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여 주께서 나를 권유하시므로 내가 그 권유를 받았사오며 주께서 나보다 강하사 이기셨으므로 내가 조롱거리가 되니 사람마다 종일토록 나를 조롱하나이 다. 대저 내가 말할때 마다 외치며 강포와 멸망을 부르짖으오니 여호와의 말씀으로 하여 내가 종일토록 치욕과 모욕거리가 됨이니이다. 내가 다시는 여호와를 선포하지 아니하며 그 이름으로 말하지 아니하리라 하면 나의 중심이 불붙는것 같아서 골수에 사무치니 답답하여 견딜 수 없나이다. (렘 20:7~9)

비명이라도 질러야 살지

나는 30대 초반에 목사안수를 받고 산골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당시는 1970년대 초반이어서 근대화(近代化)의 바람이 아직도 산골에 는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도, 전기의 혜택도 그 곳에는 없었다. 그럼에도 초라한 목사관의 서재의 창으로 보여지는 하늘과 산과 깊은 계곡과 변화무쌍한 계절의 변화들, 그리고 교회당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밤나무 숲들이 큰 위로가 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때는 이 땅에 살던 모든 지식인들처럼 나도 심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다. 그 당시는 탱크와 장갑차를 몰고 와 무능한 정권을 장악한 젊은 군인들이 장기독재의 야망을 불태우며 유신(維新) 정권을 획책하고 있을 때였다. 모든 언론과 방송을 통제하고 입을 잘못 놀리면 쥐도 새도 모르게 기관원들이 끌고 가 버리는 민주주의 암흑시기를 만나고 있었다. 누구와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우선 좌우를 살피어야 했었던 공포의 날들이었다. 나는 민주주의의 목을 총칼로 누르고 있는 군인 출신 독재자와 그 추종자들에 대한 견딜 수 없는 분노를 가슴에 한없이 삼키며 틈만 나면 숲과 계곡을 오르내리며 짐승처럼 쏘다니고는 했다. 그리고 풀지 못한 감정을 안고 교회 강대에 엎드리어 ‘하나님이여,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나이까?’라는 안타까운 간구를 드리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홀연히 하늘의 소리처럼 강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이 모든 수난의 책임은 한국교회 탓이다. 한국이 사는 길은 한국교회가 바로 서는 길이다.’라는 강한 깨달음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그 순간,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조국의 문제들이 풀리는 느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때야 나는 오랫동안 조국의 해답을 성경과 교회 밖에서 찾으려 했고 정치가들에게 책임전가를 하며 분노를 터트리던 어리석은 자신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휴지나 다름없는 신문들을 읽으며 그 속에 숨은 바른 소리를 찾으려 했던 헛된 애씀을 던져 버리고 성경에 몰입하면서 거기에서 하늘의 음성을 들으려고 했고 한국교회의 참 모습을 보려고 했다. 성경을 통해서 본 한국교회의 모습은 ‘회칠한 무덤’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설교로나 글로나 틈만 나면 한국교회의 부조리를 지적하고는 했었다. 그러나 한심스러운 것은 25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교회의 그러한 어두운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요, 더 한심스러운 것은 50대 중반에 이른 내가 그 무덤의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앉아서 같이 썩어 가는 냄새를 피우고 있다는 슬픈 사실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회칠한 무덤, 한국교회야.
회칠한 붓을 든 너 검은 손아.
붓을 꺾고 돌아서라.
과장에 익숙한 네 입으로는
한국교회가 번영하고 있으며,
칭찬에 익숙된 네 귀로는
너를 찬양하는 소리에 감격해 있으며
외면에 익숙된 네 눈으로는
너를 향해 호산나를 부르는 인파만
보고 있으나
네 손에는 거짓을 위장하는 붓만 있고,
네 입의 예언은 이미 하나님의 것이 아닌,
네 소리뿐이구나.

