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 모처럼 손자들과 휴가 길을 나서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집니다.
이런 빗속에 과연 휴가를 가는 게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더욱 더 비가 흉해집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비상 깜빡이를 켜고 가야 할 정도입니다.
모든 차량이 거북이걸음....
얼마나 피곤한지 휴계소가 벌써 기다려집니다.
 
드디어 오아시스 같은 휴계소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나 이미 차량들로 가득합니다.
부득이 그 다음 휴계소로 계속 운전하는데
장대비는 여전합니다.
문득 이런 상황임에도 그 많은 차량들이
휴가 길에 나섰다는 게 이상합니다.
왜들 장대비속에 길을 나섰을까요?
 
나만 그런 게 아닐 겁니다.
억수로 내리는 빗길임에도 길을 나선 것은
목적지에 이르면 맑은 날씨일 것이라 알고,
또는 믿고 나섰을 겁니다.
그러기에 그 수고스럽고 고생스러운 길을
차 안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웃으며 가는 겁니다.
 
차가 백두대간을 통과하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
이렇게 맑고 예쁜 날씨, 푸른 바다가 있을까 싶을 정도.
장대비속에 고생하며 운전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인생길도 비슷할 거라고.
때로는 고생스럽습니다. 갈등이 많이 일어납니다.
쉽게 결단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한치 앞이 안 보입니다.
포기하고 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는 것은, 살아가는 것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요 사랑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현재의 상황이 거시기하다 해도
우리는 믿음과 희망을 갖고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갑시다.
마침내 주님께서 푸른 풀밭과 쉴만한 물가로 이끄실 겁니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