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한복음 14:15-18) 
 
1.
전깃불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시골에 사는 한 노인이 서울 아들 집에 왔다가 밤에 전깃불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 밝기가 대낮 같았습니다. 이 노인은 하도 신기해서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전구, 소켓, 전선이 전부였습니다. 시골로 돌아가는 길에 그걸 샀습니다.
 
집에 돌아온 노인은 동네 사람들에게 한양의 아들네 갔다가 햇빛 같은 전깃불을 사 왔노라고 자랑했습니다. 저녁에 어두워지면 자기 집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대낮같이 밝은 빛을 보여주겠다고 큰소리쳤습니다. 노인은 전선을 연결한 뒤 스위치만 올리면 불이 켜지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드디어 저녁이 되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우주선을 발사하는 기분으로 사람들은 카운트다운을 했습니다. 10,9,8,7,6,5,4,3,2,1,0! 어떻게 되었을까요? 스위치를 올렸지만 불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왜 불이 들어오지 않았을까요? 전선을 마당에 늘어놓은 빨랫줄에다 매어놓았기 때문입니다. 전기를 공급해 주는 발전소와 연결된 전선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아닌 분은 손드십시오. 우리는 하나님께 사명 받은 일군입니다. 아닌 분은 손드십시오. 그러니까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요, 하나님의 일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당연히 뭐가 있어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에 대한 열정,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도 없이, 아니 그런 것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 하나님이 아니십니다. 그런데 정말 하나님께서 주신 이 사명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가요?
 
없다? 왜 나에게 능력이 없는 걸까요? 왜 나에게 하나님의 일군들에게 주어지는 기쁨, 희락, 능력, 감사, 권세가 없는 걸까요? 하나님께선 분명 성경을 통하여 주셨다고 하는데, 왜 나에겐 그게 없는 걸까요?
 
에너지원에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단절되어 있습니다. 연결이 끊어져 있거나 애당초 연결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그런 에너지원이 있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에너지원이 뭔가요?
 
2.
공자(孔子) 선생의 가르침 중에 인생의 복 중에 하나는 자신의 가르침을 널리 펼 수 있는 훌륭한 제자를 두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배우려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까다로운 시험을 합니다. 그냥 받아주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자격 심사를 합니다.
 
왜? 자신의 것을 이어갈 좋은 후계자를 기르기 위해서입니다. 인류 역사에 모든 위대한 스승들은 이런 식으로 제자들을 찾았습니다. 잘 배우고, 똑똑하고, 능력 있고, 가문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 총명한 이들을 제자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좀 이상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예수님은 똑똑하고, 잘 배우고, 가문이 좋은 이들은 뒷전으로 미루고, 배우지도 못하고 별 볼 일 없는 이들, 그저 시장 저자 거리에나 어울릴 그런 이들을 제자로 삼으셨습니다. 세상에 뜻을 펼치려면 똑똑한 이들 갖고도 불안한데, 어째서 예수님은 사회에서조차 뒷전으로 밀리는 이들을 제자로 삼으셨을까요?
 
이들은 그들답게, 예수님과 함께 다니며 번번이 실수를 하였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오로지 후일에 예수님이 권세 잡으면 누가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평생 벼슬자리는 생각도 못했던 이들이라, 조그마한 권세라도 잡을 것 같으니까 오로지 거기에만 온 관심을 쏟았습니다. 입으로는 진실, 영생, 희생, 성결, 신령함, ... 말은 하면서도 실은 이런 것은 권세를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습니다. 예수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그들은 갖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끝내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실 때까지 의연한 제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이 체포당하시자, 모두 도망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예수님에겐 그나마 소망이 없어진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의 3년 동안의 수고는 헛수고로 헛농사를 지은 것입니다.
 
그래서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일 먼저 하신 일이 도망간 제자들을 찾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이 무섭다고 숨어버린 그들을 불러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곤 다시 가르치시는데 실은 여전히 별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아무도 예수님의 참뜻을 깨닫고 제대로 받아들이는 제자가 없었습니다.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이야기해주면 “아, 그렇군요!”하면서도 돌아서면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언제나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정성 들여 가르쳤지만, 제자들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말씀에 고개는 끄덕이지만, 그 끄덕임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런 제자들을 보면서도 예수님은 실망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간간이 책망하는 투로 말씀은 하셨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거나 무른 적이 없습니다. 나 같으면 그런 제자를 보고 “너는 아무래도 안되겠다”하고 돌려보내고 다시 똑똑한 제자를 택할 것 같은데, 주님은 한 번도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을 향하여 실망하지 않으시고, 언제나 기대감을 갖고 바라봐 주셨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결국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그 제자들은 예수님의 기대대로 세상을 뒤엎고 말았습니다. 세상이 무서워서 도망갔던 제자들이 세상 앞에 담대히 서서 주 예수를 증거하며 복음과 사랑으로 세상을 변화시킨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요? 그들이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온 것인가요?
 