‘이 무슨 경건치 못한 망언(妄言)이냐? 어느 버르장머리없는 놈의 지껄임이냐?’ 스스로 권위 있다는 이, 한국교회 지도자라 하는 이, 연합 집회 때는 상좌(上座)에 앉아야 체면이 서는 이로서는‘ 그런 망언을 지껄이는 놈이 누구냐?’를 성급히 밝히고 싶어지리라.‘어느 교회 목사냐? 나이는 얼마며, 학벌은 어느 정도이며, 그가 목회 하는 교회의 교인 수는 어느 수준이며, 누구를 믿고 저렇게 호언(豪言)을 함부로 하느냐?’고 들추어내고 싶어 안절부절하리라.

그리고 그 자가 자기들의 수준에 비하면 그 흔한 박사학위조차 취득하지 못한 초라한 학벌에, 수천, 수만 명을 거느린 자기들에 비하면 천명도 못되는 교인 수로 목회 하는 주제를 알고는 '나이가 50줄에 들어 서서도 저렇게 철따구니 없는 소리를 주절거리니 보나마나지.’라고 비웃고야 말리라.

그런 풍토(風土)인 것 내가 왜 모르나.

비종교인은 자기 비위에 맞지 않으면 폭력을 쓰던가, 고문을 하든가 해서 굴종을 시키면 그 뿐, 오히려 술 한 잔, 담배 한 대면 낡은 감정이 사라지는 것이 통례이건만, 종교인은 그 연륜이 깊으면 깊을 수록 자기를 향해 잘못을 지적하면 온화한 표정으로 듣는 듯 싶으나, 속은 앙심으로 가득차 거미처럼 조직의 힘으로 잔인하게 얽어 놓고 진을 빨아먹으므로 죽게 만든다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 이렇게 외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아무리 목청을 높이어 이런 소리를 해보아야 내 꼴만 병신스러워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 왜 다시 주절거리듯 떠들고 나서는가.

너 살고 나 살기 위함이다.

설교라고 하긴 하는 데 죽은 설교나 하고, 봉급이 적으니 많으니, 교인의 수가 많으니 적으니 에만 관심이 있는 꾀죄죄해 가는 너와 나를 짓이기어 주(主) 앞에 솔직히 벗기어 회개함으로 너 살고 나 살자는 외침이지. 내가 어쩌다 이런 꼴이 되었는가? 총회와 노회가 무서워서, 교회에 갈 곳이 없을까 두려워서, 장로·집사의 비위 거슬릴까 조바심이 나서 골라서 처신하고 골라서 설교하고, 어느 신령파 권사의 입담에 오를까 귀찮아서 기도 시간을 연장하는 이 꼬락서니. 그런 주제에 네 심보나 고치지 감히 누구에게 훈계 질인가. 훈계일 수가 없지. 벌써 송장이 되어 닮아 가는 주제에 누구에게 외칠 수 있나.

비명이지.
그저 하늘을 향해 외치는 비명이지.
내어 토하는 신음이지.

회칠한 모습은 그나마 보기나 좋지, 온 몸에 헌데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는 문둥이 꼴을한 자신, 교인 수를 조금 불리어 놓고 밤낮 그 소리를 되뇌며 큰 봉급, 큰 대우를 바라고, 적당히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내용으로 글이랍시고 쓰고는 누가 조금 칭찬하면 우쭐거리기 일 수 이고, 어디 가서 설교를 하고 돌아와서 봉투의 금액부터 헤아려 보기 바쁠 정도로 게하시의 탐욕에 젖어 가고, 호텔에 가서 화려한 뷔페로 큰 대접을 받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노회나 총회에서, 혹은 교계(敎界)의 무슨 모임에 나가면 상석이나 눈독을 들일 정도로 바리새병에 가까이 이른 모습이 바로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닌가.

아니 된다. 지금 말하여야 하리라.

더 중증(重症)으로 굳어져 마비가 되기 전에, 이런 깨달음이라도 있을 때에, 각혈하듯이 외치어야 하리라. 그런데 네가 말할 자격이 있나. 네 눈의 깊이가 과연 진부(眞否)를 가릴 능력이 있다는 거냐. 네게 과연 주의 신탁(神託)이 주어진 것인가.

