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노회장으로서 노회를 섬기면서 교회 혹은 기관의 갈등 해결과 조정에 참여합니다. 세상이 복잡하고 인간 심성이 점점 더 각박함으로 인해 사람들은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많은 갈등 상황에 직면하고 그 갈등의 출구를 잘못 선택함으로 개인이나 기관 혹은 교회나 가정이 무너지게 되는 안타가운 상황도 보게 됩니다. 그런대 문제는 갈등 그 자체 보다 그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 더 중요합니다. 어떤 경우는 갈등을 잘 해결하고 문제를 승화시켜 그 갈등이 공동체나 개인을 더 든든히 세우고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고 또는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체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갈등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는 사람이나 해결 방법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고 또 갈등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나 능력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갈등 해결의 귀결은 갈등 당사자들의 인성에 따라 건설적이고 생산적으로 해결 될 수도 있고 파괴적이고 극단적으로 빠져 들어갈 수 있습니다.

어떤 문제나 사건의 해결에 있어서 당사자가 가진 인성과 신앙적인 가치관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사람의 인성이나 가치관은 한 사람의 일생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사람들은 지적인 성장보다 정서적인 성장을 우선해야 합니다.

그런데 긍정적인 갈등해결에 가장 큰 장애가 바로 분노입니다. 갈등해결을 조정해 보면 분노가 가장 무서운 파괴적인 불꽃이라는 사실을 보게 됩니다. 분노는 남의 말에 귀를 막아 버립니다. 분노를 품고 있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말,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충고라도 마음에 들리지 않습니다. 분노는 마음의 귀를 막아 버립니다.

분노는 사실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눈을 막아 버립니다. 그래서 자기가 만든 허상에 집중하게 만들어서 실상을 보지 못하게 만들어서 사람을 넘어뜨립니다. 분노는 우군과 적군을 식별하지 못하도록 사람의 지혜를 막아버려서 바보가 되게 합니다. 진심으로 하는 충고도 애타게 하는 호소도 들리지 않게 만들어 버립니다. 오직 자기 정당성 자기주장에 몰입함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고 스스로의 소외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분노가 의분(義憤)이라는 자기확신에 빠져 버림으로 자신의 분노에 동의하지 않는 모든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고 진심으로 하는 남의 충고를 받아 드리지 못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분노의 시작은 정의감에 있고 원인제공도 다른 사람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분노는 이미 정도를 넘는 극단적인 가치관을 형성해 버립니다. 그래서 자기가 하는 언행이나 파괴적 방법이 모두 다 옳다는 자기 독선에 빠져 버립니다. 자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위험하고 파괴적인 일인지에 대하여는 생각하려 하지 않게 됩니다.

시작은 정의에서 출발하지만 그 정의가 얼마나 변질되고 자신과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파괴력을 가지는 지를 깨닫지 못하도록 미련해 집니다. 바닥을 깨끗이 닦기 위하여 걸레도 깨끗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더러운 걸레로는 닦을수록 더 더러워진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분노를 마음에 품으면 자신도 이미 더러워졌고 이제 자신도 깨끗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독선에 빠져버립니다. 그래서 분노는 자기 자신을 불태워 버리는 무서운 불꽃입니다.

대림절,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계절입니다. 나로 인해 상처 받은 이들이 없는지, 나의 독선과 내 마음의 분노가 지금 나 스스로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자신을 돌아 봐야 합니다. 분노가 자신을 태우는 불꽃입니다. “분을 그치고 노를 버리며 불평하지 말라 오히려 악을 만들 뿐이라”(시 37:8).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