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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거짓말

2022년 10월 06일 (목) 13:22:53

김용민 이사장

www.cry.or.kr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소수도 있겠지만, 저는 검사와 기자가 정치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진실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고 믿는 부류이니까요. 거짓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정치하면 안 됩니다. 그 자체로 흉기입니다. 현 대통령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그 윤석열 씨의 막말을 두둔하기 위해 거짓말로 써 열사 봉공하는 대통령실 홍보수석 김은혜 전 MBC 기자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도 유분수이지 둘의 국민 기만은 목불인견 수준입니다.

대통령은 입 밖으로 나오는 모든 말이 검증대에 오르는 후보 시기부터 모든 거짓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선거법이 그래서 그 입을 주목합니다. 물론 어느 나라 어느 정권에나 대통령의 거짓이 흔해 보이지요. 그렇다고 쉬 방치하고 간과한다면 어떨까요? 상상해 봅시다. 만약 대통령이 순간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해보겠다고, 시각, 후각, 촉각, 청각으로 감지 안 되는 방사능이 원자력발전소 밖으로 누출됐는데도 이를 부인하는 대국민 사기를 친다면, 상상 못할 불행은 온전히 국민의 몫입니다. 대통령은 불리하든 유리하든 욕먹든 안 먹든, 국민에게 솔직해야 합니다.

때론 모든 진실을 다 밝히기 어려운 사안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침묵이라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결단코 거짓말은 집어서는 안 될 카드입니다. 물론 거짓말이 아니어도 진실을 왜곡하도록 조장하는 일조차 해서는 안됩니다. 북한 인민군이 창동 방어선을 뚫고 창경원을 지나 서울 전역을 장악해 마침내 연희동 '중앙방송국 송신소‘까지 손에 넣던 1950년 6월 28일 새벽, 그로부터 한두 시간 전까지 이 방송에서는 '국군이 북한군에 맞서 맹렬히 싸우고 있고, 그 정도가 아니라 38선 이 북으로 진격하고 있으니 서울시민은 피난하지 말라’는 이승만의 목소리가 송출됐습니다.

서울에서 호소했을 것 같은 이승만의 이 목소리는 피난지 대전에서 녹음한 것으로써, 그는 전날 서울을 떠난 상황이었습니다. 윤석열의 ‘막말은 명징한 사실’입니다.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한 것이지요, 그러나 김은혜는 "(한국)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라고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어째서 거짓말이냐? 대통령실 출입 영상 기자단의 비판 성명이 담긴 진실을 보십시오.

‘풀단’(기자들 대표로 대통령 활동 영상을 촬영하고 공유하는) 영상 기자가 문제 발언을 촬영할 당시만 해도 현장이 시끄러워 처음엔 이런 발언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지만 대통령실에서 먼저 해당 녹화물을 확인해보자고 하고 이를 시연하더니 (대통령실이) 이 영상파일이 보도되지 않게끔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입니다. 그들도 막말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입니다. 게다가 윤석열의 뜻이 ‘미국 의회 의원들’ ‘바이든 대통령’과 무관했다면 왜 즉각 반박하지 못했습니까? 대통령실은 온 나라가, 온 세계가 윤석열 막말에 혀를 찰 때 15시간 동안 해명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이 조선일보 등 친윤 언론은 ‘역대 대통령도 막말했다’라는 해괴한 주장으로 ‘쉴드’쳤습니다. 자기들 듣기에도 ‘바이든'이 맞거든요, 게다가 이 사태를 두고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국민의힘 내 대권주자들은 ’거짓말을 거짓말로 덮는 것’이라고 질타했습니다. 또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을 해야지 계속 끌면 국민적 신뢰만 상실한다”(홍) “신뢰를 잃어버리면 뭘 해도 통하지 않는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조롱의 대상이 될 뿐"(유) 같은 당 유력 정치인에게 부정당했습니다.

미국에서 대통령의 거짓말은 정권을 반납해야 할 중죄입니다. 재임 시절인 1995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비서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처음엔 "그런 일 없었다"라고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특별검사는 "그런 일이 있었다”라고 종결지었습니다. 의회가 발끈했습니다. 요컨대 성 추문 때문이 아니라 위증 때문이었습니다. 끝내 자인하고 사과한 끝에 탄핵은 없던 일이 됐습니다만, 거짓말 한마디가 정권을 날릴 수 있는 나라, 미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습니다.

첫 번째로 확인시켜준 사건은 무엇이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례입니다. 닉슨이 워터게이트호텔 내 민주당 전국위원회롤 도청한 것은 1972년 6월 17일이었습니다. 그해 11월 7일 그는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됐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의혹을 제기했지요. 이듬해 5월 TV로 생중계된 상원 청문회에서 전 보좌관이 ”1971년부터 닉슨은 집무실에서 이뤄진 모든 대화를 녹음했다.“라고 폭로하면서 진실규명은 급물살을 탑니다. 이듬해 닉슨의 은폐 즉 거짓말이 연방대법원에서 드러나고 미국 하원은 세 차례에 걸쳐 사임을 압박했습니다. 궁지에 몰린 닉슨은 결국 짐을 쌌습니다.

미국 형법에서는 사법 방해죄라는 게 있습니다. 거짓말로 수사나 재판을 방해하는 행위를 말하지요.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 스캔들’ 때문에 탄핵 위기에 몰린 것도 이 때문입니다. 윤석열 씨의 거짓말은 상습적이다 못해 불성실합니다. 무슨 논란을 빚을 만한 사건이 발생하면 ‘아니다’, '모략이다’, ‘공작이다’라며 대응했습니다. 장악한 언론이 든든한 방패가 돼주고 있고, 또 정적을 언제든 허위의 증거로써 범죄자로 만들 검찰이 예리한 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 권력이 자신에게 유리한, 또 다른 진실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평화나무는 윤석열 씨를 9월 22일 공직선거법상 당선목적의 허위사실 유포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한참 자기 손바닥 왕(王)자, 천공 스승 멘토설로 개신교계가 동요하자, 지난해 10월 10일 누가 묻지 않았는데 "우리 집사람이 어릴 때부터 교회에 열심히 다녀서 구약을 다 외운다. 지금도 구약을 줄줄 외운다”라고 한 것을 문제 삼은 것입니다. 김건희 펜클럽 초대 회장 강신업 변호사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으니 구약 암기는 거짓입니다. 물론 윤석열 씨에게 장악당한 검찰의 처분을 어렵지 않게 예측합니다. 그런데 국민마저 이 노골적이고 상습적인 거짓말에 못 본 척해서야 되겠습니까? 대통령의 거짓말은 우리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잊지 맙시다.

/ 평화나무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