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더위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혹서(酷暑)는 지독한 더위를 보이는 여름이란 뜻이며, 혹염(酷炎)은 너무 무더워 견디기 힘든 여름이라는 뜻이고, 혹열(酷熱)은 역시 심한 더위가 닥친 여름이란 뜻입니다. 습도가 매우 높으면서 찌는 듯한 더위가 닥친다면 ‘무더위’라고 하는데, ‘무더위’는 ‘물’과 ‘더위’의 합성어에서 ‘물’의 받침 ‘ㄹ’이 탈락한 것으로,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가리킵니다. 몹시 습하면서도 온도도 매우 높아 마치 찜통 안에서 뜨거운 김을 쐬는 것 같은 더위는 ‘찜통더위’라합니다. ‘가마솥 더위’는 가마솥을 달굴 때의 아주 뜨거운 기운처럼 몹시 숨막히는 더위를 이르는 말입니다. 습도는 높지 않지만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더위가 오면 ‘불볕더위’ ‘불더위’ ‘강더위’ 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불볕더위는 그늘에 들어서면 더위를 피할 수 있지만, 무더위는 그늘에 들어서도 덥긴 마찬가지입니다.

 

기온이 높아 몸에서 땀이 나도 대기의 높은 습도 탓에 증발하지 못하므로 더욱 더 불쾌감이 커집니다. 또한 이러한 무더위에서는 체온조절이 어려워 몸이 쉽게 피로해지기 때문에 온 몸에 기운이 쑥 빠지는 기분이 됩니다. 고온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항상성 유지를 위한 체열 조절능력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열사병, 열 탈진 등 고온과 관련된 질병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폭염으로 2003년 유럽에서는 약 7만 명, 2010년 러시아에서는 약 5만 명이 사망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도 있습니다. 여름철 태풍과 집중호우도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기상현상이지만, 폭염은 2차적인 영향이 아니라 그 현상 자체만으로도 치명적인 인명 손실을 가져 와 피해가 더 크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기온이 밤에도 25℃ 이하로 내려가지 않을 때에는 너무 더워서 사람이 잠들기 어렵기 때문에 더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열대야가 있습니다. 열대야현상이 나타나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음날까지 누적된 피로가 계속 이어지게 됩니다. 또한, 건물과 아스팔트로 덮인 도심 속에서는 온도는 더 올라 도시열섬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나 인체의 열 스트레스를 크게 증가시킵니다.

 

지난 8월 7일이 입추이고, 15일이 말복이었습니다. 우리 속담에 ‘말복 나락 크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추와 말복 시기에 벼가 쑥쑥 잘 자란다는 뜻입니다. 뜨겁지만 맑은 날이 계속되어 일조량이 많아지면 각종 곡식과 과일들도 온몸으로 햇살을 받아 잘 영글어 갑니다.

 

해마다 무더위가 찾아오듯이 우리 삶에도 각종 고난이 찾아옵니다. 고난만 없으면 살만할텐데 고난만 찾아오면 살아갈 의욕과 힘을 모두 앗아가 버립니다. 그러나 고난이 마냥 무익한 것은 아닙니다. 고난으로 인해 겸손을 배우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며, 오래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를 보살피시는 하나님은 때로 의도적으로 고난을 허락하시는

것 같습니다. 더위를 잘 참으면 금방

풍성한 가을이 오듯 고난도 잘 참으면

반드시 은혜의 날이 올 것입니다.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

(시119:71)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