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눈물의 졸업식 이야기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학업을 접어야 했던 ‘늦깎이 주부 학생들’이 대거 대학에 합격했다. 졸업식을 갖는 서울 장지동 소재 한림실업고등학교 졸업생 주부들 얘기이다. 274명의 주부 졸업생 중 181명이 대학에 입학하는 경사를 맞았다. 올해 서울지역 대학 실버복지학과 09학번 새내기가 되는 65살 최청자 씨 이야기이다. 공부를 잘했지만 남동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초등학교까지밖에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쉰 살 정영혜 씨는 다음 달 서울지역 대학 부동산개발학과에 새내기로 입학한다. 5년 전 남편과 사별한 후 홀로 딸을 키우며 학교를 다녔다. 2년 전 딸과 함께 고등학생이 된 뒤 집안일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힘들게 학교를 다녔지만 그만큼 값지다고 밝혔다고 한다.

1993년부터 교육부 학력인정 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이 학교는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매일 5시간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 대부분이 같은 처지에 있는 주부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교육열도 높다. 미용사 자격증을 가진 학생들은 매년 학교 주변 양로원 등을 방문해 무료 이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졸업생들끼리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교류를 계속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이 모이다 보니 끈끈한 정이 생겨 수업에도 빠지지 않고 졸업까지 함께 가게 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보도이다.

○…“경험 없다” 이 말에 넌더리 나서...

번번이 취업에 실패한 미국 청년 실업자가 50개 주를 돌며 1주일씩 새로운 직업에 도전해 탐험기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지역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보도한 내용을 동아일보가 옮겨 전했다. 주인공은 대학 졸업 후 3년간 구직에 실패한 26살 대니얼 세디키 씨인데, 캘리포니아 주 사립명문 남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를 2005년에 졸업했지만 면접에서 40번 넘게 떨어졌다. 그는 “취업 담당자들의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는 말이 너무 지겨워 ‘50주 동안 50개의 직업을 경험해 보자’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세디키 씨는 지난해 8월 유타 주에서 창고관리 보조업무를 시작으로 항만노동자, 벌목공, 고기 포장업자, 보일러 설치기사, 부동산 중개업, 로데오 장내 아나운서를 비롯해 지난주 루이지애나 주의 술집 바텐더까지 현재 21개 주 ‘직업탐험’을 마친 상태다.

그냥 닥치는 대로 일한 것일까. 아니다. 21개의 직업이 무작위로 뽑힌 것은 아니다. 농업이 주산업인 네브래스카 주에서는 옥수수 농장 일꾼으로 일했으며, ‘스피드 결혼식’이 많은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결혼식 진행자로 일하는 등 각 주(州) 대표산업에 종사했다. 세디키 씨의 인터뷰 내용이다. “나 역시 취업 실패에 절망했고 경기침체의 희생양이라고 괴로워했다”며 “그러나 뭔가를 성취해 가는 내 모습이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분의 ‘50주간의 구직탐험’을 보시려면 www.livingthemap.com을 통해 접하실 수 있다.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고

경기도 안산에 사는 대학생 23살 이원중 씨 이야기이다. 요즘 집 근처 안산 중앙도서관에서 취업 공부에 한창이다. 밥을 먹은 다음엔 화장실에서 스스로 배꼽 주변에 인슐린 주사를 놓는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13년째 앓고 있는 '재생불량성 빈혈'과 그 합병증인 당뇨 탓이다. 골수 이식을 받지 않는 한, 평생 3~4주일에 한 번씩 수혈을 받아야 하는 난치병이다. 2~3일 연달아 도서관에 나오면 녹초가 돼 하루는 온전히 집에서 쉬어야 한다. 이원중 씨가 이를 악물고 준비하는 것은 사회복지사 1급 자격시험이다.

평생 치료하게 되는 처지라면 가정 형편이 뒷받침돼야 할 텐데 걱정이다. 1t짜리 용달차를 몰며 건어물을 떼다 팔던 아버지 이재승 씨는 한 달에 100만~150만원을 아들 치료비로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 최명숙 씨도 오전 2시부터 신문 배달을 했다. 부부가 독실한 천주교 신자여서 성당 신도들이 건어물을 사주며 힘을 보탰다. 이원중 씨는 이 사랑을 받기만 한 게 아니다. 방학 때마다 노인복지관에서 치매 노인을 돌보는 자원봉사를 해왔다. 이원중 씨는 오는 19일 대학을 졸업한다.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지금껏 '내가 받은 도움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꿈 하나로 버텨왔다. 사회복지사 1급 자격시험에 꼭 합격해 힘없는 노인들을 돌보고 싶다"고 했다. 사랑이 또 다른 사랑을 낳는다는 말, 낭설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