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8:1-11} 
 
1.
오늘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사역을 위해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종려주일이요 내일부터는 수난주간입니다. 예수님의 수난의 의미를 되새기며 경건한 성도의 삶을 다짐하는 주간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수난, 그 이야기는 정말일까요?
 
예수님의 수난 이야기는 소설, 픽션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 현장에는 목격자가 있었습니다. 이번 한 주간 새벽엔 그 현장의 목격자의 증언을 따라 그 현장을 찾아가 봅시다.
 
예수님에 대한 증언은 참으로 많습니다. 일명 복음서라는 이름으로 있습니다. 우리는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서만 있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빌립 복음서, 도마 복음서, 베드로 복음서, 바나바 복음서 등등, 많습니다. 그런데 왜 성경엔 4사람의 복음서만 있는 걸까요?
 
다른 복음서의 내용을 보면 흥미진진한 것들이 많습니다. 예수님께서 엄청난 기적을 행하고, 하나님으로써 행하신 놀라운 일들이 참으로 상당합니다. 읽는 이들마다 놀라고, 은혜를 받을 만한 기적의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사실이냐입니다.
 
우리 기독교 신앙은 사실에 근거합니다. 은혜에 근거하는 게 아니라 사실, 팩트(fact)에 근거합니다. 아무리 은혜가 돼도 사실이 아니라면 가치 없는 일입니다.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에는 많은 증언자, 목격자들이 당대에 살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해 낼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해서 공인된 복음서가 마태, 마가, 누가, 요한 복음서입니다. 그중, 가장 먼저 쓰인 복음서는 마가복음서입니다. 그 후에 마태복음서, 누가 복음서가 나왔고, 가장 나중에 쓰인 것은 요한복음서입니다. 기존에 나와 있던 복음서들을 다 참고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여 기록한 것입니다. 그래서 요한복음서는 앞의 3복음서와는 조금 스타일이 다릅니다.
 
우리는 이번 한 주간, 이 요한복음이 증언하는 그 날 밤, 그리고 그다음 날의 현장에 주목해 보려고 합니다. 목격자의 증언을 따라 현장을 살펴보다 보면 깨닫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따라가 봅시다.
 
2.
오늘은 첫 스텝으로, 그날 밤, 예수님은 유월절 만찬을 마치고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 동산에 가셨고, 그곳에서 땀방울이 핏방울로 비춰질 정도로 진을 다하여 기도하시고 난 후에 일어난 일입니다.
 
“유다가 군대와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에게서 얻은 아랫사람들을 데리고 등과 횃불과 무기를 가지고 그리로 오는지라”
 
헬라 원어 성경을 보면, 배신자 가롯 유다를 앞장세우고 몰려온 이들은 그 수가 수백 명은 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겟세마네가 동산이니 산 밑에서부터 까맣게 몰려온 것입니다. 예수님을 체포하는 데 왜 이리 많이들 몰려왔을까요? 그만큼 예수님이 민중에게 인기가 높았으며, 그 제자들이 대부분 열혈당원이었기에 무력 충돌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기에 수백 명이 몰려왔습니다.
 
역시 예상한 대로 베드로를 비롯해 제자들이 어쭙잖게 예수님을 보호하겠다고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칼을 칼집에 꽂으라. 아버지께서 주신 잔을 내가 마시지 아니하겠느냐”
 
조금 전까지 예수님은 이 잔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됩니까 하며 몸부림치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마음 정리를 하시고는 당당하게 “아버지께서 주신 잔을 내가 마시지 아니하겠느냐”하십니다.
 
그러는 예수님의 태도는 공관복음서에 나타난 체포현장의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마태,마가,누가복음서에는 예수님이 연약하여 끌려가는 모습인데, 요한복음서에서는 당당하게 나아가시는 모습이십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요?
 
공관복음서와 요한복음서의 기록 목적, 안목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공관복음서는 고난받는 메시아에 초점이 맞추어 있는 반면에 요한복음서에는 ‘영광’이란 주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애당초 요한복음서에는 십자가의 죽음이 인류 구원의 완성, 성부 하나님께서 그토록 원하셨던 일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하여 성자 예수님에게 이 사명이 주어졌고, 그것을 이루어드리는 것이 바로 십자가였으며, 그것을 온전히 이루는 것은 자기 받은 사명을 완수하는, 곧 영광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예수님의 소신이 아주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당신을 보내신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드리는 것을 자기완성, 즉 영광이라고 이해하고 계십니다. 십자가는 고통의 상징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드리는 영광입니다. 그러기에 그 앞에 당당하십니다. ‘내가 그니라!’하시며 당당하게 나서십니다. 결코 피하지 않으십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성공이란 뭔가요? 그저 돈 많이 벌고, 큰 집에서 살고, 인기와 명예를 누리고, 자식들 잘되고, 건강하며, 원 없이 돈 쓸 수 있고, ... 그렇다면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과 다른 게 뭔가요? 이런 것을 성공이라고 여긴다면 우리가 무당에게 도움을 받고, 귀신에게 복을 원하는 것과 다를 게 무엇인가요?
 
