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추석 명절이 되면
새벽기도는 늘 제가 했습니다.
나는 서울이 고향이라,
- 서울이 고향이란 말이 좀 이상하지만... -
갈 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 고향 가라고
새벽기도는 늘 제가 했습니다.
 
낮에는 뭐 했을까요?
하루는 서울에 계시는 어른들 찾아뵙고,
다음날엔 집에 내려가지 못한 청년들을
집에 불러 함께 송편을 빚고 그 송편과 음식을 싸서
한강 변의 잔디밭으로 가 함께 나누며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내 가족이요 친지인 느낌이었습니다.
 
이건 우리 교회에 부임하고도 몇 년 동안 지속했습니다.
그때 우리 집에 와서 다 털어먹은(?) 청년들이
누구 누구 누구입니다. ㅎㅎ
어떨 때는 이들이 다녀가면 그달 전화 요금이 확 올라갑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고향 집에 전화한 청년들이 있었습니다.
시외전화요금이니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었죠.
 
그럼에도 이들이 그립습니다.
같이 먹고 웃고 깔깔대던 그들이 그립습니다.
아무런 사심도 욕심도 없이 그저 좋아하던
그 청년들과 함께하던 명절이 좋았습니다.
그런 공동체 사랑과 정을 나누는 교회, 정말 좋았습니다.
 
교회를 대형화하려는 데 힘쓰기보다
조금 더 소형화하여 가족같은 공동체 분위기,
서로를 가족같이 여기며 관심 갖고 사랑하는
그런 신앙공동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교회들이 축소된다고 걱정에 걱정인데
기회를 잘 살리면 진정 따뜻한 교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따뜻한 왕중교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교회,
이게 제가 왕중에서 목표로 삼은 교회의 모습입니다.
찬물 끼얹기보다 따뜻한 정을 주는 우리 왕중 교회!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