할 말 없지.
너나 없이 계급장처럼 장식하기 시작한 그 흔한 목회학 박사 후드라도 있기야 할 터인데. 정말 자격이 없지. 그래도 외치는 것에 무슨 자격증이 필요한가.
비명은 어린아이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자격이 있다는 이들이 모두 잠잠하니, 돌만도 못한 나 따위라도 소리를 질러야지. 비명은 약자(弱者)의 무기가 아닌가.
그저 순서 없이 질러 대는 거, 그것이 비명이 아닌가. 이제 문둥이 꼴이된 자신이지만 열 명의 문둥이처럼 ‘우리를 구원하소서.’라는 비명은 못 외칠 것이 어디 있는가. 그래서 무디어진 입, 무디어진 붓을 들고 다시 무엇인가 외치지 않고는 너 죽고 나 죽는다는 절박감 하나만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이다.
강자(强者)는 힘으로 하나, 약자는 비명이 무기다.

외쳐야 산다.

외침이 있어야 구원의 손길이 뻗친다.
주(主) 앞에 엎드려 있으면 문득 떠오르는 마음, 저 민중이 무언(無言)으로 뿜어내는 마음에서 읽을 수 있는 것, 바로 그것을 외치어야 하늘이 들으신다.

네가 어떻게 예언하느냐, 묻는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時代)의 맘, 민심(民心)의 맨 사람의 맘이 한다. 오늘날 이 생각은 나만이 갖는 것이 아니다. 마음속에 사사(私私) 생각 빼고 생각할 때는 누구나 느끼는 생각이다. (함석헌 저 「인간혁명」197 페이지)

내 생각, 내 이해(利害), 내 안전을 쭉 뽑아 놓고, 하나님 중심으로 앉아 있으면 외치는 소리 들리지 않나. 그것을 앵무새처럼 외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속으로부터 솟구치는 저 함성을 삼키고 있으면 너도나도 다 파멸에 이른다. 외침은 강제에서 나온다. 아이 낳은 여인이 외치고 싶어 고함을 내지르는가. 견딜 수 없어 터지고 마는 것이지. 그러므로 순서 없이 질러 대는 거, 그것이 비명이 아닌가.

그렇다면 네 관점(觀點)이 무엇인가.

관점이라야 교회뿐이 더 있나. 내가 목숨이 붙어 있는 한까지 있어야 하고 지키고 넓히어 가야 할 곳, 그곳 교회가 내 입장이고 관점이지. 그저 한가지 목적이 있다면 교회를 살려 보는 거 외에 더 무엇이 있을 수 있나.

관점·1

신교(新敎)하면 목회자나 교회 지도자를 연상하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유교가 한문 줄이나 해득하는 학자나 유생(儒生) 중심의 종교요, 불교는 스님의 종교요, 천주교가 신부나 수녀의 종교로 인상되어진다면, 신교의 특징은 목사나 장로를 중심한 종교라고 하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신교의 특징은 서민의 종교요, 민중의 종교라고 해야 함이 마땅하다. 한국교회가 1세기 겨우 넘은 나이에 교세가 급격히 증강된 것은 서민 속에서부터 시작된 탓이다.

모든 문서사업은 순수한 한국어로 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상류층이 아닌 근로 층이나 부녀자라는 대중을 선교의 대상으로 삼는 이상 순수한 한글의 문서를 찾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무사 계급이라는, 유교의 지식과 윤리로 훈련된 지식적인 엘리트가 중심이 된 일본교회가 대중을 안중에 두지 않고 어려운 한문을 혼합한 특이한 문어체로 쓴 것과 좋은 대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선교 정책 속에서 한국교회가 처음부터 얼마나 서민성을 지니고 있었는가를 알 수 있다. (지명관 저 「한국인과 기독교」 61페이지)

이러한 전통을 지닌 한국교회가 민중 속에서 성숙되었다고 하면 이제 성숙한 눈을 가진 교회 민중을 여전히 유아(幼兒)로 여기고 목사· 장로의 독무대가 되는 교회 체제로 계속되고 있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우리는 이제 교회민중의 눈과 입을 통해서 한국교회를 재평가하게 해야 하고, 또 그들이 일하기 시작하는 시대로 만들어야 한다.

