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20:19-23) 
 
1.
지난주일, 부활절 예배를 마치고 나가시던 한 어른 집사님께서 내게 그러십니다. ‘아니 왜 부활절 새벽에 남자들은 가만있었던 거예요? 성경을 읽을 때마다 부활절 아침에 남자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게 참 이상해요.’ 맞습니다. 첫 번 부활절을 이야기하면 남자들은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남자들은 다 어디 가 있었을까요?
 
오늘 본문에 그 대답이 있습니다. “이날 곧 안식 후 첫날 저녁때에 제자들이 유대인들을 두려워하여 모인 곳의 문들을 닫았더니” 남자들은 무서워서 문 걸어 잠그고 있었답니다. 남자들 체면이 말이 아니죠? 그러나 그게 사실입니다. 그 현장에 있었던 사도 요한의 증언이니 틀림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2.
예수님의 제자들, 유대인들이 두려워서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첫 부활절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계속해서 들려오는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들으며 긴가민가하여 모이긴 했는데 두려움 속에 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부활의 주님을 만난 막달라 마리아를 비롯한 몇몇 여인들은 하루 종일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이 여인들에게도 예수님의 빈 무덤 충격과 그로 인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곧 여기저기에서 자기들과 같이 예수님의 부활을 목도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담대함이 생겼습니다. 더 이상 여인들은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그저 행복하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제자들은 여인들과는 다르게 유대인이 두려워 숨어 지냈고, 밤에 모일 때도 무서워서 문들을 모조리 걸어 잠그고 모여 있었습니다. 본문에 보면 ‘문들’을 닫았다고 합니다. 단수가 아닌 복수인 것을 보아 집안에 있는 문이란 문은 모조리 다 닫은 모양새입니다. 얼마나 두려우면 그랬겠습니까?
 
여러분, 부활하신 예수님을 못 만나면, 제자 아니라 사도라도 별수 없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야 그에겐 기쁨과 능력, 제대로 된 신앙의 힘이 있지, 그렇지 않을 때에는 세상이 무서워 언제나 문을 걸어 잠그고 삽니다.
 
설교를 듣고, 가르침을 받은 것으로 따진다면야 제자들만큼 받은 이들이 어디 있습니까? 안다고 한다면야 그들 보다 더 많이 알 성도가 어디 있습니까? 그러나 그들은 세상이 두려웠고, 무식하다던 여인들은 세상이 만만하였습니다. 왜? 부활하신, 살아 계신 예수님을 여인들은 만났고, 제자들은 못 만났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설교 들어왔음으로 만족하지 마십시오. 그러다가 세상이 두려워집니다. 말씀 속에서, 실생활 속에서 살아 계신 예수님,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경험이 있어야 담대해집니다. 이들에게는 세상이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제자들, 남자들은 두려움 속에 있었습니다. 문들을 다 걸어 잠그고 불안함에 빠져 있었습니다.
 
3.
그런 이들을 예수님께서 찾아가셨습니다. 문들을 단단히 걸어 잠갔지만 예수님은 이미 단순한 육신의 차원을 벗어난 부활의 몸이시기에 시공간을 초월하여 그들 한가운데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곤 부활의 첫인사를 하십니다.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솔직히 부활의 첫인사치고는 좀 그렇습니다. 좀 더 멋진 인사 멘트가 있을 것 같은데,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이건 사실 유대인들의 평상시 인사입니다. 특별한 게 아닙니다. 평범한 것입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안녕~’하는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그 인사는 제자들에게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엄청난 무게, 큰 힘이 실린 인사, 그토록 듣고 싶었던 인사였습니다. 왜?
 
그들에겐 평강이 없었습니다! 그들에겐 안녕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절망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두려움에 빠져 있었습니다.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간간이 들리는 예수님의 부활 소식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바를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였습니다.
 
그들에겐 이미 평강이 사라졌습니다. 모이긴 했지만 그들에겐 평강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면서도 하나님의 평강, ‘여호와샬롬’이 없습니다! 생전에 예수님께서 분명히 주셨던 그 평강,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14:27) 이 평안을 잃어버렸습니다.
 
어쩌다가? 그 평안을 주셨던 예수님이 사라졌기에! 믿고 의지하고 따르던 예수님이 죽으셨기에, 자기들이 장사지냈기에, 그 무덤이 있기에, 그러기에 예수님이 부활하셨다고 여인들이 전해주어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믿을 수 없으니 그들에게 찾아든 것은 두려움과 공포, 혼란뿐이었습니다. 믿음이 있는 곳엔 든든함이 있는데, 믿음이 없는 곳엔 불안과 의심과 두려움뿐입니다.
 
