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서울에서는 '떡'하면 낙원동이다. 떡집이 많을 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떡 문화를 이끌어온 곳이 낙원동이기 때문이다. 우리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지난 13일 오후 낙원동을 찾아보았다.

역시 낙원동의 떡집들은 한가위 대목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주문전화가 쇄도하고 직접 떡을 사러 온 사람들로 붐비고... 떡솜씨를 자랑하는 주인들과 잠시도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어느 대형 떡집 주인은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서 말할 기운도 없다며 손을 젓는다. 주인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피곤한 모습들이다.

떡은 우리 민족의 음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유의 전통음식이다. 우리 역사를 함께해온 우리 고유의 대표적인 전통음식 중의 하나다. 옛날에는 '밥 위에 떡'이란 속담이 있었을 만큼 별식으로 꼽혀 오기도 하다.

특히 설이나 추석 같은 큰 명절은 물론이고 계절별로 돌아오는 각종 명절, 그리고 애경사나 잔치가 있을 때면 떡은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었다. 특히 지방과 계절별로도 떡 문화가 형성돼 수 천년 동안 우리 민족 고유의 멋스러운 음식으로 자리 잡아왔다.

떡은 전통적으로 주식이 아니었다. 간식이나 별식으로 즐기는 기호식이다. 특히 떡은 만드는 방법이나 모양, 빛깔에서도 상당히 멋스러운 음식이다. 종류도 상당히 다양하고 모양이나 맛도 제각각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전국 팔도의 대표적인 떡은?

우리 조상들이 멋스럽게 즐겼던 떡은 지역별로도 독특한 특성과 전통을 가지고 있다. 경기도 지방에는 여러 가지 색상과 모양을 내 만든 색떡, 여주산병과 개성경단, 우메기, 개떡과 수수지지미, 그리고 개성조랭이 떡이 대표적이다.

충청도 지방에서는 꽃 모양의 꽃산병과 약편, 곤떡과 수수팥떡, 호박떡, 그리고 감자떡과 해장떡, 도토리떡이 유명하였으며, 강원도 지방에서는 메밀전병과 감자떡, 그리고 도토리송편과 감자시루떡, 호박단자를 즐겨 해 먹었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멥쌀가루에 홍시를 섞어 만든 상주설기와 거창송편, 밀비지, 밀양경단, 쑥떡, 호박범벅과 곶감화전이 유명하였고, 전라도 지방에서는 멥쌀에 감 껍질 가루를 섞어서 만든 감시리떡, 전주경단, 꽃송편, 모시송편, 호박메시리떡, 보리떡과 콩대끼떡, 그리고 차조기떡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제주지방에서는 햇메밀로 만든 좁쌀시루떡과 빙떡, 감체침떡, 반착곤떡과 달떡, 증괴 등이 유명하다.

이런 지역별 떡 문화는 지역별로 생산되는 농작물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절별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계절별로 먹는 떡도 다르다

대표적인 계절별 떡을 살펴보면 1월의 설에는 가래떡과 인절미, 절편, 보름에는 약식과 원소병, 초삼일에는 꿀찰떡, 각색단자와 산병, 2월에는 노비송편과 용떡을. 3월에는 쑥송편과 두견화전, 그리고 쑥버무리와 청절편. 4월에는 느티떡과 기주떡, 녹두찰편과 쑥단자, 개피떡, 장미화전을. 5월의 단오에는 쑥편과 쑥절편, 그리고 수리취절편을, 6월 유두에는 밀전병과 경단을, 7월 칠석에는 강냉이떡과 밀개떡을 즐겨먹었다.

그리고 바로 8월 추석에는 깨찰떡과 밀설구, 그리고 오려송편을 즐겨 먹었으며, 9월에는 감국화전과 밤단자, 감떡, 밤떡 호박떡을, 10월에는 무시루떡, 백설기, 콩인절미, 붉은팥시루떡. 11월 동지에는 골무떡과 호박떡, 12월에는 골무떡과 온시루떡을 즐겨 먹은 것으로 전하여지고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떡 문화도 많이 변하여 옛날 조상들이 즐겨 먹던 떡들이 많이 사라지고 그 대신 새로운 떡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영양과 건강을 챙기는 시대적인 풍조에 따라 등장한 인삼영양떡과 영양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주문이 가장 많은 떡이 바로 영양떡이라고 한다.

그러나 신세대들은 떡보다 빵과 과자를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평소에는 떡집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빵에 비하여 설탕의 함량이 적고 건강에도 훨씬 유익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젊은 측에서도 떡을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고유의 추석이나 설 명절 같은 때는 정서적으로도 우리 떡이 어울릴 뿐만 아니라 어느 집에서나 대부분 조금씩이라도 떡을 먹기 때문에 명절에 따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마침 어느 떡집에서는 세 명의 젊은이가 상당량의 떡을 주문하고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떡을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웬 떡을 그렇게 많이 사느냐"고 물어 보았다. "낼 모레가 추석 한가위잖아요, 우리 전통명절에는 그래도 우리 음식 떡이 딱!이지요, 떡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모처럼 한 번씩 먹으면 맛이 그만이에요" 한다.

옛날에는 주로 빵을 먹었는데 추석도 가까워져서인지 모두들 떡이 먹고 싶다고 해서 호박떡과 송편을 주문하였다는 것이다.

"떡 종류가 몇 가지나 있는지 아세요?"
"여기 이 송편, 그리고 팥떡이 맞나 그렇지 시루떡, 호박떡, 인절미,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하하하 이 정도요."
"무슨 떡을 제일 좋아하세요?"
"송편하고 호박떡이요. 그래서 두 가지를 주문했지요. 그리고 인절미도 꿀에 찍어먹으면 맛이 좋아요."

비슷한 또래들 10여명이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오늘 밤 추석연휴에 대비하여 늦게까지 일해야 하기 때문에 회식 겸 야식으로 떡을 먹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요즘 신세대들은 떡보다 빵이나 피자 같은 외래음식을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명절 때는 부모님들의 영향으로 떡을 먹게 된다는 것이었다.

들녘에 나가면 고개 숙인 벼들이 누렇게 영글어 가는 결실의 계절 가을의 대 명절 추석, 지금쯤 고향을 찾아 들판 가득 가을이 일렁이는 논두렁길을 달리는 귀성객들의 가슴에는 부모형제와 고향의 정다운 눈길이 가득하리라.

이번 추석명절에는 우리민족 모두가 다정한 사람들과 더불어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 떡을 나누어 먹으며 오순도순 정답고 행복한 시간으로 가득하기를 기대하여 본다.

 

/홍익교회 장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