관점·2

교회는 균형(均衡)을 유지해야 한다. 교회는 머리되신 주님의 지체인 성도들로 구성된 공동체(共同體)이다. 교회는 자칭 보수주의자의 것만도, 진보주의 정신을 가진 자의 것만도, 혹은 사회참여, 혹은 율법과 경건을 극단적으로 내세우는 이들의 것만도 되어서는 안된다. 각각 주님의 은사나 달란트나 의견을 모두 합치어서 하나의 교회로서야 하는 것이다. 성경을 어떤 특수한 관점에서 보고 발췌(拔萃)한 극단의 주장은 곧 편견이 되고 마는 것이다.

너무 귀족화 되어 가는 교회를 공격하다 보니, 이제 와서는 교회란 외적인 면에서 가난한 자, 눌린 자, 병든 자의 것인 양 보여지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어째서 교회란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의 것 만인가. 아흔 아홉 마리의 양도 항상 기억하여야 한다. 한 마리의 양만 가지고 요란스럽게 떠들지만 말라.

교회란 모든 자의 것이다.

주님은 교회를 통해서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을 구원하시기를 바라신다. 문둥이와 눈 먼자, 세리와 창기, 강도들의 친구와 구주가 되신 것만 아니다. 부정(不正)으로 신흥재벌이 된 삭개오, 학자인 나다나엘, 잔인한 로마 군대의 백부장, 하물며 바리새인과 서기관, 로마의 총독 빌라도까지 자기의 친구로 삼고 싶어 하셨다.

저는 우리 죄를 위한 화목제물이니 우리만 위할 뿐 아니요, 온 세상의 죄를 위하심이라 (요1서 2장 2절)

주님이 부르셔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능력을 주신 모든 성도들 전부가 연합하여 교회를 이루어 가는 것이지, 자칭 의인이라고 믿고 있는 일부의 무리들이 교회를 대신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관점·3

한국교회가 사는 길이 곧 한국이 사는 길이다. 성경, 특히 구약이 우리에게 강하게 전해 주고 있는 사상은 지도자나 왕(王), 제사장이 여호와 앞에 신실히 행하면 이스라엘 나라가 번영을 누리었으나 그들이 범죄 하면 지도자뿐이 아니라 전 국가 위에 저주가 미치었음을 말해 주고 있다.

그의 통치하시는 법칙(法則)은 변함이 없으시다.

때때로 교회의 강단은 한국의 국난(國難), 가뭄, 홍수 등을 모두 교회 밖의 정치가나 악덕 재벌에게 책임을 전수하기 일쑤이지만, 그러나 오늘 한국의 복과 수난의 대상을 자기 선민(選民)도 아니요, 자기 약속을 모르는 세상 가이사(Caesar)를 중심으로 해서 하나님이 결정하시는 것 이 아니다. 구약의 왕(王), 제사장(祭司長), 선지자(先知者) 대신 오늘에 와서는 분명 교회에게 대행케 하신다. 하나님은 이 세계를 향한 당신의 뜻을 교회를 통해서 실현하고 계신다. 한국교회가 범죄 하면 한국은 수난을 당하며, 한국교회가 하늘의 뜻을 실현하면 이 민족 위에 은총의 빛이 임하게 하시는 것이다. 그 역사적인 사실을 한국 역사와 한국교회 역사를 고찰해 보면 알 일이다.

