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습니다. 역대 열대야일수가 가장 많았던 해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생애 동안 가장 시원했던 여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합니다. 열대야일수는 밤최저기온이 25℃ 이상인 날로 정의합니다. 기온이 밤에도 25℃ 이하로 내려가지 않을 때에는 너무 더워서 사람이 잠들기 어렵기 때문에 더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열대야를 사용합니다. 열대야는 본래 정식 기상용어가 아니라, 일본의 기상 수필가 쿠라시마 아츠시(倉嶋厚)가 1966년에 출판한 '일본의 기후'(日本の気候)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단어였습니다. 이후 일본 기상청에서 일 최저기온이 25℃ 이상인 날을 열대야로 정의하면서 기상용어로 흡수되었습니다. 열대야는 영국이나 서유럽에서는 드문 기상 현상이기 때문에 영어로는 해당되는 단어가 딱히 없습니다.

 

열대야는 수면을 방해해 불면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낮부터 해가 지기 15분 전 때까지 태양이 땅을 뜨겁게 달구는데 이 때 달궈진 땅이나 건물은 대단히 뜨겁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잠을 자기 위해서는 체온이 약간 떨어져야 하지만 뜨겁게 달궈진 주변으로 인해 체온이 떨어지지 않아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게 됩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쾌적한 수면을 하지 못하거나 불면증세로 인해 피로를 호소합니다. 이로 인해 불면증이 생기고 결국 낮과 밤이 뒤바뀌게 됩니다. 냉방기구를 살 형편이 안 되고 집에 단열이 되지 않는 저소득층은 이 시기를 견디는 것 자체가 너무나 끔찍한 고통입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여름이 더워지면서 열대야 일수도 당연히 늘어나는 추세에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1981년~2010년간 평균 열대야 일수는 연간 8.5일이었으나 1991년~2020년간은 12.5일로 4일 늘어났습니다. 올 여름 폭염 발생일수는 평년보다 2배, 열대야 발생일수는 평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가 연이어 발생해 ‘기상관측 이래 가장 늦은 열대야’기록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춘천과 원주는 1966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지 58년 만에 처음으로 9월 추석 폭염에 열대야를 기록했습니다.

 

열대야가 일 최저기온이 25°C 이상인 날을 일컫는다면, 일본에서는 일 최저기온이 30℃ 이상인 날을 '초열대야(超熱帶夜)'라 별도로 분류해서 부르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채택하지 않았지만, 뉴스 보도 등에서는 종종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과거에는 없었지만, 최근 들어 강릉, 속초와 같은 동해안과 제주도에서는 간혹 발생하고 있습니다.

 

열대야가 발생하게 되면 이스라엘 백성들의 고통스러운 광야생활이 생각납니다. 오래전 성지순례차 광야를 방문했을 때 풀 한 포기 찾아보기 힘든 황량함에 놀라기도 했지만, 밤낮으로 계속되는 뜨거운 열기로 인해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한 열기 속에서 하루 이틀이 아니라 40년을 살았던 것을 감안해보니 이스라엘 백성들이 물이 없다고 투정을 부리는 정도가 아니라 반란을 일으켰던 것이 십분이해가 되었습니다. 지난 주 통독 본문이었던 신명기 8장에서 주님이 40년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알게 하려 하셨다고 하였습니다. 열대야를 맞을 때마다 하나님의 선하시며 신실하신 돌보심을 기억하며 오직 말씀대로 사는 것이 유일한 생명의 길임을 확인하며 다짐하는 시간이 되어야겠습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에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알려 하심이라(신8:2)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