3.
오늘 성경이 그 답을 말해줍니다. 오늘 본문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이제 곧 자신이 십자가에 죽으실 것을 예수님은 감지하셨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며, 말씀하시기 시작하였습니다. 먼저 얼굴에 근심의 빛이 서린 제자들에게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하시며 여러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씀들 중에 아주 중요한 사실을 한 가지 전해 주셨습니다.
 
16절, “내가 아버지께 구하겠으니 그가 또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주사 영원토록 너희와 함께 있게 하리니 그는 진리의 영이라”
 
26절,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 그가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리라”
 
그 실망스러운 제자들을 끝까지 낙심치 않고 바라보셨던 예수님의 계산은 무엇이었습니까? 보혜사 성령이십니다!
 
예수님이 하실 일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이제부턴 성령의 시간입니다. 성령께서 역사하십니다. 활동하십니다. 어떤 일?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구원하신 성도들, 그러나 여전히 연약하고 천방지축인 성도들을 가르치고, 훈련시키고, 힘을 더하여 주고, 인도하시어 마침내 강한 하나님의 군사로 서게 하십니다. 진리를 가르치시고, 예수님의 말씀이 다 생각나게 하시고, 그것에 근거하여 내 삶을 온전하게 이끄십니다!
 
예전에 70 넘은 한 노인께서 내게 그러십니다. 이젠 설교를 들으면 설교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고. 전에는 아무리 들으려 해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던데, 이제는 목사님 설교가 귀에 쏙쏙 들어온답니다. 아하, 그 말씀이 이 말씀이었구나, 그래서 이렇게 이어지는 거구나!
 
무슨 일이 이분에게 있는 건가요? 열심히 공부한 건가요? 신학교엘 다닌 건가요? 천만에! 성령의 역사와 감동이 그 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성령께서 듣게 하십니다. 모든 말씀이 생각나게 하십니다.
 
여러분, 성령 충만하십시오. 성령이 아니고서는 더는 온전한 그리스도인으로 설 수 없습니다. 그리 못삽니다. 이제는 성령의 시대입니다. 나의 부족한 것을 채우시고, 보완하시고, 나의 잘못된 것들을 고치시고, 나를 온전한 성도로, 능력과 권세 있는 주의 제자로 이끌어 가실 것입니다. 보혜사 성령이 우리의 힘입니다. 성도의 힘은 성령 충만에, 교회의 힘도 성령 충만에 있습니다! 할렐루야!
 
4.
그러면 아무나 성령 충만할 수 있는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님을 사랑하지 않는 이에게 성령은 임하지 않습니다. 연약하다는 것, 못났다는 것, 자꾸 넘어진다는 것, 나이가 많다는 것, 이런 것은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연약하지만, 자꾸 넘어지지만 그래도 주님의 말씀을 지키려고 애를 쓸 때, 그렇게 살려고 힘을 쓸 때 성령님은 임하십니다. 주님의 말씀, 계명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에게 성령님은 임하십니다.
 
세상의 귀신은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에게 옵니다. 세칭 ‘신이 내렸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원하든 아니하든 상관이 없습니다. 왜? 자기의 노예로 만들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노예로 만들려는데 상대방의 의지, 의사가 무슨 상관이 있는가요? 그러니까 무조건 귀신이 내립니다.
 
그러나, 비유가 적당하지는 않지만, 성령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모하지 않는 이에게 임하는 법이 없습니다. 길을 가는데 갑자기 성령이 비둘기 같이 임하는 법이 없습니다. 성령은 우리를 종으로, 노예로 만들기 위해 오시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성도로 만들기 위해서, 연약한 우리, 그러나 주의 뜻대로 살려고 애쓰는 우리를 온전케 하기 위해, 돕기 위해 오시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15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나의 계명을 지키리라” ‘지키라!’는 명령이 아닙니다. 나를 사랑하면 너희가 나의 계명을 지킬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주님을 사랑하여 계명을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에게 계속되는 약속이 16절로 이어지는 성령의 강림입니다. “내가 아버지께 구하겠으니 그가 또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주사 영원토록 너희와 함께 있게 하리니 그는 진리의 영이라”
 
성령의 다른 명칭을 ‘보혜사’라고 함을 유의하십시오. 보혜사란 ‘곁에’, ‘부른다’라는 두 단어가 붙은 단어로 돕기 위해 가장 가까운 곁에 부름을 받아 있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성령은 성도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돕기 위해 오신 분이십니다.
 
