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뉴스 > 뉴스 “조용히 내 일하며 예수 증거할 것” [세상속으로―차범근 감독] 2008년 12월 12일 (금) 15:10:34 신종수 기자 jsshin@kmib.co.kr 올해 국내 프로축구를 평정한 수원 삼성의 차범근(55) 감독은 각 경기에 유명선수 대신 2군에서 뛰던 선수나 대학을 갓 졸업한 신인선수 등을 과감히 투입했다. 이들은 차 감독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종횡무진하며 대활약을 펼쳤다. 약한 자를 들어 쓰듯 무명선수들을 기용한 그의 용병술은 올시즌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 결정전 승리를 이끌어 냈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강해지도록 신경을 많이 써왔습니다. 우선 정신적으로 준비가 안돼 있으면 부상부터 생기거든요. 주전들은 의욕을 불태울 수 있게 하고, 후보 선수들도 감독이 원하는 방향으로 충실히 훈련을 하면 경기에 뛸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 주려고 노력했지요. 물론 감독 자신이 선수들에게 정직해야 하고 나름의 철학도 있어야 합니다." 그는 "선수로 뛸 때보다 감독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고 말했다. 단순히 선수들에게 운동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수 한명 한명에게 신뢰를 주고, 동기를 부여하고, 대화하고 설득하는 것은 열심히 연습만 하면 되었던 선수 때와는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이다. 경기도 화성 수원 삼성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코칭 스태프들과 막 점심식사를 하려던 참이었다. 삶은 돼지고기 몇 점과 상추, 된장과 새우젓, 밥과 수제비, 김치, 샐러드, 우유, 감식초, 과일 등이 식탁위에 차려져 있었다. 한그릇의 밥에 대한 감사에서부터 팀에 대한 사랑, 자신의 소명에 대한 다짐에 이르기까지 그의 식사 기도는 유려하고 깊었다. 그의 신앙은 유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때 동네 언덕에 있는 교회에 다녔는데, 그때 외운 성경구절을 지금도 잊어버리지 않고 있어요." 1977년 국가대표 시절 오래 앓던 무릎 통증이 안수기도를 받고 치유되고, 1년 동안 기도한 끝에 78년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하게 되는 일 등을 겪으면서 그의 신앙은 깊어졌다. "선진축구를 배우고 싶으니 독일 분데스리가에 보내 달라고 계속 기도했어요. 한국축구의 문제점으로 허구한 날 골결정력 부족이니 문전처리 미숙이니 하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는 독일로 건너가 TV에서만 보던 선수들과 정신없이 뛰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했다고 한다. 프랑크푸르트 팀에서 백넘버 11번을 달고 뛰면서 79∼80시즌 12골로 득점 7위에 올라 독일 언론으로부터 '차붐'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이어 80년 세계축구 베스트 11, 85∼86시즌 분데스리가 MVP, 키커지 선정 80년대 가장 위대한 선수 등을 거쳐 89년 37세에 은퇴할 때까지 308 경기에 출장해 98골을 기록했다. 요즘 해외에 진출한 선수들이 많지만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하지만 그도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82∼83년 시즌에 관중들은 나에게 경기장에서 나오라고 야유를 보내고, 현지 언론들은 '저렇게 많은 연봉을 받으면서 슬럼프에 빠져 있는 차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며 난리였어요. 국내 언론도 마찬가지였고, 유언비어와 모함도 많았지요. 그동안 살면서 그 때보다 힘든 적은 없었습니다." 그는 당시에 너무 힘들어 세상과 단절한 채 기도에 매달렸다고 한다. "주변의 모든 것을 끊고 하나님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더군요. 결국 인생의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하나님 은혜로 회복되는 체험을 했습니다." 이후에도 그에게 많은 어려움이 닥쳤다. 98년 프랑스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맡았지만 두 경기 연속 패배하는 바람에 월드컵 기간 중에 해임됐다. "축구 지도자로서 사형선고나 다름없었죠. 그러나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나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좋은 때를 주신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어요. 잠시 어려움이 왔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어리석은 짓은 안 하겠다고 다짐을 하곤 했죠." 그는 중국으로 건너가 지도자 생활을 한 뒤 2002년 한·일 월드컵때 탁월한 TV해설로 축구팬들을 사로잡았다. 이어 2003년 수원 감독직에 선임돼 2004년 K리그에서 우승했다. 이번 우승은 4년 만이다.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땀흘려 준비해야 하지만 사실 이기고 지는 것은 하나님이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기면 하나님 은혜에 감사하면서 영광을 돌리면 되고, 지면 상대가 우리보다 낫다고 여기고 우리의 부족한 점을 돌아봐야겠지요." 충신교회 안수집사인 그의 신앙은 담대하다. 그는 97년 국가대표 감독 시절 경기장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문제삼은 김용옥씨와 대등한 수준의 논쟁을 벌인 적도 있다. 물론 자신의 신앙이 공격받는 일련의 과정에서 그도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조용하게 제 일을 하면서 기회가 닿으면 예수를 증거하려고 합니다. 신앙을 배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인으로서 지혜롭게 행동하고 대처해 나갈 생각입니다. 기독교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굳이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입으로 신앙을 증거하는 것 못지않게 삶으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그는 항상 주 안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부인 오은미(53)씨,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코블렌츠 소속으로 22일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장남 차두리(28) 선수 등 2남 1녀도 신실한 크리스천이다. 신종수 기자 jsshin@kmib.co.kr ⓒ 소리(http://www.cry.or.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