큰 교회 목회를 하고, 급성장을 하고, 사례 많이 받고, 좋은 차 타고 하는 것을 목회 성공이라고 칭하는가요? 주의 종, 목사는 엄연히 주인이 있어서 그 주인의 명에 따라 있으라 하는 곳에 있고, 가라 하는 곳에 가고, 지키라 하는 곳을 지키는 것이 종으로서의 마땅한 자세인데, 좋은 곳, 화려한 곳, 세인의 주목과 존경을 받는 곳에 있는 것을 성공이라 한다구요?
 
말도 안 됩니다. 종으로서 성공한 것은 주인이 명한 것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낸 것, 주인이 원하는 것을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행해 내는 것, 그게 종으로 성공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인간적으로 볼 때는 비참하게 돌아가셨지만, 그러나 성부 하나님께서 그분께 맡겨주신 것을 충실히 다 수행하셨습니다. 그러기에 십자가 위에서 “다 이루었다!”하시며 숨을 거두었습니다. 예수님은 성부 하나님이 보실 때 성공한 인생이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그리스도인으로 주어진 사명이 있습니다. 그거 감당합시다. 도망가려고만 하지 말고,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이게 정말 주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것이다 싶을 때, 주님을 위하여 당당하게 내게 주어진 십자가, 감당합시다. 고민 그만하고, 계산 그만하고 결단하고 십자가 지고 예수님을 따릅시다.
 
히브리서 10장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나의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또한 뒤로 물러가면 내 마음이 그를 기뻐하지 아니하리라 하셨느니라. ...”(히 10:38-39)
 
사명을 받은 자라면 이런 자세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님 주신 사명, 무슨 일이 있어도 당당하게 십자가 지고 감당하는 삶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3.
그런데 나는 오늘 본문에서 한 가지 인상적인 모습을 봅니다. 무리가 몰려오자 예수님은 앞으로 나서며 물으셨습니다. ‘너희가 누구를 찾느냐?’ 몰라서 물으신 게 아닙니다. 다분히 ‘나사렛 예수요!’ 라는 대답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적 질문이었습니다. 그것도 주님께서 두 번씩이나 똑같이 물었고, 무리들은 분명하게 ‘나사렛 예수’라고 자기들이 체포할 사람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8절,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너희에게 내가 그니라 하였으니 나를 찾거든 이 사람들이 가는 것은 용납하라 하시니”
 
예수님을 체포하려고 수백 명이 무장하고 몰려간 상황이라면, 그 현장에 있는 예수님의 열성 추종자들도 함께 끌고 가는 게 당연합니다. 더군다나 현장에서 추종자들이 칼까지 뽑았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나중에 풀어주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단 한 명도 체포당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본문에서 드러납니다.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 위기 상황에서도 예수님은 제자들의 신변을 먼저 챙기십니다. 자신보다도 그들이 더 염려되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하셨을까요?
 
이어지는 9절, “이는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자 중에서 하나도 잃지 아니하였사옵나이다 하신 말씀을 응하게 하려 함이러라.” 하나님의 말씀을 응하게 하려고!
 
그뿐 아닙니다. 요13:1,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
 
예수님은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하나도 잃어버리지 아니하시려고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랬을 것입니다. 성경에는 하나님의 사랑, 예수님의 사랑이 ‘하나’, JUST ONE!에 엄청나게 집중되어 표현되고 있습니다.
 
양 백 마리 중에 한 마리가 뛰쳐나갔을 때도 99마리를 뒤에 두고, 그 한 마리를 찾아 나선다고 하셨습니다. 동전 하나를 잃어버렸을 때도 그 하나를 찾으려고 방을 쓸고 또 쓸어 찾아낸다고 하십니다. 제 잘난 맛에 아버지 재산을 챙겨서 집을 나간 아들, 그리곤 허랑방탕하게 모든 재물을 다 탕진하고 거지가 된 아들, 그 아들을 아버지는 매일매일 기다리고, 마침내 돌아오자 그 거지가 된 아들을 끌어안고 기뻐서 잔치를 벌인다고 하십니다. 예수님은 이 ‘하나’, 그것도 ‘못난 하나’를 소홀히 대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은 자기 사람들을 끝까지 찾아내십니다. 그리고 똑같이 사랑해 주십니다. 그러기에 십자가에 못 박혀, 그 고통 속에서, 자기 숨도 쉬기 힘든 그 상황에서도 그 옆에 매달린 강도가 자신을 불쌍히 여겨달라고 할 때, 그를 낙원에 데리고 들어가십니다. 그 강도는 그야말로 막차 중의 막차를 탄 것입니다. 어째서? 예수님은 자기 사람들을 한 사람도, 한 영혼도 잃지 아니하시기 때문입니다.
 
