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으로 온몸이 마비돼 눈동자도 움직이지 못하던 환자가 뇌에 삽입한 전극의 도움을 받아 아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몸이 마비되면 마음도 망가질 것이란 예측이 빗나간 것입니다.

 

스위스 생물신경공학 센터는 “온몸이 마비된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환자가 생각을 전기신호로 전달해 가족과 의사소통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36세의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말기인 남성 환자가 뇌 표면에 붙인 전극과 컴퓨터의 도움으로 가족들에게 굴라시 수프, 완두콩 수프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네 살 아들에게 “디즈니 영화를 같이 보겠느냐?”고 하며 “내 멋진 아들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은 온몸 근육이 천천히 마비되는 희귀 질환으로 루게릭병이라고도 불립니다. 병이 악화되면 호흡도 제 힘으로 할 수 없으며, 보통 진단 후 5년 내 사망합니다. 2018년 세상을 떠난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앓은 병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연구진은 환자의 뇌에 우표 크기의 전극을 이식한 후에 사람이 말을 할 때 뇌에서 혀나 입술, 턱 등 발성기관으로 보내는 운동 신호를 포착했습니다. 뇌가 특정 음성을 내려고 할 때 뇌가 발성기관에 보내는 특정한 형태의 신호들을 인공지능이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포착한 운동 신호대로 인공 발성기관에서 영어 문장을 합성하자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목소리가 울려 나왔습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사람이 어떤 말을 하려고 할 때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감지해 그대로 음성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 기술이 발전하면 뇌졸중,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 중증 뇌질환으로 온 몸이 마비돼 말을 하지 못하는 환자들도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동안 우리는 신체 기능이 마비되어 식물인간 상태가 되면 마음도 생각도 정지된 상태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환자에게 이런 저런 말을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 발표는 비록 신체 활동이 완전히 멈추었지만 얼마든지 듣고 생각하고 느끼고 자기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아무리 신체 기능이 마비되어도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충분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대가 올 것이라는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혹시 신체 기능이 마비된 가족이 있다면 우리가 하는 모든 말을 다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평소에 못 다한 말, 사랑한다는 말, 축복한다는 말을 더욱 많이

해야겠습니다. 특히 용서하고

용서받지 못한 것이 있다면

더더욱 표현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벧전4:8)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