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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 자리에 앉은 물신 권력신 미국신 | ||||||||||||||||||
| [한완상 저 '예수 없는 예수교회'를 읽고] '메인 스트림'된 근본주의 개신교도를 위한 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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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를 알 수 없는 유머이다. 그런데 얼마나 날카로운지 재밌기보다 살벌하다. 제목은 ‘천주교와 개신교의 차이’. 일부만 인용한다. △ 천주교 신부 - 월급 70만 원, 수녀월급 50만 원, 개신교 목사 - 개인능력에 따라 무제한. △ 천주교 성당 - 24시간 개방, 노숙자나 시민운동 활동가들이 언제든지 출입가능, 개신교 교회 - ‘영업’이 끝나면 폐쇄. (네온사인은 켜둠) △ 천주교 기념일 - 주로 맹인 개안 수술 등 자선사업을 함(아주 조용히), 개신교 기념일 - 주로 부동산을 사 모으고, 기념교회를 지음(대대적으로) △ 천주교 헌금 - 내라고 말하는 사람 아무도 없음(관례적으로 애들은 몇 백 원 어른들은 몇 천 원), 개신교 헌금 - 많이 낼수록 천당 간다고 적극적 권장, 때론 강요. △ 천주교 재산소유형태 - 공동소유. 사적 소유 및 상속 금지, 개신교 재산소유형태 - 사적 소유 및 상속 무제한 인정. △ 천주교 사회적 영향력 - 로마교황청 세계적 영향력, UN사무총장, 아랍지도자, 미국 지도자 등 국가 불문하고 교황 사망 시 직접 조문, 개신교 사회적 영향력 - 매년 <PD수첩>, <뉴스 후> 등에 소개. 인본주의, 물량주의, 상업주의 여기에 비도덕성까지 개신교의 치부가 남김없이 들춰졌다. 얼굴을 들 수 없다. 얼굴을 들 수 없다함은 면피가 얇은 탓도 있다. 그러나 철갑을 두른 듯 두꺼운 얼굴판형을 지닌 근본주의 개신교도에게 이 조크가 미칠 감동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다시 이야기해 위 내용이 근본주의 개신교도에게 회심을 위한 자극제로써 의미 있는 작용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면 이는 심각한 망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사실 앞선 유머가 낱낱이 지목한 개신교 적폐(積弊)의 8할 이상은 근본주의 개신교도 작품이다. 멀쩡한 두뇌에서 어떻게 치매 말기적 행태의 신앙 행위가 표출될. 치욕을 모르는 탓이 크다. 근본주의 개신교도의 사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단어가 바로 부끄러워 할 ‘치(恥)’에, 욕되게 할 ‘욕(辱)’, ‘치욕’이다. 그래도 ‘뭥미’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반응이라면 차라리 양호할 것이다. 이들은 이 유머를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욕되게 하는 사탄의 흉계’로 규정한다. 따라서 ‘익명의 안티 그리스도인’은 졸지에 ‘마귀’라는 글귀가 새겨진 인침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교회서점에서,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지낸 한완상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신간 <예수 없는 예수교회>를 구입했다. 나에게 이 책에 부제를 붙일 기회를 부여한다면 ‘성찰(省察)하는 개신교를 위하여’라고 하고 싶다. 부제 속에 행간이 읽혀지는가. ‘오늘날 개신교에 성찰을 찾기 힘들다’고 지적하는 점이.
