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괴롭히는 고문 중에서도 가장 악랄한 것이 잠 안 재우기라고 합니다. 미국의 수면의학회지인 ‘슬립(SLEEP)’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잠을 자지 않을 경우 뇌세포가 파괴될 때 나타나는 물질이 뇌에 축적된다고 합니다. 우울증 환자의 90%는 불면증에 시달리며, 그들의 평생 소원이 깊은 숙면이라고 합니다. 하루 숙면시간이 5시간 미만인 경우 비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 기억력 저하가 동반되기 쉽다고 합니다.

 

잠을 자는 첫 번째 목적은 신체활동의 중지를 통한 피로 해소입니다. 동물의 신체는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소비하면 그 기능이 떨어지는데, 이를 피로(疲勞)라고 합니다. 그러나 잠을 자는 동안에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관을 제외하고는 신체가 일을 쉴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인체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관인 뇌를 쉬게 함으로써 활기를 불어넣는 것입니다. 두 번째 목적은 뇌 속의 노폐물 제거입니다. 잠을 잘 때 뇌 안을 물청소를 하듯 뇌척수액으로 뇌에 쌓인 아데노신을 비롯한 노폐물을 씻어낸 뒤 간으로 보내서 정화작용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목적은 특정 상황에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완화하는 역할입니다. 의사들은 생사가 오가는 상황의 중환자에게는 다량의 수면제를 투여해서 환자를 며칠씩 계속 자게 함으로써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고 쇼크를 방지하고자 합니다. 비몽사몽으로 며칠간 잠만 자던 환자가 어느 순간 딱 제대로 의식을 차리게 되는데, 그때쯤 되면 처음 병원에 실려 왔을 때보다는 몸이 많이 회복된 후인 경우가 많습니다. 잠을 자는 네 번째 목적은 기억의 긍정적 편향 유도입니다. 잠을 잘 자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행복하다고 합니다. 이는 잠이 직접적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고, 기억을 긍정적으로 편향시켜 행복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입니다. 잠을 충분히 잔 사람에 비해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기억에 비해 부정적인 기억을 더 잘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기억의 긍정적인 편향은 사람을 더 행복하게 느끼도록 매개해 줍니다.

 

봄이 오면 우리는 몸이 나른해지고 졸음이 쏟아지는 춘곤증을 경험합니다. 늦은 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꾸벅꾸벅 조는 사람을 사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과거 세대와 달리 너무 바쁜 생활을 하고 있으며, TV나 컴퓨터나 핸드폰 등 잠을 자지 못하고 깨어있도록 유혹하는 것들도 많습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피곤하지만 잠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야간에 자주 깨어서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삶이 빡빡하고 힘들 때는 잠이라도 충분히 자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합니다. 잠을 충분히 잘 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면의 질이 높은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사랑하시는 자에게 잠을 주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숙면의 복이 모든 성도님들에게 임하기를 축복합니다.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시127:2)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