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20:1-18) 
 
1.
할렐루야! 우리의 주 예수께서 사망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셨습니다. 이 부활의 권세가 여러분에게 충만하기를 축원합니다.
 
흰 옷 입은 분들이 눈에 띈다. 오늘 거리에서 흰 옷 입은 이들은 다 부활의 현장 교회 다녀오는 분들입니다. 한국 교회의 전통에 부활절에는 권사님들이 흰 옷을 입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부활의 의미를 더욱 느낄 수 있습니다.
 
그 흰 옷 입은 여인의 원조가 마리아입니다. 오늘 부활의 현장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마리아란 이름은 유대인 사회에서 아주 흔한 이름이었습니다. 그래서 성경에는 많은 마리아가 등장합니다. ‘막달라 마리아’, ‘동정녀 마리아’, ‘다른 마리아’, ‘나사로의 누이 마리아’
 
그러기에 부활의 아침에도 여러 명의 마리아가 등장합니다.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보려고 왔더니”(마28:1) “막달라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또 살로메가 가서”(막16:1) “이 여자들은 막달라 마리아와 요안나와 야고보의 모친 마리아라 또 저희와 함께 한 다른 여자들도”(눅24:10)
 
2.
이상과 같이 공관 복음서의 부활절 아침 기록을 보면, 예수님 무덤에 간 이들은 여러 마리아와 여인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인 요한복음을 보면, 즉 우리가 지난 한 주간 내내 수난의 현장의 목격자로 따라갔던 요한의 기록에 의하면 그날 무덤에 간 것은 “막달라 마리아” 혼자인 것 같이 보입니다. 다른 여인들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요한복음 보다 훨씬 일찍 쓰인 마태, 마가, 누가 복음서에는 다른 여인들, 다른 마리아들이 같이 갔다고 보고하는데, 왜 요한복음에는 막달라 마리아만 혼자 등장할까요?
 
요한복음에도 사실은 막달라 마리아 혼자 무덤에 간 것이 아니라 동행이, 다른 여인들이 함께 갔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본문에 보면 막달라 마리아는 무덤에 갔다가, 무덤 문이 열린 것을 보고는 놀라서 베드로와 요한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리곤 이렇게 보고합니다.
 
“시몬 베드로와 예수께서 사랑하시던 그 다른 제자에게 달려가서 말하되 사람들이 주님을 무덤에서 가져다가 어디 두었는지 우리가 알지 못하겠다 하니”(2) 누가 알지 못한다구요? 우리가! 그러니까 막달라 마리아 혼자가 아닙니다. 동행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1절에선 막달라 마리아 혼자 간 것같이 기록하고 있는가요? 요한복음의 기록자, 현장의 목격자인 사도 요한은 그날, 첫 부활의 새벽에 무덤에 간 이들은 여러 여인들이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마태, 마가, 누가 복음서가 20-30년 전에 먼저 기록되어 퍼져 있었기에 사람들은 거기에 간 사람들을 이미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사도 요한은, 이번에는 그들 중에 막달라 마리아를 초점, 주인공으로 삼아 부활의 현장을 보고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요한복음 20장 전반부는 막달라 마리아의 부활절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막달라 마리아의 심정으로 부활의 아침을 더듬어 봅시다.
 
3.
참담한 심정으로 마리아는 무덤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참담했지만, 그러나 그 참담함은 예수님을 향한 사랑을 넘어서지는 못하였습니다. 비록 예수님께서 돌아가셨지만, 돌아가신 예수님의 시신에 자신의 정성을 담아드리고파서 향을 들고 예수님의 무덤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일행이 함께 출발했지만, 마음이 바빴기에 일행에게 먼저 가겠노라고 말하고는 급히 무덤으로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앞서 달렸갔는데, 이게 웬일인가요? 그녀를 기다리는 무덤은 이미 문이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마리아 머리에 스며드는 생각은 분노였습니다. “원수들이 먼저 서둘렀구나. 주님을 살해하고도 부족하여 무덤을 약탈하여 주님의 시체를 가져갔구나!” 분노 속에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현장에서 뛰쳐나와, 도움을 구하기 위해 제자들에게 뛰어갔습니다. 마리아는 분명 주님의 시신이 강탈당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힘센 남자들이 필요했고, 제자들에게 달려갔습니다.
 