한완상 전 총재의 책에서 특히 주목되는 구절은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은 매사를 선악의 이분법으로 보고 대번에 해석하고 신속히 행동 합니다”라는 부분이었다. 너무나 정확한 지적이다. 사실 한국 근본주의 개신교도의 능력은 가끔씩 세상을 놀라게 한다. 능력은 크게 두 가지이다. 사람이건 사물이건 단 번에 선악으로 가르는 분별력과 (마귀가 출몰하는 식의)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몰려가 ‘마귀들과 싸울 지라’를 합창하며 저항하는 조직력이다. 아, 능력 하나 더 있다. 자신들의 단세포적 상황 인식이 또 행동 양태가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음도 간과하게 만드는 묘한 망각의 능력 혹은 은사이다. 그러나 근본주의 개신교도가 교회 비판 세력하고만 맞붙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따지고 보면 굉장히 바쁘신 분들이다. 자기들끼리도 선악 가르며, 그러니까 서로 “악의 화신”이라며 싸워댄다. 교단은 교단대로, 또 교회는 교회대로 갈라지고 대적한다. 이런 걸 인터넷에서는 ‘팀킬(Team Kill)'이라고 하던데. 근본주의 개신교도의 존재감이 가장 두드러졌던 때는 지난 대선이었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낙오된 이’들에게 값싼 동정심을, 반대로 ‘가진 자’들에게 퍼주다 못해 쏟아 부었던, 성경과 무관하게 살고도 가장 번성(蕃盛)한 장로 이명박 대통령을 사정없이 밀어준 것. 이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근본주의 개신교도는 이명박 후보의 ‘장로’, ‘기도하는 어머니’ 그리고 대놓고 이야기하진 않지만 ‘성공 신화’를 바탕에 깐 세속적 허울에 집중했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비판을 듣던 이명박 후보의 과거. 그 과거에 대한 날카로운 검증은 없었다. 경영자로서, 정치 지도자로서의 삶 속에 성경적 가치가 살아있는지 해부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독실한 크리스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는 근본주의 개신교도의 시각이 서로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맹폭을 ‘악에 대한 선의 응징’처럼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 여태껏 적잖다는 것이다. 앞서 이 동네 사전에 ‘치욕’이라는 단어가 없다 했었지. 따지고 보니 ‘사고’와 ‘반성’도 빠져있다. 이들 세 개 단어가 빠진 국어사전은 세상에 없다. 이 지점에서 한완상 전 총재가 꺼낸 사도신경에 관한 언급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도신경은 예배 시간마다 하는 개신교인의 신앙고백이 되겠다. 예수가 세상에 와서 남긴 행보-탄생, 고난, 부활, 승천, 재림의 약속 등에 관한 부분이 핵심적 골간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조촐하게 묘사된 것이 문제였다. 이를테면 동정녀 마리아의 몸에서 태어난 부분을 언급한 직후, 곧바로 본디오 빌라도 총독에게서 고난을 당하는 내용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수의 공생애 역사 대부분은 ‘통편집’됐다. 한완상 전 총재는 이 ‘누락의 결과’가 한국 개신교 문제의 출발점은 아닌지 염려한다. 이게 무슨 얘기일까. 탄생 이후 고난 사이에 있었던 ‘역사’. 이 ‘역사’ 속에서 일했던 예수의 가치에 대한 고찰이 없었기에 교회가 하나님의 아들과는 무관한 지향점을 좇아 성장가도를 달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곧 한계점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완상 전 총재는 ‘예수의 역사’를 휘장(揮帳) 밖으로 모시고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수가 누구인가. 육체적 고통에 얹어, ‘죄가 있으니 병을 얻는 것’이라는 시각 때문에 정신적 사회적 고통까지 짊어진 병자에게 “당신의 믿음이 당신을 낫게 했다”며 모든 짐을 벗겨준 이 아닌가. 계급․성․종교․지역의 장벽을 모두 허물며 한 밥상에서 함께 수저를 듦으로써 평등 공동체를 세운 분 아닌가. 이런 예수의 가치를 건너 띈 채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났다’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게 다시 오신다’는 부분만 읊조려서야 되겠냐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초월적 존재’로서의 예수만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완상 전 총재는 그래서, 지금 개신교가 서둘러 ‘갈릴리의 그 예수’를 만나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인다. 한완상 전 총재는 덧붙여 ‘고난당한 예수’ 역시 어물쩍 대충 만나고 넘어갈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예수는 일시적이지만 바리새인에게 졌다. 체제 전복세력이라는 가당치 않을 누명을 썼고 처형당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패배는 한시적이었다. 부활했기에 말이다. 많은 이들은 이 사건을 ‘승리’로 묘사한다. 맞다. ‘승리’이다. 그러나 이 ‘승리’는, 자신을 곤경에 처하게 만든 빌라도와 로마 병정, 바리새인을 향한 화려한 복수가 아니었다. 세상 모든 죄를 씻어 없앤 사랑이었다. 또, 자신을 부인하며 등 돌린, 저열한 배신자에까지 가서 “평안 하라”는 배려를 베푼 용서였다. 매를 휘두르고, 모욕을 주던 이들의 간악함을 잊은 망각이었다. 그러나 근본주의 개신교도에게 ‘승리’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기도와 봉헌을 힘껏 한 다음에, 입시, 취업, 승진, 집구하기 경쟁에서 이기는 것과 동격이다. 슬픈 것은 이런 세속적 성취를 ‘하나님의 은혜’로 치환하는 현실이다. 이런 논리라면 간증은 무용담이라 해야 하나. 