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머니 모시는 칠순 노인

치매 어머니 모시고 6년째 복지관 함께 다니는 고석운 씨 이야기가 <조선일보>에 실렸다. 일흔두 살 아들이 아흔 된 어머니를 달랬다. "엄니, 추워유. 인제 그만 집에 가유." 노모는 아기처럼 도리질했다. "싫어. 니나 가. 나는 더 놀다 갈 거여." 노모는 논농사를 지으며 3남7녀를 낳아 길렀다. 쉰다섯에 남편을 여읜 뒤엔 혼자 고향집을 지켰다. 고석운 씨는 어머니 열여덟에 낳은 장남이다. 10년 전 인천에서 교장선생님으로 명예 퇴직했다. 지금은 2남1녀를 낳고 손자 5명을 봤다. 36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그는 "고향에 내려가 어머니 곁에 살면서 텃밭을 일구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6년 전 겨울이었다.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다. 고석운 씨는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로 왔다.

고석운 씨는 쉰 살이 된 아홉째 누이 성순 씨와 함께 어머니를 돌보기로 했다. 성순 씨가 일하는 낮에 고석운 씨가 어머니를 맡았다. 그리고 어머니를 모시고 복지관에 가서 온종일 함께 지내며 춤도 추고 노래도 배운다. 어머니가 복지관 노인들에게 욕을 하거나 복지관 직원들에게 심술을 부릴 때면 뒤따라 다니며 "미안하다"고 일일이 상대방에게 고개 숙인다. 이런 아들, 고석운 씨라고 했다. "고생스럽지 않으냐"고 묻자 "울 엄니도 우리를 이렇게 키웠는데…."라고 했다. 간병인을 쓰거나 요양원에 모시지 않을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엄니가 사시면 얼마나 더 사시겠어유. 엄니한테 잘해야 엄니가 가셔도 내 마음에 맺힌 게 없을 것 아녀유." 고석운 씨는 한사코 마다했건만 지난해 5월 옥수복지관에서 주는 '효자상'을 받았다.

○…무당 옷 입고 춤추는 예수쟁이

원색의 화려한 무복(巫服) 12벌 가운데에서 푸른색 무복을 스팀다리미로 문지르는 마흔 살 박정욱 씨 이야기가 <동아일보>에 실렸다. 박정욱 씨는 2시간 뒤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오르는 ‘황해도 철물이 굿’을 준비하고 있다. 철물이 굿은 철이 바뀌거나 무슨 일이 있을 때 신을 섬기는 굿을 준비하고 있었다. 700여 객석이 거의 다 찼다. 이번 무대를 위해 그는 사재 1700만 원을 털었다. 굿 같은 ‘비주류’ 공연은 지원과 협찬을 받기가 힘들다. 이런 말을 한다. “다음 굿 공연을 언제 할지 기약이 없네요. 해마다 딱 한 번만이라도 무대에 올렸으면 좋겠는데….” 그래서 본인이 사재를 털었다. 왜 굿판에 쏟아 부을까? “재미있어서”가 첫 번째 이유이고, 다음으론 이 재밌는 우리 것을 알리며 지켜내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남 거창 출신, 몰락한 종가의 6남매 중 막내였다. 소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이북 출신 실향민 할머니들의 영향이 컸다. 1983년 잠실 석촌호수에서 자그마한 할머니, 인간문화재 김정연 선생이 뽑아내는 ‘수심가’에 푹 빠진 그는 선생의 집으로 소리를 배우러 다녔다. 15분 소리를 배우고 3시간 안마를 하면서 모자지간 맞먹는 정을 나눴다. 김정연 선생이 “우리 어머니가 널 보내줬나 보다”라고 할 정도였다. 박정욱 씨는 서도소리를 제대로 ‘체화’하기 위해 황해도 출신 실향민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쌓은 실력으로 전국민속경연대회에 참가했다가 황해도 출신 무당 이선비 선생을 만났고, 그 할머니에게 철물이 굿을 배웠다. 할머니는 이런다. “넌 다 좋은데 ‘예수쟁이’라서….” 소리에 쏠려 사느라 아직 결혼을 못했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65만 원짜리 집에 산다. 그래도 행복하다고 한다.

○…“얘들아, 너희들은 할 수 있어”

<중앙일보>가 전한 소식을 보자. 김양식 교사가 '문제아'로 찍힌 아이들을 모아 컬링팀을 만든 것은 2006년 여름. 얼음판 위에서 둥글고 납작한 돌을 미끄러지게 해 '하우스'라는 표적에 넣는 경기가 바로 컬링인데, 컬링팀 5명은 2년 전까지 희망 없는 시골 공고생에 불과했다. 인문계도 못 간 '공돌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멤버들을 보자. 한 달 수입 100만원 남짓한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에서 자란 아이, 어머니는 정신지체장애에 시달린다. 또 다른 아이를 보자. 부모가 이혼한 다음, 학교를 겉돌았다. 그러다 2006년 3월. 국사 과목을 맡은 김양식 교사가 의성공고로 전근을 왔다. 마침 그해 초 학교 인근에 컬링 전용경기장이 생겼다. 김양식 교사는 푹푹 찌던 여름에 실내온도가 영하 5도인 컬링 경기장에 들어갔다가 무릎을 쳤다. “아이들에게 컬링을 시키면 엇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아이를 모았다.

선생님도 능숙하지 않은 경우였다. 김양식 교사 자신도 컬링을 배우는 처지였다. 그는 방과 후 학교 밖에서 방황하던 학생들을 찾아가 동아리 '컬링팀'에 올 것을 설득했다. 팀 구성 중에도 캠코더로 국가대표 선수의 훈련 장면을 찍어 경기규칙과 훈련법을 배웠다. 그렇게 하다가 의성공고팀은 전국컬링대회에 처음 출전해 3위를 했다. 아이들은 “믿어지지 않았어요. 3위를 하다니”라며 울먹였다. 그렇게 아이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그리고 1년 동안 가정과 학교에서 받지 못했을법한 아이들에게 김양식 교사는 사랑과 격려를 쏟아 부었다. 그리고 1년 만에 당당히 우승을 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아이들은 김양식 교사의 지도 아래 운동과 함께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몇몇 학생은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 ‘할 수 있다’의 힘, 바위를 깨고도 남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