관점·4

오늘의 시대는 마지막 끝에 와 있으며, 이 시대의 한국의 사명은 세계 선교라는 점이다. 한국의 불행은 세계를 향해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는 점에 있었다. 특히 젊은 한국인들, 또는 젊은 크리스천들이 가지는 큰 불행 중의 하나가 사상적인 큰 스승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사상적 불모지(不毛地)에 태어나 성장하고 있다는 적막감이 언제나 우리를 휩싸고 있는 채 벗기어지지 않고 있다.

그런 속에서도 그나마 우리 젊은 크리스천들에게 은연히 어떤 세계적 사명을 심어 준 스승들이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그 스승들은 한국의 수천 년의 수난의 역사는 하나님이 마지막 때 크게 쓰시기 위해서 주신 단련이요, 시련이라는 교훈을 심어 주었다. 그 교훈이 처음에는 억설(臆說)처럼 들리어졌으나 차츰 호응을 받기 시작했고, 마침내는 우리 사상의 공백 속에 한국의 존재하는 의미로, 비전(vision)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음을 발견한다. 아니, 이 모든 교훈이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이 있어도 그것을 믿고 싶어지며 믿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우리 한국이 역사 속에서 존재한다는 의미가 없다.'는 허탈감으로 숨이 막히고 말 것이다. 비전 없는 백성, 그것은 죽음을 향해 몰락해 가는 집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관점이라면 교회의 눈으로 보는 것뿐이다.

교회의 눈, 교회민중의 눈으로 한국 교회를 보고, 한국교회를 통해 한국을 보고, 더 나가서는 세계를 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눈을 뜨고 보았을 때 한국교회는 표면적으로 화려하게 성장되었으나 그 속에는 무덤 속처럼 되어 가고 있다는 것과, 그러함에도 계속 회칠하기에만 진력하는 모습에 놀라서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살길은 없는가?
이 무덤을 파헤치고 악취를 몰아내는 방법은 없는가?
고함을 질러 대는 것이다. 순서 없이 악을 써 대는 것이다.
그것이 사는 길이다.

길가에 앉았던 소경 바디매오가‘나사렛 예수여!’라고 소리침으로 눈이 떠졌고, 여리고 고개에서 강도 만난 자가 지나가는 이마다 보고 소리침으로 객사(客死)를 모면했고, 군대(Legion)라는 사귀들에 사로잡힌 거라사인도 횡설수설이나마 외쳐 댐으로 온전한 자로 회생되었다면, 우리의 사는 길도 하늘 앞에 소리를 질러 대는 것, 그 길뿐이다. 불의를 불의라 하고, 강도를 강도라 해야 한다.

불의를 보고 외면하고 강도 만난 자를 보고도 외면하고야 마침내 객사를 방조하는 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한국교회 안에는 내노라 하는 많은 엘리트들이 활약하고 있다. 정치계, 경제계, 언론계, 학계의 노른자 에 앉아 있다. 이들 모두가 이제는 입을 열고 살려는 목표로 외치기 시작한다면 회칠한 무덤은 열리고 질식되어 가던 한국 교회는 회생됨으로 한국의 난망(難忘)은 밝은 전망으로 변하기 시작할 것이 분명하다.

이 땅에 ‘크리스천’ 지식인들이여! 황혼이 되어 나르는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되지 말고, 한낮을 나는 독수리가 되어 주오. 기린도 고삐를 매어 묶어 둔다면 어찌 견양(犬羊)과 다를 것이 있겠는가? 지사(志士)는 구렁텅이에 몸을 두지 않는다. 민족은 마키아벨리의 곡학(曲學)이나 하이데카의 아세(阿世)를 원하지 않나니 차라리 수양산(首陽山)이 없다고 생각하면 침묵이라도 지켜 주오. 신념에 사는 종교인(교직자)들이여. 믿음의 뜻을 어이 기억하리이까? 더러운 물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고, 네로의 탄압 아래 믿음을 키웠거늘,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연옥(煉獄)의 계절에서랴.‘크리스천’ 언론인들이여! 붓을 바로 잡아 보지 않으려오. 팔이 떨리거든 눈으로라도 써 주오. (「다리」誌 72년 1월호 15페이지)

이 무덤이 되어 가는 상황을 뚫고 나갈 재간이 없어 문둥이처럼 헌데를 덕지덕지 매단 채 고래고래 소리칠 밖에 더 없지 않은가. 누가 욕하든 말든, 교회에서 쫓아내든 말든, 노회와 총회에서 쑥떡 공론하여 완전히 매장을 시키든지 외칠 수밖에 더 없지 않은가. 비명은 제 힘으로 솟구쳐 오르기에 자력(自力)으로 막을 길 없다.

