배나 수요예배, 새벽기도회 같이 성경에서 가르친 절기가 아니라 신앙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형성되고 발전한 아름다운 신앙의 습관이다.
 
이 기간에는 세례 예비자들의 교육과 입교 훈련을 하였고, 기존의 성도들은 금식과 기도로 경건 훈련에 임하였다. 사순절 행사로서의 금식은 수 세기 동안 매우 엄격하게 지켜졌다. 이때는 하루에 한 끼 식사만이 허용되었고, 생선과 고기 등의 육류는 물론 우유와 달걀로 만든 음식까지 금지되었다.
 
그러나 8세기 이후로 가면서 이러한 규정은 많이 완화되었고, 14세기에는 금식 기도 대신에 절식 기도가 행해졌으며, 15세기에 와서는 정오에 식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종교 관습이 되었고, 저녁 시간에도 간단한 식사가 허용되었다. 하지만, 오락 행위는 여전히 금지되었고, 화려한 옷을 입는 것, 좋은 음식을 먹는 것 등 호화 생활 등은 자제되었다.
 
그러다가 1517년 종교 개혁 이후 개혁자들은 형식적이며 지나치게 많은 교회의 의식 절차들을 폐지하였고, 이때 사순절에 관계된 많은 의식들도 간소화 내지는 폐지되었다. 그렇지만 회개의 시기로 지켰던 중세 교회의 사상은 그대로 받아들여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가장 경건한 시기로, 경건의 훈련에 치중하는 절기로 기념하고 있다.
 
그러기에 이 사순절 기간에는 지나친 오락을 삼가고, 자기의 삶을 돌아보며 회개의 시간을 많이 갖고, 이를 위한 금식과 기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해나가면 우리의 삶 속에 점점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이 자리 잡아 갈 것이며,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차츰차츰 그리스도의 향기가 배일 것이고 그리스도의 모습이 우리 안에 또렷이 새겨질 것이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