소식을 들은 제자 베드로와 요한은 놀란 마음에 급하게 달려갔습니다. 베드로보다 요한이 더 빨리 뛰어 무덤에 도착한 것은 아무래도 요한이 제일 어리고 젊었기에, 베드로보다는 걸음이 빨랐을 것입니다. 아니, 요한은 예수님의 수난 현장, 그리고 십자가의 죽음, 장례까지 지킨 이였기에 그 놀라움이 커서 빨리 달려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한은 열린 무덤 안으로 선뜻 들어가지를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좀 무서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곧이어 베드로가 도착했는데 그는 도착하자마자, 그 급한 성격대로 주저하는 요한을 제치고 무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가만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들어가 현장을 보니, 예수님의 시신이 놓였던 자리에 예수님을 쌌던 세마포가 놓였고, 또 머리를 쌌던 수건은 세마포와 함께 놓이지 않고 딴 곳에 개켜 있었습니다.
 
마치 잠자던 사람이 일어나 이불 속에서 쏘옥 빠져나온 것 같았습니다. 더군다나 머리를 쌌던 수건은 세마포와 함께 놓이지 않고 다른 곳에 곱게 개켜 있는 것으로 보아, 세마포에서 그대로 빠져나와서 머리를 풀어 그 수건을 차곡차곡 개어 별도로 놓은 모양이었습니다.
 
베드로, 요한 모두 그 현장을 보았지만, 그게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게 웬일일까?’ 걱정하며 더 이상 현장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후, 얼마 안 있어 막달라 마리아가 다시 무덤에 도착하였습니다. 주님의 시신이 강탈당했다고 여겼기에 분한 마음에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두려운 마음이었다면 집에 갔을 것입니다.
 
사실 그랬습니다. 마가복음의 기록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여자들이 몹시 놀라 떨며 나와 무덤에서 도망하고 무서워하여 아무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더라.”(막16:8) 부활의 새벽에 무덤에 왔던 여인들은 무서워서 아무에게 아무 말도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원수들이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마리아는 분해서 집에 그냥 있을 수가 없어 다시 무덤으로 갔습니다. 그리곤 무덤을 바라보며, 밖에서 한없이 울었습니다. ‘이럴 수 있는가? 시신까지 훔쳐 가다니, 이 나쁜 사람들... ’
 
한참을 울던 마리아, 안에서 무슨 인기척이 들려 무덤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안에 흰옷 입은 두 천사가 시신이 뉘었던 곳에 하나는 머리 편에, 하나는 발 편에 앉아있었습니다. 원수들이 훔쳐 갔다고 판단한 마리아가 그들이 천사라고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들이 왜 우느냐고 물었지만, 깊은 생각 없이 ‘사람들이 내 주를 어디로 가져갔는지 몰라서 웁니다’라고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그 순간, 뒤에서 무슨 인기척이 들려 돌아보니, 어떤 사람이 서 있는데, 눈물이 앞을 가리고 새벽녘이라 잘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 그 사람이 역시 “여자여, 어찌하여 울며 누구를 찾느냐?”라고 물었고, 누구를 찾느냐는 말에, 마리아는 ‘아하, 이 사람은 동산지기인가 보다. 이 사람에게 물어보자’하고는 “선생님, 엊그제 이곳에 장례 지냈던 이를 당신이 옮겨갔으면 어디로 옮겼는지 알려 주세요. 당신이 원하지 않으면 제가 그 시신을 가져가겠습니다.”하였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그 동산지기로 여겼던 이가 “마리아야!”하십니다. 너무나 귀에 익숙한 음성으로 자기를 부릅니다. 그 순간, 마리아는 눈이 떠졌습니다. ‘아니, 이 분이?’ 그래서 “랍오니!” 하고 외치며 주님의 발을 끌어안았습니다.
 