내가 다시는 여호와를 선포하지 아니하며 그 이름으로 말하지 아니하리라 하면 나의 중심이 불붙는 것 같아서 골수에 사무치니 답답하여 견딜 수 없나이다. (렘 20:9)

30대의 젊은 목회자들이여,
젊은 크리스천들이여,
외치는 몫은 당신네들 것이 아닌가?

30대 때에 외치는 것, 그나마 순수한 때에 외침이다. 고삐 풀린 숫나귀처럼 날뜀 같은 혈기도 다소 누구러 들었고, 교회와 사회 속에서 풍상(風霜)이라고 겪어 보았고, 처자식도 생기고, 선후배에 대한 예의도 알게 된 나이, 단골이 늘어 갈 정도로 생활에 젖어 드는 나이에서 보는 눈의 높이와 넓이는 편견보다는 순수에 가까운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 이 안일 하고픈 욕망의 둥지에서 선뜻 뛰어나와 외치는 용기는 만용(蠻勇)일 수가 없는 것이다.

저 20대의 저항, 보이는 불의마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불나비처럼 덤벼들어 저항하던 나이에서 사리(事理)를 분별하게 되었는 반면, 이제부터 기성세대라는 엄청나게 크고 넓은 영역으로 빠져들기 시작하는 분기점(分岐點)에서 고요히 생각을 여미고, 지나간 과거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다가올 미래를 빛나게 조망(眺望)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리라.

사실, 성경 속에서 뜨겁게 외쳤던 선지자들이 대부분 30대 나이였으리라고 생각해 본다. 광야에서 외치던 세례 요한도, 고요한 갈리리 해변에서부터 외치던 예수도 다 30대의 초기가 아니었던가.

50대의 언덕에 선 나 자신을 보았을 때, 너무나 무디어진 심령, 말은 여전히 번드르르한 것 같은데 행동은 기성세대의 저 어두운 관행들 속에 쩔어든 채 한껏 즐기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더욱 나를 기가 막히게 하는 것은 30대의 나이에서 그처럼 내가 공박해 마지않던 이들의 자리를 꿰어 차고앉아 있다는 부끄러운 사실이다. 그런 주제에 무엇 다시 외친다고 목청을 높이는가? 그런 입장에서의 외침에서 무슨 하늘의 소리와 같은 순수를 발견할 수가 있겠는가? 그것은 외침이 아니라 엄살이라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나 자신만이라도 살기 위해 비명이든, 엄살이든 외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젊은 목회자들이여,
젊은 크리스천들이여,
당신들이 대신 한국교회를 향해,
그들이 깨어 일어나기 위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대 주오.
뽕나무가 있는 산촌(山村)에서 목회 하는 아모스들이여.
조국을 향해 뜨거운 눈물을 가진 예레미야들이여,
침묵을 깨고 예언을 말해 주시오.
한국의 새벽은 저렇게 훤하게 동터 오는데 아직도 어둠의 옷을 입고
탐욕의 깊은 잠에 빠져 있는 한국교회를 향해 깨어 일어나라 외쳐 주
오. 그리고 진군의 나팔을 높고 힘차게 불어 주오.

한국교회야.
사명의 새벽이 훤히 동터 오는 것을 보라.
음란과 탐욕의 잠옷을 벗고
일어나 빛의 갑옷(롬 13:12)을 입자.
그리고 우리 함께
세계를 향해 문을 열고 진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