그러기에 부활하신 주님께서 찾아오셔서 말씀하십니다.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그러면서 혹시나 이 친구들이 당신을 유령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그러셨는지 당신의 손과 옆구리, 즉 못 박혔던 그 손, 창에 찔렸던 그 옆구리를 보여주셨습니다. 아마 발도 보여주셨을지 모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 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보고 베드로는 자기도 물 위를 걷게 해 달라고 합니다. 그리곤 주님께서 오라 하시자 용기 내어 몇 발 걷다가 곁에서 일어나는 풍랑을 보고 겁이 나 가라앉았습니다. 베드로, 그 뒤로 열심히 연습하고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자 물 위를 예수님과 같이 걷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베드로는 잘 걷는데, 예수님은 자꾸 물속으로 빠져듭니다. ‘예수님, 왜 그러세요?’ 하는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 그러셨답니다. ‘이젠 물 위를 못 걷겠다. 발등에 구멍이 생겨 그리로 자꾸 물이 올라온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고통당하신 증거, 손에 못 박혔던 자국, 옆구리에 찔려던 창 자국을 그대로 갖고 계셨습니다. 그리곤 부활하시어 두려움에 떠는 제자들에게 찾아오시어 그것을 보여주십니다. 왜? 헛것이 보이는 게 아니고, 유령도 아니고 십자가에 고통을 받고 죽은 자신이 실제로 살아났음을, 부활하셨음을 손수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러십니다.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이에 제자들은 그때에야 다들 기뻐했다고 합니다. 진짜 예수님이 부활하신 것을 믿은 것입니다. 자기들을 위해 찔리신 못 자국, 창 자국을 갖고 있는 부활의 예수님을 확인하고는 기뻐했답니다. 천만다행입니다. 제자들의 회복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게 첫 번 부활절, 그 주일 밤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런데 첫 번 부활절의 기쁨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4.
이렇게 당신이 부활하신 것을 친히 보여주신 예수님, 기뻐하는 제자들에게 그러십니다.
 
“예수께서 또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
 
예수님께서 부활의 주님을 만나 기뻐하는 제자들을 그 자리에서 파송하십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 어디로? 세상으로! 삶의 현장으로! 왜 파송하셨을까요?
 
예수님이 우리를 파송하시는 장면은 다른 복음서에도 있습니다. 마태복음의 장면, “예수께서 나아와 말씀하여 이르시되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28:18-20)
 
마가복음의 장면, “또 이르시되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막16:15)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기록한 사도 누가의 증언,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행1:8)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송하십니다. 왜? 복음을 전파하라고! 땅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파하여 예수의 증인이 되라는 것입니다. 그 사명을 위해 주님께서 끝날까지 함께 해 주시겠다고 까지 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요한복음에서의 파송은 조금 느낌이 다릅니다. 가서 복음을 전파하란 말씀이 없습니다. 땅끝까지 선교하란 뉘앙스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노골적인 복음 전파, 선교가 파송의 목적이 아닙니다. 그러면 뭔가요? 아니 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그 부활의 사실을 확인하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제자들에게 그 자리에서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하시면서 파송을 하시는가요?
 
5.
세상으로 나아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고 체험하고 확신하는 그 부활의 신앙으로 살라는 것입니다. 세상은 절망합니다. 세상은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세상은 불안해 죽겠답니다. 죽고 싶다고 합니다. 평강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런 세상으로 가라 하십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그냥 살랍니다. 그냥이라니? 부활의 예수님을 모신 사람답게 살랍니다. 그곳에서 네 성질이 썩으면, 네 자존심이 죽으면 네 안에 있는 부활의 예수가 살아날 것이라고 합니다. 예수가 누구라고 떠들고 전도하고 별의별 일을 안 벌여도 됩니다. 그냥 부활하신 예수님을 모신 사람답게 웃으며, 미소 지으며, 평강 속에 사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면 됩니다.
 
공관복음서, 마태, 마가, 누가 복음서에선 이게 아주 분명하게 나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들은 직접 만나주시지 않고 천사들을 통해 여인네들에게 그러십니다. 가서 당신 제자들에게 일러주라고.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셨고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시나니 거기서 너희가 뵈오리라 하라.”(마28:7)
 
그러니까 부활하신 예수님은 이 무덤에 안 계시니 무덤으로 찾아오지 말라는 겁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거룩한 예루살렘에 계시지 않고 너희들의 삶의 터전인 갈릴리로 이미 가셨으니 그 예수님 만나려면 빨리 너희들의 삶의 터전인 갈릴리로 가라는 겁니다!
 
