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지난 한 주간은 김수환 추기경을 애도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서울 도심에는 수십만의 인파가 모여 줄지어 애도했습니다. 전국 각지에 천주교회에는 수많은 추도객이 몰렸습니다. 장례는 교황장으로 치러졌지만, 실상은 국민장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을 보면 ‘존경받는 종교인의 본분’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 본분, 세 가지로 추려지더군요. 첫째, 약자를 위한다는 점입니다. 둘째, 세상 권세와 거리를 뒀다는 점입니다. 셋째, 청빈했다는 점입니다. 이 세 가지 결론은 그러나 하나의 맥으로 관통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삶으로 말입니다.

천주교라는 특정 종교의 한 지도자가 선종한 것이지만, 빈부는 물론, 진보와 보수, 개신교, 불교를 가리지 않는 초종파적인, 그래서 전 국민적인 애도를 받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각도에서 봤을 때, 아마도 이 암울한 시대에 종교의 건강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시사할 것입니다.

사실 오늘을 돌아봅니다. 경쟁의 논리에 짓눌러 낙오된 약자가 속출하고, 국민의 목소리는 권력자의 호령에 가려 눌리고, 부당하게 부를 누린 이들이 부끄럼 없이 떵떵거리며 사는 나라, 우리는 혹시 이런 나라에 살고 있지는 않는지요? 종교가 나서서 빛과 소금의 사명을 다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CBS라디오 '시사자키(주말)'을 진행하는 필자가 2월 21일 방송 원고 내용입니다. CBS라디오 '시사자키(주말)'는 3월 7일 이후부터는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CBS라디오 전국네트워크를 통해 방송됩니다.