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부활절, 아니 바로 그 전날,
설교 준비를 마치고 성전에 홀로 앉아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부활절, 예수님이 부활하셨습니다~ 라고 외친 것,
그렇게 감격적인 설교를 이곳에서 한 것이
30대 말에서 시작하여 현 60대 중반까지,
무려 30년을 같은 말을 외치고 있다고.
더군다나 내일 설교 제목은
‘어찌하여 울고 있느냐, 누구를 찾느냐?’ 인데
30년 동안 이곳에서 외친 부활절 메시지,
나에겐 어떤 힘을, 역사를 일으킨 것일까...?
 
그 순간, 이곳에서 30년간 목회하며 괴로웠던 순간들,
억울하여 밤새 잠 못 자고 끙끙 앓던 순간들,
분통이 터질 것 같아 차를 몰고 무작정 뛰쳐나가
강원도 산길을 헤매던 순간들,
너무나도 외롭고 외로워 그 정도가 넘어 무서워 절절매던 순간들,
정말이지 애들 말로 죽고 싶을 정도로 아팠던 순간들,
.........
그런 순간들이, 마치 내가 죽은 것과 다를 바 없이 느껴지던
그런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휙 지나간다.
 
그때, 그렇게 힘들 때 나는 어떻게 일어났더라?
그때, 내가 그렇게 힘들어 할 때 주님은 어디 계셨더라?
이런 생각에 이르자 갑자기 부활절 설교 제목이 떠오른다.
‘어찌하여 울며, 누구를 찾느냐?’
죽었다고, 절망이라고, 아프다고, 울 수밖에 없을 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슬그머니 다가와 말씀하신다.
아, 그 순간, ....
 
부활은 내게 이랬다.
거반 죽은 거나 다를 바 없던 내 마음, 내 의식, 내 감성, ...
그저 아파만 하고 울고만 있는 나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 다가와
어루만져 주셨고, 나는 그때마다 다시 일어났던 것이다.
그러니 나는 수도 없이 많은 부활을 경험하며 오늘까지 왔다.
이제 앞으로 내가 실제로 세상을 떠날 때, 눈을 감을 때
더욱 완전한 부활하신 주님의 손길이 나와 함께 할 것이다.
 
그렇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내게 말씀하신다.
‘어찌하여 울며, 누구를 찾느냐? 부활한 내가 여기 있지 않니?’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