4.
이상이 막달라 마리아의 부활절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왜 부활하신 예수님은 그 부활 새벽에 제자들을 만나주지 않았을까요? 찾아갔음에도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여인들만 만나 주셨습니다.
 
예수님만 만나주지 않은 게 아니라 천사들도 남정네들을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이상하지 않은가요? 왜 남정네들은 안 만나주시고, 여인네들만 만나주셨을까요?
 
그 참 이유, 예수님의 속마음이야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가 추측해 볼 수 있는 게 있습니다. 복음서 기록을 보면 그 여인들은 예수님의 십자가 현장까지, 그리고 무덤에 장사지내는 그 현장까지 자리를 지킨 이들입니다.
 
자기들의 소망, 꿈이 무너져 내린 상황인데도, 자기들이 한때 따랐던 예수님을 그대로 포기하지 않고, 십자가 밑에서까지 숨을 거두시는 그 예수님을 지켜보았으며, 그 버려진 예수님의 시신을 장사지내는데 함께 하였습니다. 정말이지 끝까지 예수님에 대한 헌신을 보여준 여인들이었습니다.
 
반면에 남정네들, 예수님의 제자들은 어떠하였는가요? 그들은 예수님이 체포당할 때 모두 도망간 처지입니다. 그나마 용감하게 버티던 제자 베드로는 결국 예수님을 3번이나 모른다고 부인, 배신했습니다. 나머지는 다 어디 갔는지 십자가 근처에 얼씬하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요한은 십자가 밑에까지 있었지만, 요한은 그래도 세상 백이 좋아서 체포당할 염려가 없기에 그러했고, 나머지는 모두 자기도 체포당할까 봐 다 도망가 버린 상태입니다.
 
예수님께서 ‘너희들이 나를 다 버릴 것이다’했을 때,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를 어떻게 보고 그러십니까? 주님이 죽으시는데 까지 우리는 함께 할 겁니다.’ 호언장담했던 제자들, 남정네들입니다. 그런데 그 남정네들은 다 도망가 버렸습니다. 입으로만 큰소리쳤지, 실지 봉사는 아무것도, 섬김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인네들은 끝까지 주님을 섬겼습니다. 그러기에 주님은 그것이 눈물겹게 고마워 그녀들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물론 이건 내 생각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이왕 믿음 생활하는 것, 주님께서 감동받을 정도로 합시다. 대충 때우려고 하지 맙시다. 겨우겨우 예배나 드리고, 겨우겨우 주어진 기도나 채우고, 겨우겨우 ... 그것보다는 주님이 감동하실 만한 믿음 생활하는 이, 주님이 결코 잊을 수 없는 헌신, 주님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그런 순수한 섬김, ... 주님이 부담을 느낄 정도의 믿음 생활을 합시다.
 
그들을 결코 주님은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보십시오, 대충하던 남정네들, 그 축복의 부활 아침 현장까지 찾아갔지만, 주님은 만나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두려움 속에 무덤을 찾아갔던 여인네들, 주님께서 만나주시고, 축복해 주셨습니다. 그 헌신과 그 사랑을 어찌 주님이 외면하실 수 있겠습니까!
 
5.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니 실은 그게 다는 아닙니다. 그것은 아무래도 주님의 평상시 모습, 그 습관대로 가난하고, 연약한 자들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의 역사는 언제나 이렇습니다. 강한 자에게 먼저 시작되지 않습니다. 세상에선 어떤 프로젝트(project), 계획을 실시할 때 제일 머리 좋은 참모들, 브레인(brain)들을 모아놓고, 능력있는 사람들에 의해 시작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역사는 세상에서 뒷전으로 밀린 자들, 아웃사이더, 소외된 자, 무식한 자, ... 이런 이들에게 먼저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 처음에 세상에 오실 때도, 그 성탄의 기쁨이 처량하게 밤에 들에서 양을 치던 보잘 것 없던 목자들에게 먼저 전하여졌고, 주님의 능력과 치료의 역사는 언제나 병든 자들의 차지였습니다. 주께서 부자, 권세자를 치료하여 주었다는 기록이 별로 없습니다. 그분의 관심은 언제나 세상에서 소외된 자들, 힘없는 자들에게 먼저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그 나약한 여인들, 십자가의 주님을 바라보며 눈물만 뿌릴 뿐 어찌할 바를 몰랐던 여인들, 그러나 그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배회하다가 마침내 그 새벽, 무덤가로 향해 온 그 여인들, 빈 무덤을 보고 그저 울고 있는 그 여인들을 주님은 끝내 모른 체 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인지 아십니까?
 