여러분, 주의 뜻대로 살려고 애를 쓰십시오. 옆 사람보다 더 가깝게 내게 있는 보혜사 성령께서 도와주십니다. 주의 뜻대로 사는 것은 안전(眼前)에도 없고 오로지 능력 받아서 과시하고파서 기도하고, 밤새우는 것은 악한 영의 미혹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연약한 자기를 너무나 잘 알아서, ‘주님의 뜻대로 살고픈대 그렇게 되지 않아요, 도와주세요.’ 하며 소망하는 진실한 성도들을 도와주시기 위해 성령은 이 땅에 오셨습니다.
 
더욱이 그런 자세로 진실된 삶을 살려고 애써 나갈 때, 성결한 삶을 살려고 노력할 때 성령은 비로소 이 땅에 오신 목적을 수행하시려 우리를 돕고 붙들어 주십니다. 이렇게 살려고 애쓰는 이들에게 주님은 아주 분명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성령은 너희 속에 영원토록 거하실 것이라! 곁에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우리 속에 계시다고 하십니다.
 
내가 조금만 더 주님의 뜻대로 살려고 애를 쓴다면 내 속에 영원토록 거하시는 성령님은 힘을 내셔서 나를 붙들어 주실 것입니다. 내가 조금 더 진실하고, 성결한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내 안에 계시는 성령님은 기쁨 가운데 나의 생을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내가 좀 더 능력 있는 성도의 생활, 봉사와 섬김의 생활을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내 속에 거하시는 성령님은 너무나 기뻐하시고, 기특히 여기사 나에게 기도의 문을 열어주시고, 능력과 섬김의 기쁨을 충만케 해 주시고 감당할 환경을 조성해 주십니다! 아예 생각조차 안 하기에 그런 기회도 없는 것입니다.
 
5.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아니하고 너희에게로 오리라” 예수님은 우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않으시고 찾아오십니다. 어떻게?
 
성령의 감동으로! 성령이 충만하면 우리 마음속에 생기는 감정이 뭔가요? 예수 충만 입니다. 예수님의 생각, 예수님의 감정, 예수님의 마음이 내 안에 가득 차 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뜻을 이룰 수 있고, 예수님과 혼연일체가 됩니다.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28:20)는 말씀은 바로 이 성령 충만을 통해 이루어지는 축복이요 권세입니다.
 
성령이 충만할 때 우리는 예수님이 내 안에 살아계시고, 그 예수님이 내 안에 충만하시며 말씀하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을 성령 충만 속에 체험하며 고백한 이가 사도 바울입니다. 빌립보서 4:13절에서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요즘 무슨 힘으로 사는가요? 돈의 힘으로? 잘 나가는 자식의 힘으로? 은밀히 감추어둔 통장의 힘으로? 아닙니다. 성도는 성령의 힘으로 살아야 합니다. “... 이는 힘으로 되지 아니하며 능력으로 되지 아니하고 오직 나의 영으로 되느니라.”(스가랴4:6b)
 
지금 내 인생의 곤고함, 지금 나의 이 난처한 처지, 이해할 수 없는 공허함,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환경, 이 모두 육신의 힘으로 되지 아니하며 육신의 능력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영, 성령의 역사와 권세로 해결됩니다. 그러므로 성령의 역사를 의지하십시오. 순종하십시오! 그 분은 나를 돕기 위해, 온전한 성도로, 능력 있는 성도로 세우기 위해 오신 분이십니다. 그러니 그 성령께서 주시는 힘으로 사십시오.
 
6.
다시 묻습니다. 무슨 힘으로 사는가요? 돈의 힘으로, 자식의 힘으로, 세상의 힘으로? 아닙니다! 성도의 힘은 성령 충만에서 옵니다. 성도는 성령의 힘으로 삽니다!
 
말씀을 깨닫는 그 순간 쩌릿하게 느껴지는 그 희열! 경험해 보셨습니까? 기도의 몰입으로 인한 그 짧은 거룩한 황홀경, 맛보셨습니까? 성도들과 함께 부르는 찬송의 벅차오르는 그 감격, ... 그 순간 성도에겐 세상을 이길 힘이 주어집니다. 그 순간은 짧으나 역사는 그동안 짓누르던 모든 것을 순간에 다 날아가게 합니다.
 
“주안에 기쁨 누림으로 마음의 풍랑이 잔잔하니 세상과 나는 간 곳 없고 구속한 주만 보이도다.”(288장 3절 a)
 
근심을 주던 세상은 간 곳이 없고, 근심에 짓눌리던 나도 간 곳이 없습니다. 오직 나를 구속한 사랑의 주님, 예수님만 보입니다! 성령 충만할 땐 이 은혜가 나에게 찾아듭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진심으로 여러분의 삶 속에 성령의 충만한 그 권세가, 세상을 이기는 신령한 힘이 충만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