부활하신 예수님, 그 예수님을 만나고 기뻐하는 우리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나도 너희를 보낸다. 가라! 너의 삶의 현장으로!’ 가서 어떻게 하라구요? 가서 그냥 사십시오! 예수 믿는 사람답게 사십시오. 유별 떨지 말고 부활의 예수, 생명의 예수 모신 사람답게 자신있게 그냥 살아라 하십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어지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말씀을 하시고 그들을 향하사 숨을 내쉬며 이르시되 성령을 받으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사하면 사하여 질 것이요 누구의 죄든지 그대로 두면 그대로 있으리라 하시니라.”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다고 그냥 무작정 나가면 곧 무너집니다. 성령을 받으라! 어떻게 성령을 받을까요? 주님께서 숨을 내쉬며 성령 받으라 하셨습니다. 숨을 쉬십시오. 성령의 숨을 쉬십시오.
 
성령의 숨을 쉬는 것은 뭔가요? 기도하십시오. 날숨과 들숨으로 기도하십시오. 늘 주님 앞에서 기도하십시오. 기도하며 세상으로 나아가십시오. 기도하지 않고 그냥 세상으로 나아가면 그 기분 조금 있으며 다 사라질 것이요, 그 기세 잠시 후에는 비시시 다 사그라질 것입니다.
 
기도하십시오. 성령의 숨을 쉬십시오. 그리하면 죄를 사해 줄 수 있을 정도의 거룩한 권세가 주어집니다. 사실 이건 굉장한 거 아닌가요? 죄를 사해 주는 것은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그 권세를 우리에게도 주셨습니다.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사하면 사하여질 것이요 누구의 죄든지 그대로 두면 그대로 있으리라.”
 
사해주는 권세가 있으니 자랑하라는 건가요? 아닙니다, 이건 너희가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의 죄가 그대로 있으리라는 것입니다. 성도는 용서해 주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많이 용서해 주십시오. 많은 죄가 사하여 질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하고 예수의 부활을 삶으로 증거하면 사람들이 살고, 가만있으면, 성도가 세상이 겁나서 아닌 척하고 살면 그 동네 사람들, 그 공동체 사람들은 마침내 다 죽으리라는 것입니다.
 
6.
사랑하는 여러분,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사도행전이 쓰일 때는 모두 전도와 선교, 교회를 세우는 일이 다급하였습니다. 찾아가서 복음을 전하여 주는 것이 더 급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을 파송하는 목적이 전도였습니다. 외형적인 선교였습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은 그렇게 해서 이 땅에 이미 교회들이 많이 세워졌고, 그 복음서들이 이미 주님의 말씀으로 온 교회에 퍼져있을 때였습니다. 이미 교회가 있고, 성도가 있던 때입니다. 요한복음은 복음서 중에 가장 나중에 주후 95년경에 쓰였습니다. 그러니까 마태, 마가, 누가가 기록할 때와는 상황이 많이 변해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세상에 교회들이 세워졌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뭔가요? 성도들의 세상에서의 삶입니다. 세상에서, 삶의 현장에서 성도들이 경쟁력이 없습니다! 교회에선 큰소리치는데, 세상에선 이건 완전히 우물 안의 개구리입니다. 교회 밖, 세상으로 나가선 영 숙맥입니다. 신앙생활의 최종 정점은 이 세상에서의 삶입니다. 평생토록 교회에서, 수도원에서, 기도원에서 수도사 생활, 수도원적 생활을 하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세상의 빛이요 소금이라 하셨지, 교회 안에서의 소금이요 빛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세상의 빛이요, 세상의 소금입니다. 그러니까 정작 성도들은 은혜받고 세상에서 소금이 되고 빛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요한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송하시는 것은 곧 세상에서의 삶입니다. 가서 그들과 더불어 살되 예수님의 삶을 이어가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살아계심을 보이라는 것입니다.
 
7.
부활의 기쁨을 맛본, 부활하신 예수님을 성령의 감동 속에 확신하고 마음 든든해 하는 여러분,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삶의 현장에서 예수님이 살아계신 것처럼 살아야 합니다. 부활절이라고 연례행사로 끝내지 말고 부활의 성도답게 살아야 합니다.
 
너무 낙심하지 마십시오. 너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너무 어둡게 살지 마십시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어 컴컴한 무덤 속에, 완전 절망의 상태에 던져진 상황에서 한 줄기 빛으로 찬란하게 부활하셨습니다. 이 예수님이 나와 함께 하십니다. 살아계신 주님께서 나와 함께 하십니다.
 
당당한 성도의 삶으로 늘 성령 충만하여 예수님의 부활, 예수님의 생명을 증거하는 부활의 성도들이 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