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주축은 장로교이다. 그런데 한국 장로교의 장로제도에는 문제점이 적지 않다. 당회의 권한이 너무 막강한데 비해 그 권한을 견제할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 장로교회는 헌법에 교회 정치력의 대부분이 당회에 집중되어 규정하고 있다. 당회는 교인 직책임명, 중요 정책 입안, 성례식 거행, 재판 등, 교회 내의 정치를 거의 독점하고 있다. 다만, 제직회는 재정권을 가지고 있는데, 그나마 제직회의 각 부장도 거의 당회원들이 거의 차지하고 있어서 재정권마저도 당회가 쥐고 있는 셈이다.

평신도들의 지식수준과 민주적인 의식은 날로 높아가고 있음에도, 교인들을 여전히 낮게 취급하는 당회의 독단행위는 한국교회의 발전을 물론, 기독교적인 인재 양성의 저해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고 있음에도 견제할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부패하기 쉬운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헌법에는 당회 위에 공동의회가 있어서 당회의 잘못된 결정이나 문제를 일으킨 당회원을 견제할 수 있도록 했지만, 문제는 당회의 결의 없이는 소집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문제가 있는 교회들의 당회가 교인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지나친 독재를 하거나 횡포적인 결정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리 제직회나 세례교인의 3분지 1의 청원이 있어도 당회의 허락을 받을 수 없기에 공동의회를 소집하기가 불가능하다. 다만, 상회의 지시가 있을 때에는 당회 결의 없이도 소집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다. 그러나 공동의회를 개최하였어도 당회원들의 횡포에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장로의 임기가 항존직(정년70세까지)으로 정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한번 장로로 임직하면, 불미스러운 일을 범하지 않는 한, 아무리 자격이 미달된 행위를 한 자라도 그 직을 사임하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일부 과격한 장로들이 담임목사가 크게 잘못이 없음에도, 무능하여 교회를 성장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집단의 힘으로 강단에 서지 못하게 하는 등, 강권적으로 사임하게 하는 만들어 교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음에도 그 당사자들을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장로의 임기를 종신제(시무연한은 만70세까지)로 규정한 것은 장로교회의 전통과 어긋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장로교의 장로제도는 대의제도(代議制度)를 근간으로 삼고 있다. 칼빈은 제네바에서 처음으로 평신도들의 대표인 장로와 성직자의 대표인 목사가 함께 교리위원회(당회)를 만들어, 교회의 일을 대의제도로, 그리고 민주적으로 처리케 하였다. 이처럼 장로교는 대의제도이기에, 국회의원들처럼 어느 기한을 정해서 다시 신임을 받는 것이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 장로직을 가진 분들이 언제나 교인들의 대표라는 의식을 잃지 않게 됨으로 교인들에게 바른 신앙과 행위의 본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화란 개혁교회는 대개 장로의 임기를 4년으로 하고 있다. 그 기간은 교회의 형편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예를 들면 시골과 같이 장로를 구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좀 더 연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는 4년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장로가 4년 동안 봉사하고 나서 신임투표를 하고 다시 봉사한다는 것이 아니라, 4년을 봉사하고 나면 완전히 장로직에서 물러나서 평신도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나면 다시 장로로 선출될 수 있다. 그래서 선출되면 다시 장로로 봉사하게 되고, 표를 받지 못하면 그냥 평신도로 남는다. 현재 미 장로교단의 당회원(장로)은 임기가 3년이며, 투표에 의해서 한 번 연임할 수 있게 되어있고, 영국의 연합장로교단도 3년을 임기로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장로의 임기제가 없는 교단은 한국과 스코틀랜드 교회뿐이다. 스코틀랜드 교회는 최근에 장로임기제로 돌아서려고 연구하고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중에 있다. 몇 년 전에 부결되었지만 조만간에 임기제로 변할 가능성이 많이 있다. 한국장로교의 대부분은 헌법이 임기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개교회의 당회가 서로 동의하면 내규를 채택할 수 있다. 현재 갈릴리교회(인명진 목사) 같은 경우 목사, 장로, 안수집사, 권사의 임기제를 교회내규로 채택하여 정기적으로 재신임투표를 하고 있다.

이제까지 투표를 해서 한 명도 탈락된 적이 없다. 그러나 임기제도는 교회전체를 투명하고 건강하게 만든다. 임기제도가 있는 이상 직분자들을 근신하게 하고 열심을 다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대부분 교회가 아직도 항존직자들의 임기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기에 헌법을 개정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 아닐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언제인가 반드시 마련하여야 할 규정이다.

그러므로 장로로 시무하는 분들은 헌법에 보장된 항존직이라는 생각에 안주하면서 교인들 앞에 당회의 권한만 강조하는 것은 지혜로운 자세가 아니다. 잘못하면 날로 자라고 있는 평신도들에 의해서 강력한 저항을 만날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장로교회가 대의정치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당회에게 부여된 권한 중 재정권만이라도 안수집사들이나 권사들에게 분담해 주는 자세를 가져야 할 뿐 아니라, 언제나 교인들의 평가를 받는 마음으로 바른 신앙과 행위의 본을 보일 수 있도록 힘써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