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멘토는 영원한 멘토

오늘 <중앙일보> 기사를 보자. 지난해 6월. 성균관대 법학과 4학년 이은혜 씨는 고등학교 1학년생인 현철 군의 울먹이는 전화 목소리를 듣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현철이는 중 3때인 2007년 중계동 주민센터에서 1년간 무료로 영어 과외를 해준 뒤 소식이 뜸했던 아이였다. 이은혜 씨는 곧바로 현철이를 만났다. “학교를 그만두고 엄마를 돌봐야 할 것 같아요.” 현철이는 이은혜 씨를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류머티즘으로 몸져누운 어머니를 10년째 혼자 돌봐온 사실도 숨기고 구김살 없이 공부하던 아이였다. 그런데 어머니 건강이 물도 삼키지 못할 정도로 악화됐다는 것이었다. 이은혜 씨는 그 때,“공부를 포기하면 얼마나 실망하시겠니. 나랑 같이 공부하자.”라고 했단다.

무료로 시간을 내서 과외를 했다는 것이다. 금요일마다 대학로 근처에서 제자를 만나 두 시간씩 영어를 가르친다고 한다. 사실 이은혜 씨는 봉사활동을 하려고 대상자를 찾다가 중계동 주민센터로부터 중 3인 현철이를 소개했다. 1년간 정이 들었지만 현철이가 고교생이 돼 과외를 중단했다. 구청에서 공부방과 보조금을 대주는 대학생 멘토링 사업은 초·중생만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철이는 1993년 돌 무렵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유일한 식구인 어머니가 아파 기초생활수급자 수당 50만 원으로 한 달을 버틴다. 집안일도 모두 그의 몫이다. 그런 아이에게 이씨는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누나 같은 선생님이다. 이은혜 씨도 가정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져 학비와 용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세 개나 뛴다. 그러면서도 4년간 590시간이 넘는 봉사를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봉사와 리더십의 의미를 새기고, 교육격차 해소 역할을 하는 대학생 멘토링제도, 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무임승차 죄송합니다” 양심은 40년 동안 살아있었다

설 하루 전인 지난 25일 오후 7시 반경이었다. 경기 안양시 인덕원역에 초로의 64살 서 모 씨가 찾아왔다. 서 모 씨는 “용산발 목포행 무궁화호 열차표 30만 원어치를 달라”고 말했다. 역무원 길정희 씨는 좌석이 매진됐다며 입석표 15장을 발권해 줬다. 30만1500 원어치였다. 하지만 서 씨는 그 자리에서 표를 반납했다. 길 씨가 의아해하면서 묻자 서 모 씨는 “청년 시절 용산과 인천을 통근하면서 수개월 동안 무임승차해 평생 죄책감을 느끼고 살았다”고 말했다. 서 모 씨는 “40년 전 인천에 있는 직장에 다니면서 수시로 무임승차를 했다”며 “마음에 걸려 지난 6개월 동안 돈을 모아 이제야 갚게 됐다”고 말했다. 서 모 씨는 이 같은 사연을 털어놓은 뒤 “빚을 갚기 위해 산 열차표이니 표는 반납하고 대금은 수익금으로 생각해 달라”는 말을 남긴 뒤 자리를 떴다고 한다. 마음의 짐, 털어서 좋겠다. 이런 작은 양심이 사회를 맑게 해주겠지?

○…암, 고칠 수 있습니다

우리들병원 사이버나이프클리닉 최일봉 원장은 28년간 3만여명의 암 환자를 돌봐온 암 전문의다. <경향신문>이 최일봉 원장을 만났다. 암 환자를 치료하면서 최일봉 원장이 갖게 된 확신은 “암환자는 ‘암’ 때문이 아니라 ‘절망’ 때문에 죽는다”는 것이라고 한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여전히 얼마나 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 제가 진료한 암 환자 중 단 1명만이 실질적인 암세포 공격으로 사망했을 뿐 나머지는 지나친 스트레스와 영양실조로 굶어 죽었다”는 충격적인 말을 했다. 그러면서 “암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며 세 개의 인형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의사로부터 암 진단을 받기 전 환자의 모습은 ‘곰돌이 푸우’처럼 귀엽고 포동포동합니다. 그런데 ‘당신 암이오!’라는 의사의 한 마디에 환자는 충격을 받고 쪼그라듭니다.”라고.

그래도 암이 치명적이지 않을까. 최일봉 원장은 암이 지닌 ‘살해 본능’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닌데, 지레 겁을 먹고 생을 포기해 버리는 환자의 태도가 더 문제라고 덧붙였다. 암에 대한 공포를 가라앉히고 이해하기 시작하면 암환자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다면서 암환자들을 ‘춤추는 이오르’로 만들어주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암이란 예방한다고 걸리지 않는 질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누구나 잠재적 암환자인데, 암이 발견된 사람과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런 말까지 했다. “의학적으로 암은 이미 정복됐습니다. 일반 병원에서 말기라고 포기한 환자들도 치료가 가능합니다.” 최일봉 원장은 일반 병원에서 말기라고 포기해 버린 환자들(척추암)을 주로 진료한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가장 고통스럽고 비참하게 죽음을 맞는 사람들이 척추암 환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일봉 원장은 이런 말을 했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환자의 절망 앞에서는 의사도 어쩔 수 없습니다.”라고. 암환자 분들, 힘내시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