생각해보자. 그 뜻을 이루지 못하면 시련인가. 예수는 이렇게 근본주의 개신교도에 의해 저급한 세속적 이기(利器)가 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승전 선언을 했음에도 이라크 밑바닥에서 계속되는 항전으로 인해 곤혹스러워하는 현실을 근본주의 개신교도는 봐야 한다. 이게 이긴 것인가. 한완상 전 총재는 이야기한다. “십자가 위에서 폭력으로 죽어 가신 예수의 너그러운 패배의 아름다움을 보자. 자기 허리를 창으로 찌르는 폭력 세력을 위해 용서를 기원했던 예수의 그 넉넉한 감동적 패배의 아름다움 말입니다.”라고. 다 이해하길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근본주의 개신교도의 일원(一員)인 이명박 장로 대통령마저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안 된다. 국가적 불행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을 하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이 ‘승리주의’에 도취됐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 앞에서 연발되는 위기를 두고 ‘나의 잘못은 무엇일까’가 아닌 ‘(이건) 나에게 닥친 시련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정황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오뉴월 찬 서리 버금가는, 냉기 어린 민심의 상징, 촛불 저항을 체험하고는 이랬지? ‘촛불 민심을 존중하겠다’고. 그러나 이 말은 거짓이었다. 저항의 당사자 가운데 가장 연약한, 유모차 끌고 나온 엄마까지 불러다 겁박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9월 위기설’을 양력 뿐 만 아니라 음력까지도 이어간, 장본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끝까지 엄호했다. 시장 관계자, 학자, 기업인 모두 인적 개편을 소리쳐 외쳤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끝내 외면했다. “떠들 테면 떠들어라. 키는 내가 쥐고 있다”였다. 이걸 두 자로 ‘독선’이라고 한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기특하게 이 모든 상황을 ‘본인 탓’이라며 책임을 통감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해법 찾을 슬기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없다는 현실은 변하기 힘들 것이다. 막힌 길을 포클레인으로 뚫고 가듯, 정면 돌파하는 것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얘기이다. 마땅찮고 복잡다단한 남의 훈수 듣느니, 유턴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자기 생각대로 밀고 가지 않겠나 하는 점이다. 자수성가형 스타일의 전형이 이랬고 지금까지 이명박 대통령이 보인 행보 역시 다르지 않았다. 지근거리에서 숱하게 만난다는 여러 목사들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에게 개선을 요구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 보인다. 절망의 끝은 어디인가. 억측이 심하다고? 사실 그렇지 않나. 현대건설에서의 ‘최연소’ 기록을 경신하며 고속 승진한 경험, 서울시장으로서 청계천이라는 대박 브랜드를 창출한 기억, 그걸 발판으로 청와대의 주인이 된 결과를 보라. 이명박 대통령이 만약 현재 이 국면을 ‘최후 승리를 얻기까지 십자가를 지고 가는 상황’으로 받아들인다면 상황은 매우 암울해진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예수를 수행(隨行)의 대상이 아니라, 목에 건 십자가 마냥, 자신의 승리를 위한 액세서리로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패함으로써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촛불 민심 앞에 지는 ‘척’이라도 했다면 지금처럼 총체적 불신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강만수 장관을 경질하고 경제위기 국면에 있어 여러 경제주체들과 머리를 맞대로 해법을 모색하는 태도를 취했다면 지금처럼 경제 위기로 파생된 모든 책임을 홀로 다 지지 않았을 것이다. 외형적 승리에 집착해, 패배에 버금가는 후폭풍을 자초한 것이다.) 그래서 한완상 전 총재는 ‘예수 없는 예수교회’라는 문장을 책 제목으로 썼다. 예수 없는 예수교회라면, 그 교회에 나오는 이들은 예수 없는 예수교인들일 것이다. 그러나 근본주의 개신교도는 허전함이 없다. 그 공석에 물신, 권력신, 미국이라는 신을 갖다 앉혔기 때문이다. 예수 없는 예수교회는, 칼 없는 칼국수, 붕어 없는 붕어빵보다 더 심각하다. 껍데기 믿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예수를 모시자. 동전(헌금)만 넣으면 알아서 결과물을 내주는 ‘자판기 예수’가 아닌, 내 삶을 만지고 늘 각성케 하며 바른 길로 인도하는 ‘주인 된 예수’를 말이다. 그리고 사유하자. 경전의 일점일획을 신주단지처럼 모시기보다 예수의 한 걸음 한 걸음에 주목하며 그 뜻을 헤아리는데 전혀 힘쓰자. 그리고 필요한 구절에만 ‘아멘’을 연발하지 말고, 독하고 쓴 말씀이라도 새겨듣자. 그래서 나누고 섬기자. 움켜쥔 손으로는 남과 손잡을 수 없다. 버리는 것이 있더라도 손을 펴서 사람들과 손을 맞잡자. 이것이 고립주의의 너울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복음주의자’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이다. 왕좌에 앉은 무형의 신을 내보내야 한다. 예수를 모실 빈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가장 복음적이라고 자부하는 근본주의 개신교도에게 던져진 숙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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