오늘 본문에 의하면, 마리아는 너무 반가와서 예수님의 발을 끌어안으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 만지지 말라고 하십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예수님은 평생에 단 한 번도 당신을 만지지 말라고 하신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나병환자까지 당신을 만지는 것을 막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왜 만지지 말라 하시는가요?
 
그 순간 예수님은 부활하신 영광체(榮光體)로서 하나님께 올라갔다 와야 한다고, 사람들이 함부로 만질 그런 몸이 아니라고, 아버지께 인증(?)받고 와야 할 거룩하고도 영광스러운 부활의 첫 열매라고 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신 후, 바로 아버지께 올라갔다 오셔야 할 영광스러운 몸이었습니다. 계획에 아직 사람을 만나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때는 사람을 만나기에는 적합하지 않던 타이밍(timing)입니다. 그럼에도 주님은 기꺼이 그들을 만나 주셨습니다. 왜? 그 연약한 여인들, 자신을 사랑하여 무덤까지 찾아와 울고 있는 여인들을 모른 체 하실 수가 없었습니다.
 
연약한 여러분, 삶이 버거운 여러분, 여러분이 주님을 떠나지 않는 한 주님의 사랑은 언제나 여러분에게 먼저이다. 생전에 예수님께서 그러셨습니다. “적은 무리여, 무서워 말라. 너희 아버지께서 그 나라를 너희에게 주시기를 기뻐하시느니라!”(눅12:32) 주님의 나라, 부활의 축복은 적은 무리에게, 작고 작은 이들에게 먼저 향했습니다.
 
6.
막달라 마리아, 울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무덤 앞에서 울고만 있었습니다. 이를 어째 이를 어째 하며 예수님의 죽음과 그 무덤 앞에서, 더군다나 시신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절망의 상징 무덤 앞에서 울고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마리아를 찾으시고, 그녀에게 말씀하십니다. “어찌하여 울며 누구를 찾느냐?” 이 말씀은 울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왜? 네가 찾는 이는 이렇게 멀쩡히 부활하여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함께 할 것이랍니다. 용기있게 살랍니다.
 
우리가 눈물 속에 십자가에 보내드리고, 무덤 안에 장사지냈던 예수님은 부활하시어 지금,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할렐루야! 한 번 외쳐보십시오. “예수님, 여기 계시는 군요?”
 
부활하시어 지금 이곳에 우리와 함께 하시는 우리 예수님의 은혜, 그 지극한 사랑이 온 세상에 꽃이 만개하듯이 우리네 삶의 구석구석에서 만개하기를 축복합니다.
 
보세요, 지난 금요일 밤, 수난 성찬 예배를 ‘코로나 종식을 구하는 음악예배’로 드렸더니 벌써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되었습니다. 이 음악 예배 소식을 내 페이스북에서 본 목사님들이 어제 내게 톡을 보내오셨습니다. “아, 왕중 때문에 이번엔 코로나가 격리되었군요?” “아하, 왕십리중앙교회 덕에 우리가 자유를 얻었네요!” 그래서 내가 다 ‘아멘!’했다. 난 그렇게 믿습니다. 5월부터는 교회에서 밥도 먹을 수 있답니다. 이젠 꽃놀이도 갈 수 있습니다. 무슨 뜻인가요? 이젠 돌아오십시오!
 
부활하시어 이곳에, 이 왕십리중앙교회에서 우리와 함께 하시는 우리 예수님, 우리를 새롭게 하실 줄 믿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과 동행하는 복된 왕중 가족이 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