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뉴스 > 시사 1.19개각, MB경제의 119 역할 담당할까 MB정부가 이끌 제2기 경제팀 출항, 정책방향과 과제 2009년 01월 19일 (월) 23:14:10 김용민 ad74@cry.or.kr 이 내용은 부산MBC라디오 <아침의 발견>(오전 7:15) 1월 20일 방송 원고입니다. 주제는 ‘MB정부가 이끌 제2기 경제팀 출항, 정책방향과 과제’입니다. 진행자는 부산대학교 진시원 교수입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와 진동수 금융위원장 내정자를 투톱으로 한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이 새롭게 출항합니다. 2기 경제팀은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 경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데요. 새 경제팀 정책방향과 과제, 살펴봅니다. 김용민 시사평론가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2기 경제팀 우선 새 얼굴과 발탁 배경, 어떻습니까?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이 어제 인사를 'KKK'로 표현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한 6명의 내정자가 고려대 출신이라 첫 번째 'K'이다. 그리고 영천 출신의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대구 출신의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을 비롯한 5명이 대구·경북 출신이라 두 번째 'K'이다. 마지막 'K'는 '공안통'이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과잉 진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많이 잡아오면 포상금까지 준다’며 과잉 충성했다는 비판을 들어온 것이다. 검찰 최고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도 '공안통'으로 꼽히는 천성관 지검장이 임명됐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개각을 통해, 지연과 학연을 통해 친정체제를 구축하려 했다는 평가이다. 또 충성도 중심으로 발탁함으로써 앞으로의 국정 운영에 있어서 자신의 입김을 보다 강하게 내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의 평소 인사 스타일이 반영됐다고 보십니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끝까지 곁에 두려던 대통령의 의중이 이번 개각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에 대해 여러 구설수를 낳으면서도 끝내 내쫓았던 인사 스타일과는 다르게 한덕수 주미대사,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와 진동수 금융위원장 내정자 같이 참여정부에서 요직을 지냈던 사람들을 중용했다. ‘능력이 있으면 과거정부에서의 역할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인사 스타일이 바뀌는 것인지, 아니면 인재풀이 고갈된 것인지 관심이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전진 배치돼 ‘코드인사’라는 비판도 예상된다. ‘왕비서관’이라는 말을 들으며 장관 뒷조사까지 담당했던 실세 중의 실세 박영준 국무총리실 사무차장과,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을 지내며 ‘수월성 교육’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 정책 방향에 보조를 맞췄던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이 중용된 점 때문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앞으로 장관 보다는 대통령 측근 차관에게 힘이 쏠리는 ‘차관(次官) 정치’가 새로운 권력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 일단 재무부에서 선후배로 손발을 맞춰 와서 정책에 대한 시각이나 업무 추진력에서 한 목소리는 낼 수 있을 것이란 평가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재정부 장관과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뿐 아니라 여당의 경제라인도 모두 같은 재무부 출신으로 구성돼 정책 추진에 속도가 붙게 됐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과거 외환위기 때 정책 현장을 경험했고 진동수 위원장은 국책은행장을 역임해 현장 감각이 있다. 경제팀이 과거 재무부 출신 선후배로 연결되면서 현 정부 들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던 부처 간 정책 혼선 문제도 더는 없을 가능성도 있다. ▲ 일각에서는 정부 ‘입김’이 더욱 강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당연히 그렇다. 이번 개각, 한나라당과 협의도 안 했다. ‘고려대 권력’ ‘영남 권력’ ‘측근 권력’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이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사활이 걸린 집권 2년차 임기를 가장 믿는 측근들을 전진 배치시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정국을 진두지휘하겠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 지지율이 여전히 20%대에 머물 경우, 지방선거 국면에 접어드는 내년 초부터는 레임덕 현상 즉 권력누수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때문에 대통령은 모든 정치적 책임이 자신에게 쏠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이 직접 정국을 주도하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지? "모든 게 내가 나으나 깡 하나는 동생 즉 이명박 대통령에게 밀린다"고 말한 바 있었다고 한다. ▲ 기존 정책 방향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인데, 향후 경제정책 방향, 어떻게 달라질까요?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친 시장, 시장원리를 강조한 이명박 정부의 경제철학 아래 감세를 통한 경기활성화, 재정지출 확대, 건설경기 부양, 각종 규제완화, 일자리ㆍ투자 활성화 같은 기존의 경제정책이 그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은행에 대한 ‘입김’만은 확실하게 달라질 움직임이다. 윤증현 신임 기획재정부장관은 모피아 즉 재무 마피아의 보스 중 보스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느꼈겠지만 부정적인 평가이다. 왜 그럴까. 카리스마와 추진력이 대단하다는 장점 이면에, ‘관치의 화신’이란 별명을 들을 정도로 시장 개입의 달인이라는 얘기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노선은 ‘비즈니스 프렌들리’ 아닌가. 규제 팍팍 풀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주겠다는 정부이다. 그런데 관치의 화신이 경제 수장이 됐다. 위기의 상황에서는 정부의 주도권이 절실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때문에 은행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우선 사실상 용두사미가 된 부실 건설-조선사의 퇴출을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은행들, 113개 기업 가운데 2개만 퇴출하기로 했지? 윤증현 장관 내정자가 과연 이 꼴을 그대로 두고 볼지 의문이다. ▲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쉽지 않은 과제들도 산적해 있어 마냥 장밋빛 전망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인데요. 이들이 수습해야할 과제에는 당장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 구조조정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그간 수많은 정책을 내놓았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왜냐. 강만수 경제팀으로 통칭되는 정부의 정책라인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바닥까지 치달았기 때문이다. 실례로 지난해 말 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했다. 하지만 섣불리 발표했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건설사와 중소형 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도 소리만 요란할 뿐 '구조조정' 이름값을 하지 못한 상태다. 또 당국은 구조조정 전담기구로 기업재무구조개선단을 만들었지만, 한편으론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따라서 앞뒤가 다른 저신뢰도 상태의 강만수 경제팀이 전면 교체되다시피 하기에 다음 경제팀의 구조조정 플랜 또 추진 의지가 시험대 위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새 경제팀의 역할이 너무 두드러져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국이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정부와 시장간 갈등이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또 경제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회복도 관건인데요.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일관성 없는 외환정책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1년 만에 물러났다. 시급한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추진력이 떨어지고, 경제부처 수장들 사이에서 손발이 맞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았다. ▲ 한편 당초 예상됐던 친박 의원들을 포함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각이 무산됐습니다. 당내 반발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절차상 당과의 협의는 물론 사전 통보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내용면에서도 정치인 입각이나 탕평인사 같은 지난 몇 달에 걸쳐 건의해 온 내용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국회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러느냐”고 비판했다. 한 회의 참석자는 “이러니 야당이 한나라당을 청와대 2중대라고 하는 것 아니냐”며 “당을 뭐로 알고,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슷한 불만이 친이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번에 당내 화합 차원에서 뭔가 한 자리 얻을 것으로 예상됐던 친박계는 ‘그럼 그렇지’하는 표정이었다. 한 의원은 “지금 같은 위기 상황이면 측근 배치도 중요하지만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인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전혀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당만 바보가 되고, 탕평인사를 통한 화합의 기회도 놓쳐버렸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개각을 통한 국정운영 변화를 기대했던 민심이 또다시 이반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이런 불만이 나올 것을 이명박 대통령이 전혀 몰랐을까. 어쨌든 판돈을 크게 건 대담한 도박이 시작됐다. 승부는 경제 회복 지표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김용민의 다른기사 보기   ⓒ 소리(http://www.cry.or.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