왜 그렇게까지? 그게 하나님 아버지의 뜻입니다. 요한복음6장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은 내 뜻을 행하려 함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려 함이니라.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은 내게 주신 자 중에 내가 하나도 잃어버리지 아니하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이것이니라. 내 아버지의 뜻은 아들을 보고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는 이것이니 마지막 날에 내가 이를 다시 살리리라 하시니라.”(요6:38-40)
 
예수님에게 중요한 것은 ‘내 아버지의 뜻’이었고, 그토록 소중한 ‘내 아버지의 뜻’은 한 사람도 잃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자기 사람들,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사람들을 하나도 잃지 않으십니다.
 
잃어버린 영혼들, 사탄의 꾐에 빠져 자기가 누군지 잊고, 세상에 빠져버린 잃어버린 영혼들, 하나님께서 포기할만한데도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이를 잘 아시는 예수님은 그 아버지의 뜻을 이루어드리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고, 마침내 그 잃어버린 영혼들이 언제라도 아버지 하나님께 돌아올 수 있도록 길을 만들기 위해 십자가에서 스스로 희생 제물로, 잃어버린 영혼들의 죗값을 대신 치르셨습니다.
 
지금은 네가 모르지만 후일에 철이 들어 이 큰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하나님께 돌아가고 싶을 때 돌아갈 수 있도록 그 값을 당신의 목숨으로 대신 치르신 것입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예수님의 죽음이 자신의 죗값 때문임을 알고, 고백하는 이들은 대속의 은혜를 얻게 하신 것입니다.
 
그러기에 오늘의 그 현장에서 칼을 뽑아 들었던 그 베드로가 훗날에 베드로전서에서 이렇게 증언하였습니다.
 
“그는 죄를 범하지 아니하시고 그 입에 거짓도 없으시며 욕을 당하시되 맞대어 욕하지 아니하시고 고난을 받으시되 위협하지 아니하시고 오직 공의로 심판하시는 이에게 부탁하시며 친히 나무에 달려 그 몸으로 우리 죄를 담당하셨으니 이는 우리로 죄에 대하여 죽고 의에 대하여 살게 하려 하심이라.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너희는 나음을 얻었나니 너희가 전에는 양과 같이 길을 잃었더니 이제는 너희 영혼의 목자와 감독 되신 이에게 돌아왔느니라.”(벧전2:22-25)
 
돌아갑시다. 내 영혼의 목자이신 예수님께 돌아갑시다. 내가 맞을 채찍질, 예수님께서 대신 충분히 맞으셨습니다. 내가 당해야 할 모욕, 예수님께서 대신 충분히 당하셨습니다. 난 이제 십자가 붙들고 예수님께로 돌아서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4.
여기 5만 원짜리 지폐가 있습니다. 어떤가, 준다면 갖고 싶지요? 그런데 내가 이것을 이렇게 접었습니다. 이래도 갖고 싶으십니까? 아니 이렇게 구겨버렸습니다. 그래도 갖고 싶으십니까? 내가 여기에 ‘퇴 퇴 퇴’ 침을 뱉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아무리 5만 원짜리를 접고, 구기고, 심지어 침을 뱉고, 땅에 던져 발로 밟아 비벼도, 이 5만 원짜리의 가치는 전혀 줄어들지 않습니다. 5만 원짜리는 5만 원짜리 가치 그대로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아무리 인생의 무대에서 접히고, 구겨지고, 밟혀도, 그 지긋지긋한 실패의 구렁텅이에서 헤매어도,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가치는 전혀 반감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가치는 여전히 하나님 앞에서 소중합니다.
 
그러기에 하나님은 우리가 어떤 처지, 어떤 상황에 있다 할지라도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끝까지 찾아내어 붙듭니다. 왜? 당신은 하나님의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으로 그 가치는 전혀 절감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복음성가가 있습니다. “예수님 날 위해 죽으셨네. 왜 날 사랑하나 겸손히 십자가 지시었네 왜 날 사랑하나 왜 날 사랑하나 왜 날 사랑하나 왜 주님 갈보리 가야했나 왜 날 사랑하나”
 
왜 사랑하느냐고요?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하나님은 당신의 자녀를 결코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설령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인 것도 모르는 이 일지라도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5.
이제 그 위대한 대속 역사를 위해 내일부터 수난의 한 주간이 시작됩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정말 이 은혜를 믿는다면 이번 주간만이라도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십시오! 기도함으로 예수님께 돌아가십시오. 십자가의 그 예수님께서 붙잡아주실 것입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이 날 사랑하신다는 증표입니다. 로마서가 증언합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롬5:8)
 
이 사랑의 역사를 위해 우리 예수님, 이번 주간에 고난의 길을 걸어가십니다. 우리도 목격자의 증언을 따라 그 현장으로 갑시다. 하나님의 그 놀라운 사랑의 현장, 십자가 밑에 서 있는 이들에게 흘러내리는 보혈의 공로가, 그 은혜가 충만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